고작 1년 밖에 안 된 프로그램 하나가 가진 영향력이 대단하다. 수많은 유행어와 어록을 탄생시켰으며 19금 토크 콘셉트의 붐을 일으켰고, 허지웅, 곽정은 같은 재야의 고수들을 인기인의 자리에 올려놓으며 그 파급력을 증명했다. 이처럼 JTBC 예능프로그램 ‘마녀사냥’은 19금 토크쇼의 역사에 한 획을 그은 획기적인 프로그램이다. 음담패설 수준에서 나아가지 못했던 기존 19금 토크쇼의 한계를 훌쩍 뛰어넘어 20-30대 청춘남녀의 연애와 성 이야기를 일상적이고 진지하게 논하며 대대적인 공감을 이끌어 냈다. ‘마녀사냥’이 유행시킨 것들을 정리해 봤다.
“이거 그린라이트인가요?”
‘마녀사냥’이 유행시킨 가장 상징적이고도 획기적인 유행어다. ‘마녀사냥’은 보통 일반인의 사연을 듣고 신동엽-허지웅-성시경 등 MC들이 조언을 던지는 식으로 진행이 된다. 그 때 MC들은 각각 자신의 앞에 누르면 초록색 불빛을 켤 수 있는 네모난 박스를 갖고 있는데 여기에 초록색 불이 켜지면 연애에서 긍정적인 신호가 들어왔다는 의미다. MC들은 사연자의 이야기를 듣고 그린라이트를 켜거나 켜지 않음으로서 1차적인 판단을 내려준 다음 각기 자신만의 이유를 덧붙인다. 그 때문일까? ‘마녀사냥’에서 소개되는 사연의 끝에는 항상 붙는 질문이 있다. “이거 그린라이트인가요?”

‘낮져밤이’ OR ‘낮이밤져’
‘낮져밤이’와 ‘낮이밤져’는 각각 ‘낮에는 지고 밤에는 이긴다’, ‘낮에는 이기고 밤에는 지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말 그대로 자신의 연애 스타일을 한 단어로 요약한 말로 낮에는 져주지만 밤에는 강해지거나 혹 그 반대인 경우를 밝히는 것이다. “낮져밤이냐 낮이밤져냐”는 ‘마녀사냥’의 공식 질문으로 어떤 게스트가 나와도 이를 피해갈 수 없고, 실제 연예인 출연진은 과감하게 자신의 스타일을 밝히는 것으로 솔직함을 어필한다.
오메기떡=그린라이트
하다하다 오메기떡이 유행의 반열에 오를 줄이야. 오메기떡은 제주도에서 살 수 있는 특산품 중 하나로 차조가루를 둥글게 빚어 그 위에 콩가루나 팥고물을 올린 음식이다. 지난 3월 14일 ‘마녀사냥’에 오메기떡이 등장하게 된 것은 한 사연 때문이었다. 이날 소개된 한 사연에서 주인공은 회사 동료가 제주도에 여행을 다녀와 다른 이들에게는 초콜릿을 선물했지만 자신에게는 오메기떡을 선물했다며 ‘이것이 그린라이트인지’를 물었다. 허지웅을 제외한 다른 MC들은 오메기떡의 정체를 알지 못한 채 그린라이트를 꺼 놓은 상태. 이후 4MC는 스튜디오에 준비된 오메기떡의 맛을 봤고, 맛을 보는 순간 눈을 반짝이며 자신의 그린라이트를 켰다. 재밌는 것은 이후 등장한 또 다른 사연. 오메기떡이 등장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실제 이성에게 똑같은 형식으로 오메기떡을 받았다는 내용이었다. 4MC가 모두 그린라이트를 켰음은 두말할 것도 없다.
사마천=무성욕자
어쩌다 유명한 중국 역사가가 ‘무성욕자’를 대변하는 상징적인 인물이 된 것일까? 이 말은 ‘마녀사냥’ MC 중 한 명인 허지웅이 자신에게 성욕이 없다고 말하며 스스로를 “사마천”이라 부른 것에서 유래했다. 이후 사람들은 이 말을 성욕이 없는 사람(?)을 지칭하는 데 사용했고, 실제 ‘마녀사냥’의 게스트로 등장한 포미닛의 멤버 허가윤은 남자친구를 묻는 질문에 “없다”고 말하며 “사람들이 나보고 저 오빠 같다고 말한다. 나는 여자 사마천이다”라고 말하며 이 말을 사용했다.
성시경의 새 이름..‘욕정발라더’, ‘성상담발라더’, ‘고급스런 쓰레기’
가수 성시경은 남자들이 가장 싫어하는 가수(?)로 알려져 있다. 지적인 외모에 감미로운 목소리까지 여성들이 좋아할만한 이성의 요소를 다 갖고 있기 때문. ‘마녀사냥’에 나온 성시경의 색다른 모습들은 재발견이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흥미롭다. 그는 ‘마녀사냥’에 출연하며 지적인 이미지에 19금 이미지가 더해져 캐릭터의 진화를 이뤄냈다. 과감하게, 그러나 조곤조곤한 말투로 성에 대한 화두를 던지는 성시경의 별명은 이제 ‘욕정발라더’, ‘성상담발라더’다. 더불어 신동엽은 그에 대해 “고급스런 쓰레기”라고 말해 웃음을 주기도 했다. ‘마녀사냥’ MC들은 프로그램을 통해 다 제각각의 캐릭터를 부각시키며 인기를 얻었지만, 그 중에서도 기존의 이미지를 뒤집으며 반전을 준 인물로는 성시경이 최고다.
핥핥핥핥
인터넷 용어처럼 보이는 이 웃음소리는 ‘마녀사냥’에서 선보이는 허지웅의 독특한 웃음소리를표현한 의성어다. 다소 능글맞으면서 변태스럽게(?) 들리는 이 웃음소리는 방송 이후 여기저기에서 사용되며 유행어로 떠올랐다.
허지웅VS곽정은 명언 대결
영화평론가 허지웅과 칼럼니스트 곽정은은 ‘마녀사냥’ 이 낳은 최고의 스타. 일명 ‘뇌가 섹시한’ 남자와 여자로 둘리는 두 사람은 프로그램 안에서도 줄곧 대립각을 세우며 눈길을 끌었다. 아는 것 많은 두 남녀의 모습에 시청자들은 때로 “잘 어울린다”는 반응을 보여줄 정도. 영화 속 주인공 못지 않게 ‘케미스트리’가 뛰어난 두 사람이 펼치는 명언 대결은 ‘마녀사냥’을 보는 큰 즐거움 중 하나다.
-곽정은
“내가 좋은 사람이라면 인연은 언젠가는 나타난다”
“연애에 대한 조언이 무의미한 이유는 결국 자기 하고 싶은대로 하게 되기 때문”
“자신을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는 여자를 소중하게 대해주는 남자는 없다”
“땀 흘리는 남자는 언제나 옳다“
“남자가 연락을 하지 않는 이유는 옥중, 병중, 상중, 그리고 아웃오브 안중이 네 가지 중 하나”
-허지웅
(20대를 향해)“니들 인생이니까, 니들이 알아서 살라고 말해주고 싶다”
“상처 받을 것을 겁내지 마라”
“질문하고, 약속은 안할수록 좋은 거다”
“변하지 않는 건 없다. 사실”
“남에게 사랑받기 위해서 너무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이면 결국 세상에서 제일 인기 많은 시체가 된다”
eujenej@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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