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최나영의 연예토피아] 영화 '명량'(김한민 감독)에 대한 문화평론가 진중권 동양대 교수의 '졸작' 발언이 네티즌을 들끓게 했다. 그런데 이 발언이 판을 키웠다. 일부는 그간 '왕따 당할까봐' 차마 말하지 못했던 것이 유명한 평론가의 솔직 발언을 통해 봉인 해제됐다고 반겼고, 다른 일부는 평이 아닌 무책임한 말이라며 비판을 가했다.
진중권 교수는 지난 6일 자신의 SNS를 통해 "영화 '명량'은 솔직히 졸작이죠. 흥행은 영화의 인기라기보다 이순신 장군의 인기로 해석해야 할 듯"이라며 '명량'의 흥행 돌풍에 대해 이순신 장군의 인기로 그 이유를 분석했다.
그의 의견에 찬성파와 반대파가 갈리기 시작했다. 영화 자체의 작품성을 아쉬워하는 이들은 영화가 아닌 역사, 더 정확히 말하면 성웅 이순신이 이 영화의 흥행 원동력임에 동의하며 "졸작으로 평가해도 무리는 아니라고 본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객관적인 졸작이라기 보다는 그 흥행력에 비해 상대적인 졸작이란 것이 맞겠다,

반면 그래도 권위 있는 평론가가 타당한 이유 없이 단정지어 혹평을 하는 것은 잘못됐다는 의견도 다수였다. 사실 더 많다. 이들은 "그럼 지금까지 '명량'을 본 몇 백만의 관객들은 졸작을 참고 봤다는 말인가", "다수의 선택을 받는다는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관객이 판단할 몫"이라며 진중권 교수의 의견에 반발했다.
이 같은 진중권 교수의 발언이 우선은 개인 SNS를 통한 단평이란 점을 염두에 둬야 할 듯 하다. 타당한 근거의 부재를 문제로 삼는 이들이 많은데, 본격 비평글이 아니기에 왈가왈부하기에는 적절치 못한 점이 있다. 외국에서도 평론가들의 지나치다 싶을 정도의 짧은 평들이 존재해왔다.
분명한 것은 어쨌거나 연일 신기록을 써내려가고 있는 이 영화에 대한 시선을 환기시켰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맹목적인' 시선들만 가득한 것 보다는 오히려 낫다. 천만 영화에는 관객의 충성도가 한 몫하는데, 특히 이순신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명량'은 어느 덧 영화에 대한 지적이 곧 이순신에 대한 '의리'를 저버리는 듯한 분위기로까지 이어졌다. 한 편씩 천만 영화가 탄생할 때마다 한국 대중의 성격, 그 '휩쓸림'을 지적받기도 하는데 '명량' 같은 경우는 애국심과 맞물려 영화에 대한 비판 자체가 뭔가 금기시된 느낌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꼭 봐야 하는 영화가 꼭 잘 만든 영화는 아닐 수도 있고, 사실 그럴 필요까지도 없다. 중요한 것은 소수의견까지도 포용할 때, 영화에 대한 가치가 더 부각될 수 있다는 점이다.
확실히 '명량'은 케이퍼 장르 무비로는 처음으로 천만을 찍었던 '도둑들'이나 신파로 천만 관객을 울렸던 '7번방의 선물'과는 맥을 달리한다. 차라리 지난 해 12월 개봉한 '변호인'에 가깝다. 흥행 요인으로는 리더다운 리더를 바라는 국민의 열망, 세월호 참사를 겪으며 나라와 본인에 대한 무능함을 느꼈던 국민들의 대리만족 등이 분석되고 있다. 많은 이야기들이 오가지만 '명량'이 어딘가 현재 사람들의 가려운 데를 긁어주는 것은 확실해 보인다.
이미 800만 관객이 봤다. 졸작이냐 수작이냐는, 시간이 지나 지금보다 열기가 잠잠해졌을 때 보다 뚜렷하게 평가 내릴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순신이라는 한국형 히어로로 2014년 천만 영화를 만들어냈다는 것은 반길 일이지만, 영화계에 무턱된 위인물이라는 섣부른 붐이 일어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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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량'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