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A 선수는 더위를 많이 탄다. 마누라 없이는 살아도 에어컨 없이는 살 수 없다고 한다. 하지만 방장 B 선수는 컨디션 조절 때문에 에이컨 사용을 자제하는 편. A 선수에게 원정 경기는 그야말로 곤욕이다. 밤마다 찜통 더위와 싸우느라 진이 다 빠진다. 그러다 보니 그라운드에서 제 컨디션을 발휘할 수 없는 건 당연한 일.
#2. C 선수는 담배 연기만 맡아도 숨이 막히고 기침이 끊이지 않는다. 애연가로 잘 알려진 D 선수와 한 방을 쓰다 보니 원정 숙소에 머무르는 게 화생방 훈련 만큼이나 힘겹다. 그렇다고 "D 선배, 담배 좀 그만 피우세요" 라고 말할 입장도 아니다. '벙어리 냉가슴'이 따로 없다. (위 사례는 특정 사실과 관련은 없다. 하지만 흔히 발생할 수 있는 부분이기는 하다.)
삼성 라이온즈가 원정 경기시 선수단 숙소 1인 1실 배정 계획을 추진 중이다. 아직 최종 확정된 건 아니다. 구단과 선수단이 이 부분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된 만큼 올 시즌이 끝난 뒤 구체적인 이야기가 오갈 예정.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삼성이기에 1인 1실 계획이 성사될 가능성은 높은 편.

현재 삼성에서는 외국인 선수 및 만 35세 이상 선수들은 1인 1실 사용이 원칙. 1군 선수 가운데 이승엽, 임창용, 박한이가 이 대상에 포함된다. 그리고 릭 밴덴헐크, J.D. 마틴, 야마이코 나바로 또한 1인실을 사용한다.
하지만 모든 선수들이 1인 1실의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건 아니다. 삼성은 1인 1실 대상 선수의 범위를 놓고 고심 중이다. 류중일 감독은 "1인 1실을 사용하는 게 능사는 아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프로 무대에 갓 들어온 고졸 신인이 1인 1실을 사용한다면 무엇을 배우겠느냐"는 게 류중일 감독의 말이다.
정현욱(LG)은 삼성 시절 투수 최고참으로서 혼자 방을 쓸 수 있는 위치였지만 류중일 감독의 지시로 정인욱과 룸메이트를 이뤘다. 당시 류중일 감독은 "정인욱이 성장하기 위해 훈련 태도를 바꿔야 한다. 좀 열심히 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것 같다"고 아쉬움을 드러낸 뒤 "원정 경기 때 정현욱과 같은 방을 쓰게 하고 있는데 정현욱은 팀내 투수 가운데 최고참이지만 가장 열심히 한다. 방에서도 개인 훈련을 하는 것으로 들었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선배의 행동 하나 하나를 배우며 에이스로 우뚝 서길 기대하는 마음이었다. 정현욱은 틈날때면 후배를 위해 아낌없이 조언했다. 때로는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는 경기가 끝난 뒤 자신이 느낀 부분에 대해 가감없이 전했다. 같은 방을 쓰다보니 자연스레 일어나는 모습이기도 하다.
그래서 류중일 감독은 "신인 뿐만 아니라 저연차 선수들이 혼자 방을 쓰면 뭐하겠냐. 선배와 함께 있으면 무엇이라도 배우고 선배 어려운 것도 알 수 있다"며 "입단 5년차까지 의무적으로 2인 1실을 사용하고 나머지는 선택에 따를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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