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앤젤레스 지역을 대표적인 젊은 스타인 마이크 트라웃(23, LA 에인절스)과 야시엘 푸이그(24, LA 다저스)의 희비가 조금씩은 엇갈린 4연전이다. 첫 2경기에서는 트라웃이 자신의 능력을 과시한 반면 푸이그는 큰 공헌을 하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푸이그는 마지막 경기에서 공수 양면에서 활약, 7-0 승리를 이끌며 자존심을 어느 정도 만회했다.
두 선수는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이미 리그 정상급 선수로 공인되고 있다. 먼저 데뷔해 치고 나간 트라웃은 자타가 공인하는 아메리칸리그 최우수선수(MVP) 후보다. 7일(이하 한국시간) 올 시즌 109경기에서 타율 3할2리, 25홈런, 81타점, 12도루를 기록하며 또 한 번 리그 최고의 선수다운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별들의 잔치라는 2014년 올스타전에서는 MVP가 되기도 했다.
지난해 조금 늦게 출발한 푸이그도 만만치 않은 임팩트다. 지난해는 성적 이상의 강렬한 인상으로 신드롬을 일으켰다. 올해는 다저스의 화려한 외야 이름값에서 가장 확고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105경기에서 타율 3할1푼6리, 13홈런, 55타점으로 다저스 타선을 이끄는 중이다. 기량 외의 스타성은 덤이다. 몸짓 하나하나가 화제를 모으는 선수는 그리 많지 않다.

이런 두 선수가 정점에서 격돌했으니 관심이 모이는 것은 당연했다. 가뜩이나 두 팀 모두 리그 선두를 지키기 위해, 혹은 추월하기 위해 갈 길이 바쁜 상황이었다. 타선의 핵심인 두 선수의 방망이에 비상한 관심이 몰린 이유다. 하지만 두 팀의 맞대결 첫 2경기에서는 트라웃이 웃었다. 푸이그는 고개를 숙였다.
트라웃은 5일 4타수 1안타 1타점으로 시동을 건 것에 이어 6일 경기에서는 클레이튼 커쇼를 상대로 멀티히트를 치며 자신의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잭 그레인키, 클레이튼 커쇼라는 최고의 투수들을 상대로 모두 2루타 한 방씩을 치며 괴롭혔다. 반면 푸이그는 5일 경기에서 4타수 무안타, 6일 경기에서도 4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2경기에서 타율을 7리나 까먹었다. 푸이그가 봉쇄된 다저스는 역시나 어려운 공격을 펼쳐 나가야 했다.
푸이그는 안일한 수비로 멋쩍은 상황을 연출하기도 했다. 중견수로 출전한 푸이그는 5일 경기 중 뜬공을 잡고 잠시 방심하다 발이 그리 빠르지 않은 1루 주자 푸홀스에게 2루를 허용했다. 결국 서로간의 제스처로 가벼운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는데 어쨌든 패배자는 푸이그였다. 6일 경기 전에는 돈 매팅리 감독이 “푸이그가 흥분할까 조금은 걱정”이라고 했는데 그 불안한 예감대로 푸이그는 무안타에 그쳤다.
하지만 마지막 경기에서는 푸이그가 웃었다. 이날 자신의 생일을 맞은 트라웃은 다저스 선발 류현진을 공략하지 못했다. 3타수 무안타에 삼진 하나에 그쳤다. 타율도 3할까지 떨어졌다. 반면 푸이그는 1회와 3회 연속 안타를 때리며 다저스의 기회를 만들었고 결국 3회 득점까지 하며 5타수 2안타를 기록했다. 일부 관중들은 푸이그의 타석 때마다 "MVP"라고 외치기도 했었는데 푸이그가 그런 성원에 보답한 한 판이었다.
어깨를 으쓱거릴 만한 엄청난 수비도 있었다. 4-0으로 앞선 6회 2사 2.3루에서 해밀턴의 타구가 중견수 방향으로 크게 뻗어나갔다. 넘어가지는 않더라도 적어도 2명의 주자가 모두 들어올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끝까지 공에서 시선을 떼지 않은 푸이그가 멋진 점핑 수비로 이 공을 잡아내며 에인절스의 추격 흐름에 완전히 쐐기를 박았다. 류현진의 13승을 돕는 호수비이기도 했다. 마지막 경기에서 웃은 푸이그는 팀의 ‘프리웨이 시리즈’ 승리라는 또 하나의 위안을 수확한 채 에인절스 스타디움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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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인절스 스타디움(LA)=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