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빙의 승부에서 경기 흐름을 완전히 갈라놓은 것은 결국 작은 실수였다. 세밀한 부분에서 아쉬움을 남긴 SK가 좋은 흐름을 이어갈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차버렸다.
SK는 8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KIA와의 경기에서 선발 김광현의 7⅔이닝 2실점 역투에도 불구하고 상대 선발 임준섭을 공략하지 못하며 연장 10회 끝에 2-3으로 아쉽게 졌다. 전날 투타에서 모두 집중력을 과시하며 7-2로 이긴 SK지만 이날은 공수에서 어설픈 플레이가 나오며 7위 탈환에 실패했다. 에이스 김광현을 내고도 패했다는 것은 더 아쉬웠다.
사실 전날 승리의 기운을 이어갈 수 있었던 기회는 적지 않았다. 그러나 스스로 차 버린 듯한 인상이 강했다. 1회부터가 그랬다. SK는 선두 이명기가 좌전안타를 치고 나갔다. 조동화의 유격수 땅볼 때는 상대 야수 선택으로 주자와 타자가 모두 사는 행운도 있었다. 김광현이 마운드에서 버티고 있음을 고려하면 선취점 자체가 상대의 숨통을 조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주루사가 흐름을 꺾었다.

무사 1,2루 상황에서 조동화가 1루에서 너무 벗어난 것이 화근이었다. KIA 포수 차일목이 이 틈을 놓치지 않고 1루에 강하게 송구했고 조동화는 태그 아웃됐다. KIA는 한숨을 돌렸고 반대로 SK는 흐름이 끊기는 상황이었다.
4회 실점 과정에서는 수비가 다소 아쉬웠다. 신종길에게 도루, 그리고 폭투로 3루를 내준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러나 이어진 1사 1,3루 상황에서 병살 플레이 연결에 실패했다. 안치홍이 유격수 땅볼을 쳤는데 김성현이 약간 타구를 기다렸다. 1루 주자를 잡는 데는 별 문제가 없었으나 안치홍을 1루에서 잡지 못하고 1점을 내줬다. 김성현이 위험부담을 감수하고 앞으로 나오며 좀 더 과감한 수비를 했다면 승부가 가능했다.
5회 공격에서는 다시 주루사가 나왔다. 1사 2루에서 임훈이 적시타를 치며 동점을 만든 직후였다. 그러나 임훈이 2루로 뛰다 이번에는 임준섭이 1루에 던진 견제사에 걸렸다. 임준섭을 흔들 기회를 놓친 셈이었다. 6회에는 곧바로 다시 수비에서 작은 실수가 나오며 실점했다. 1사 후 신종길의 강한 타구가 2루수 나주환 쪽으로 향했다. 까다로운 타구이긴 했지만 막을 수 없는 타구는 아닌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나주환이 이를 빠뜨리며 결국 신종길을 살려보냈다.
신종길은 빠른 발로 다시 2루를 훔쳤고 2사 후 나지완의 좌전 적시타가 나오며 KIA가 다시 1점을 앞서 나갔다. 역시 전반적인 수비의 자그마한 문제가 실점으로 이어진 순간이었다. 8회에는 이명기의 적시타로 애써 동점을 만들었지만 2사 1루에서 또 다시 이명기의 도루 시도가 견제에 잡히며 다시 흐름이 끊어졌다. 결국 SK는 경기 끝까지 그 실수를 만회하지 못하고 무릎을 꿇었다. 견제사만 세 번이었다. 1패 이상의 타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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