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역은 아닌데 보는 것만으로 짜증이 밀려온다. 주인공 남녀 사이를 방해하는 이들은 그간 여러 드라마에 있었지만, 이런 역대급 민폐남녀는 참 오랜만이다. tvN 금토드라마 '연애말고 결혼'의 강세아(한선화 분)와 한여름(정진운 분)의 이야기다.
'연애말고 결혼'(극본 주화미, 연출 송현욱)은 각자의 목적으로 거짓연애를 하던 두 남녀 공기태(연우진 분)와 주장미(한그루 분)가 진짜 사랑에 빠져드는 달달한 이야기를 담았다. 황당하지만 신선하진 않은 이 작품 속에서, 시청자의 성질을 돋우는 캐릭터는 누가 뭐래도 세아와 여름이다.
지난 8일 방송된 '연애말고 결혼' 11회에서는 초반부터 기태와 장미의 묘한 '찌릿함'으로 시작, 불륜녀와의 통쾌한 몸싸움 후 장미를 정식 며느리로 받아들이겠다는 기태 어머니(김해숙 분), 한 침대에서 돌발 포옹과 첫 동침(?)으로 한층 밀접해진 기태-장미의 이야기가 순차적으로 그려졌다.

연이은 달달한 모습을 연달아 보여주며 시청자를 안심시켰던 '연애말고 결혼'은 아니나다를까 방송말미 세아와 여름의 기습 등장으로 산산조각 내며, 순식간에 모든 것을 원점으로 되돌렸다. 11회 부제 '고백(GO BACK)'이 왜 'GO BACK'인지를 깨닫게 하는 순간이었다. 어렵게 쌓아올린 기태-장미 두 사람의 관계가 '와르르' 무너졌다.
장미를 향한 프러포즈를 준비하던 기태의 앞에는 불청객이자 훼방꾼인 세아가 나타났다. 세아는 여기에 한 술 더 떠서 "우리 결혼하자"고 고백해 기태와 보는 이 모두를 당황케 만들었다. 장미는 여름이 막았다. 여름은 기태의 어머니가 보는 앞에서 장미와 포옹을 나눠 의심을 부추겼다.
이같은 일로, 이제 남은 건 또 다시 기태와 장미 사이를 막아선 먹구름이다. 총 16회의 드라마며, 아직 5회나 남아있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내용상 전개될 이야기는 충분히 많다. 하지만 문제는 줄곧 욕을 먹고 있는 여름과 세아의 캐릭터의 향후 행보다.
공감을 얻지 못한 이들 캐릭터가 꾸준히 주인공 남녀의 사랑 훼방에만 집중한 채, 별다른 당위성을 입증하지 못한다면 이들은 아마 역대급 민폐남녀의 대표주자로 거듭나지 않을까 걱정될 정도다. 자신이 맡은 황당한 캐릭터 탓에 먹지 않아도 될 욕까지 모두 떠안고 있는 두 연기돌 정진운과 한선화까지 왠지 안쓰럽다.
gato@osen.co.kr
tvN '연애말고 결혼'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