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에서 외국인선수가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크다. 그러나 정작 그들에 대한 수상 기준은 너무도 높았다. 지난 1998년 외국인선수 제도 도입 후 지난해까지 15년 동안 외국인 골든글러버는 10차례밖에 나오지 않았다.
역대를 통틀어 황금 장갑을 손에 낀 외국인은 1999년 롯데 펠릭스 호세, 한화 댄 로마이어, 2000년 두산 타이론 우즈, 2002년 삼성 틸슨 브리또, 2004년 현대 클리프 브룸바, 2005년 현대 래리 서튼, 한화 제이 데이비스, 2007년 두산 다니엘 리오스, 2008년 롯데 카림 가르시아, 2009년 KIA 아퀼리노 로페즈 등 10명밖에 되지 않았다.
1998년 OB 타이론 우즈는 한 시즌 최다 홈런 신기록을 세우며 MVP를 차지하고도 정작 골든글러브 1루수 부문에서는 삼성 이승엽에게 밀렸다. 압도적인 성적이 아닌 이상 한국은 골든글러브에서 외국인선수를 배척했다. 특히 지난 2년 동안 외국인 투수들이 골든글러브를 받지 못해 논란을 낳았다.

2012년 넥센 브랜든 나이트는 30경기에서 16승4패 평균자책점 2.20 승률 8할을 기록하며 평균자책점 전체 1위, 다승·승률 2위에 올랐다. 리그에서 유일하게 200이닝(208⅔)을 넘기며 2005년 이후 한 시즌 최다 27차례 퀄리티 스타트를 작성했다.
누가 보더라도 2012년 최고의 선발투수는 나이트였지만 골든글러브는 삼성 장원삼이 받았다. 장원삼도 27경기 17승6패1홀드 평균자책점 3.55로 생애 첫 다승왕을 차지하며 훌륭한 시즌을 보냈지만 나이트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나이트에게는 외국인선수라는 수식어가 짐이었다.
지난해에도 평균자책점 1위를 차지한 NC 찰리 쉬렉, 다승 1위에 오른 SK 크리스 세든 두 명의 외국인 투수가 골든글러브 후보로 이름을 올렸지만, 구원왕을 차지한 넥센 손승락에게 압도적으로 밀렸다. 2012년 만큼은 아니었지만 이 부분에 있어서도 적잖은 논란이 일어났다.
그렇다면 과연 올해는 외국인 골든글러버가 나올 수 있을까. 현재로서는 유력하다. 투수 부문에서 넥센 외국인 투수 앤디 밴헤켄이 워낙 압도적이기 때문이다. 올해로 한국야구 3년차가 된 밴헤켄은 23경기 16승4패 평균자책점 2.79를 기록하고 있다. 7년만의 20승에 도전하며 다승 1위와 평균자책점 2위에 올랐다. 투구이닝(140⅔) 퀄리티 스타트(15회) 1위로 독보적이다.
타고투저 시즌을 맞아 밴헤켄의 압도적인 투구는 어느 때보다 빛난다. 토종 투수로 SK 김광현(11승6패·3.13)이 분투하고 있지만 후반기 대반전이 아니라면 밴헤켄을 뛰어넘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2009년 KIA 로페즈 이후 5년만의 외국인 골든글러버 탄생을 기대하게 한다.
외국인 야수 중에는 삼성 2루수 야마이코 나바로가 88경기 타율 3할3푼1리 115안타 24홈런 74타점 86득점 14도루로 맹활약하고 있지만 수상을 장담하기 쉽지 않다. 2루에는 최다안타·득점 1위, 도루 3위에 랭크돼 있는 넥센 서건창이 맹활약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바로의 성적도 워낙 좋아 박빙의 경쟁이 예상된다. 만약 나바로가 수상한다면 2008년 가르시아 이후 6년만의 외국인 야수 골든글러버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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