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경기가 열리는 날 야구장에서 그의 모습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덥수룩한 수염에 짙은 선글라스 그리고 한화 모자와 유니폼까지. 유니폼에 마킹된 '루크씨'로 유명한 루크 호그랜드(29)씨가 주인공이다. 열혈 한화팬으로 이제는 야구장에서 유명인사가 됐다.
한화는 팬들의 충성도가 어느 팀보다 강하기로 유명하다. 미국인이지만 루크씨의 충성도도 웬만한 한국인 팬들을 능가한다. 넥센의 '테드찡'으로 잘 알려져있는 테드 스미스씨처럼 루크씨도 명물 한화팬으로 떠올랐다. 대전 뿐만 아니라 원정 경기까지 찾아가 뜨거운 열정 응원을 마다하지 않는다.
대전의 한 고등학교에서 원어민 영어교사로 일하고 있는 루크씨는 지난 2008년 10월 처음 한국에 왔다. 그는 "2009년부터 한국야구를 보며 2010년부터 팬이 됐다. 작년부터 야구장에서 본격적으로 응원을 시작했다"며 "마산구장을 빼고 전국의 모든 야구장을 갔다. 마산은 다음주에 갈 예정"이라고 이야기했다.

루크씨는 "요즘 야구장에서 알아보시는 분들이 많아졌다. 야구장에서 한화를 응원하는 게 재미있다"며 "대전에서 일하고 있고, 지역에 한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아 자연스럽게 이글스팬이 됐다. 좋아하는 선수로는 (SK로 트레이드된) 이대수와 함께 한상훈·김경언이 있다. 김태균·김태완도 좋다"고 말했다.
그런데 지는 경기가 압도적으로 많은 한화를 보는 게 힘들 법도 하다. 루크씨도 인정했다. 그는 "어려운 문제다. 많이 어렵다. 경기를 지면 열도 받고, 스트레스도 받는다. 하지만 경기 끝나고 잊어버리려 한다. 다음 경기만을 한다"며 "한국에 와서 대전에서 6년째 살고 있다. 원래 1년만 있을 예정이었는데 그게 벌써 6년이 됐다. 이제는 이곳과 한화가 고향처럼 느껴진다. 앞으로 계속 한국에서 살고 싶은 마음이 있다"고 웃었다.
캘리포니아주 몬테레 출신의 루크씨는 미국에 있을 때에는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팬이었다. 턱수염이 트레이드마크인 LA 다저스 브라이언 윌슨과 닮았다는 소리도 자주 드는 루크씨는 "다저스는 샌프란시스코 라이벌이라 싫어한다"며 솔직하게 말한 뒤 "한국은 류현진 때문에 다저스팬이 많다"고 웃어보였다.
루크씨는 올해부터 한화 구단의 외국인 야구장 투어 및 어린이 영어 캠프 가이드가 돼 외국인 홍보대사 격으로 일하고 있다. 이제 한화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 그는 "한화가 우승하는 것을 생각만 해도 좋다. 우승하면 춤도 추고, 노래도 부르고 행복할 것 같다"며 "요즘 시즌 초반에 비해 관중들이 많이 줄었다. 계속 경기장에 와서 열심히 응원했으면 좋겠다. 우승하는 그날까지 의리있게 응원을 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waw@osen.co.kr

한화 이글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