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런왕이나 20승 투수가 강팀의 필수조건은 아니다. 진정한 강팀은 매일 새로운 영웅이 탄생하는 팀이다. 주축 선수가 자리를 비워도, 누군가가 올라와 그 자리를 메운다. 슈퍼스타 한두 명에 의존하지 않고, 26명 모두가 스타가 될 수 있는 팀이 페넌트레이스 마라톤에서 진가를 발휘한다.
최근의 LG가 그렇다. 어느덧 4위 롯데를 1.5경기 차이로 따라붙었다. 6월 11일까지만 해도 최하위에 있던 팀이 기적을 연출하고 있다. 홈런왕 타자도 없고, 다승왕 투수도 없다. 그래도 강하다. 팀 타율(.282)과 팀 OPS(.772) 팀 홈런(69개) 부문에서 최하위지만 응집력을 앞세워 점수를 뽑는다. 누구나 주인공이 되는 지뢰밭 타선으로 매 경기 대역전극을 연출하고 있다.
더 이상 박용택 정성훈 이진영 이병규(7번)만 넘어가면 되는 팀이 아니다. 손주인(타율 .314)은 하위 타선의 4번 타자 역할을 하고 있다. 최경철의 31타점은 리그 전체 포수 중 이재원과 양의지에 이은 3위다. 혜성처럼 등장한 황목치승(타율 .429)과 한 고비를 넘은 채은성(타율 .333)도 매섭게 배트를 휘두른다. 허벅지 부상으로 제대로 출장하지 못했던 스나이더는 8일 마산 NC전에서 볼넷 두 개를 고르고 시즌 2호 홈런을 터뜨렸다.

이렇게 타자들이 동시에 터지니 쉽게 점수가 올라갈 수밖에 없다. 정성훈 황목치승의 테이블 세터진부터 손주인 최경철의 하위타선까지 타순에 구애받지 않고 찬스서 한 방을 터뜨린다. 상위타선에만 집중하고 하위타선서 긴장을 풀었다가는 큰 코 다친다.
실제로 LG는 후반기 하위타선(6번에서 9번 타순) 타율 2할9푼9리로 테이블세터(.204)·클린업트리오(.247)의 타율보다 월등히 높다. 더 고무적인 면은 경기 막바지에 강하다는 점이다. 7회부터 9회까지 팀 타율 3할7리로 타율 부문 리그 2위이며 홈런도 7개를 기록 중이다. 후반기 9승 중 8승이 역전승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런데 아직 정점을 찍지 않았다. 이병규(9번)와 오지환이 합류를 준비하고 있는 가운데, 이들이 돌아오면 보다 막강한 타선을 구축하게 된다. 이병규는 하위타선을 더 두텁게 만들 것이며, 팀 내 도루 1위(23개) 오지환은 기동력과 장타력을 가져올 것이다. 스나이더의 정상 출장에 이병규의 복귀까지 이뤄지면 더 이상 베테랑 외야진의 체력소모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 오지환은 다리로 상대 배터리를 흔들고, 수비로는 내야진 운용의 폭을 넓힌다. 오지환-황목치승의 광속 키스톤 콤비도 기대할만하다.
LG는 지난해에도 지뢰밭 타선을 앞세워 브레이크 없이 질주했었다. 베테랑 타자들과 정의윤 김용의 문선재 등이 함께 폭발했다. 그러면서 LG는 5월 19일부터 9월 18일까지 56승 27패로 일찍이 포스트시즌 티켓을 확보했다. 비록 올 시즌은 시작이 늦었지만, 아직 34경기나 남았다. 이병규와 오지환이 돌아오면 상승세는 더 뚜렷해질 것이다.
양상문 감독은 4위권 진입을 바라볼 수 있는 마지노선으로 5할 승률 ‘-5’를 꼽았다. LG는 8일 마산 NC전 승리로 44승 49패 1무, 정확히 5할 승률 ‘-5’를 찍었다. 주말 2경기 결과에 따라 4위 점프도 가능하다. 양 감독이 약속한 9월까지 5할 승률 복귀도 머지않았다. 약 3개월 전 양 감독이 LG 유니폼을 입으며 세웠던 구상들이 소름끼치도록 정확히 맞아떨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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