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시즌 중 불펜에서 선발로 전환한 노경은은 2년간 쉴 새 없이 공을 던졌다. 많은 경기에서 많은 이닝을 소화했고, 지난 시즌 전에는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까지 다녀와 육체적으로 지치는 것은 당연했다. 게다가 지난겨울 정신적으로 믿고 의지하던 김진욱 감독과 정명원 코치가 모두 팀을 떠나는 일도 있었다.
육체적 피로와 두 스승을 잃은 상실감이 전적인 원인은 아니겠지만, 노경은은 올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6월에는 선발진에서 제외된 뒤 불펜으로 보직이 변경됐고, 다시 선발로 돌아온 뒤에도 확실히 달라진 모습을 보이지 못해 1군 엔트리에서도 빠졌다.
퓨처스리그에서는 달라진 피칭이 나타났다. 노경은은 8일 화성 히어로즈 베이스볼 파크에서 열린 2014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퓨처스리그 화성 히어로즈와의 경기에 선발로 등판해 5이닝 동안 6피안타 2탈삼진 1실점 호투했고, 팀의 10-3 승리 속에 승리투수가 됐다. 무엇보다 볼넷이 하나도 없다는 점이 고무적이었다.

두산 관계자는 노경은의 피칭에 대해 “최고 구속은 144km까지 나왔고, 80% 정도의 힘으로 던졌다”고 밝혔다. 아파서 내려간 선수가 아닌 만큼 전력투구를 하는 대신에 힘을 뺀 채로 던지면서 전체적인 밸런스를 점검하고 경기 감각을 잃지 않게 하려는 의도다.
이날 노경은의 퓨처스리그 등판은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송일수 감독은 노경은을 말소할 당시에 “열흘이 지나면 다시 1군에 부를 것이다”라고 했다. 1일에 말소된 노경은은 11일 복귀가 가능하다. 그러나 두산이 12일부터 경기가 있기에 11일에 등록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등판일을 고려하면 13일 이후에 등록될 것이라는 예상이 가능하다. 선발 등판을 했으니 최소 4일은 쉬어야 하는데, 이러한 원칙을 따르면 빨라도 13일에나 등판 가능하다. 5일 휴식을 취한다면 14일이고, 니퍼트가 노경은보다 먼저 등판해 일정이 밀리게 된다면 15일 혹은 그 이후에 오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복귀 시기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지금 노경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정신적인 준비다. 송일수 감독도 노경은이 1군에서 부진을 거듭할 때마다 심리적으로 안정되지 못했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언급했다. 퓨처스 팀 관계자 또한 “노경은은 구위가 좋은 투수다. 지금은 자신감을 찾기 위해 내려온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말들을 종합해보면 두산이 노경은을 위한 일종의 ‘힐링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퓨처스 팀에서는 노경은이 정신적인 안정을 찾을 수 있게 배려를 하고 있다. 8일 피칭 때도 노경은이 던지고 싶은 만큼만 던지고 내려올 수 있게 결정권을 줬다. 또한 구단 관계자는 “1군에서 뛰던 투수는 본인의 부진으로 팀이 안 좋아지면 정신적으로 무너질 수 있다. 지금은 코치들과 대화도 하면서 밸런스를 잡고, 힐링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로 인해 현재는 노경은이 심리적인 안정을 찾아가는 단계다. 지난해 수석코치로 노경은과 함께 1군에 있었던 퓨처스 팀의 황병일 감독도 “경은이가 처음 왔을 때보다 많이 밝아진 것 같다”고 전했다. 힘들었던 현실에서 벗어나 잠시 여유를 갖는 것은 비단 야구선수뿐만 아니라 누구에게나 도움이 될 수 있다.
노경은을 위한 시간 중 이제 절반 이상이 흘렀다. 8월 중순부터는 본격적으로 팀의 4강 추격에 힘을 보태야 한다. 휴식과 안정의 시간이 다시 1군에 돌아올 노경은을 어떻게 바꿔놓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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