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감 넘치는 FIBA룰, KBL보다 재밌다
OSEN 서정환 기자
발행 2014.08.09 10: 09

국제경쟁력과 흥행을 모두 원한다면 FIBA룰을 따르는 것이 어떨까.
8년 만의 ‘국내 농구A매치’가 대박을 터트렸다. 지난 29일과 31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개최된 남자농구 뉴질랜드 대표팀과의 평가전은 농구 팬들의 열망과 갈증을 확인할 수 있었던 자리였다. KBL에 따르면 1차전에 6114명이 가득 차 판매분 6000석이 매진됐다. 2차전에서도 매진행렬이 이어졌다. 체육관 수용인원을 초과한 6523명이 들어찼다. 복도에서 서서 경기를 관전하는 팬들도 있었다.
흥행요소가 많았다. 국가대표팀을 응원하는 애국심, 비시즌 한 여름에 치러진 농구경기, 8년 만의 A매치, 학생들의 방학 등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다. 그 중 ‘프로농구보다 경기가 박진감이 넘친다’는 팬들의 의견도 많았다.

A매치는 KBL과 달리 국제농구연맹(FIBA) 규칙으로 경기가 진행된다. 웬만한 몸싸움에 파울이 불리지 않았다. 골밑에서 센터들이 박진감 넘치는 몸싸움을 펼쳤다. 한국 선수들이 거친 몸싸움을 어떻게 이겨내는지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또 잦은 파울로 경기흐름이 끊기는 KBL과 달리 쭉 리듬이 이어졌다. 덕분에 관중들이 마치 축구경기처럼 시종일관 경기에 몰입할 수 있었다.
농구의 꽃은 속공이다. 화려한 속공에서 덩크슛 등 호쾌한 장면이 많이 연출된다. 하지만 프로농구에서는 속공이 나올만한 장면을 미리 파울로 차단하는 것이 미덕처럼 여겨지고 있다. 이 때문에 속공을 의도적으로 끊으면 자유투 2구와 공격권을 주는 ‘속공파울’이란 로컬룰이 등장했다. 공격팀에 대한 일정 보상의 효과는 있었다. 다만 공격에 대한 선수들의 인식 자체를 바꾸지는 못했다. 여전히 선수들은 속공을 먹어 상대편 기를 살려주느니 파울하는 편이 낫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속공을 파울로 끊지 않은 선수를 질책하는 지도자들 성향도 여전하다.
세계농구는 한국프로농구의 흐름과 정반대다. 어느 정도 몸싸움을 권장하는 추세다. 거친 경기에서 살아남으려면 파울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파울트러블을 우려해 속공에서 함부로 파울을 쓸 수가 없다. 애초에 외국선수들은 속공을 끝까지 따라가 뒤에서 블록슛을 노리거나 미리 자리를 잡아 공격자 파울을 유도하는 편이다. 적극적으로 공격을 막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비시즌 국가대표에 차출된 선수들은 프로농구와 다른 FIBA룰에 적응하느라 애를 먹는다. 파울콜은 짠데 트래블링은 더 세게 부는 판정에 평정심을 잃는 경우가 있다. 프로농구가 FIBA룰로 통일하면 해결되는 부분이다. A매치 흥행을 통해 FIBA룰이 흥행에도 적합하다는 것이 일부 증명이 됐다. 아울러 FIBA룰을 도입하면 중국, 필리핀, 일본 등이 두루 참여하는 아시아 슈퍼리그 창설 등에도 탄력을 받을 수 있다.
8월부로 임기를 시작한 김영기 KBL 8대 총재는 취임식에서 “공격제한시간 8초 안에 파울을 하면 자유투를 주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선수들의 근본인식이 바뀌지 않는 상황에서 또 다른 로컬룰의 도입은 혼란만 가중시킬 수 있다. KBL이 흥행을 위해서라도 FIBA룰을 도입하는 것을 심사숙고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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