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어깨 상태 회복차 재활군에서 땀을 흘리고 있는 박정배(32, SK)는 구단으로부터 한 통을 전화를 받았다. 지난 2일이었다. “이날 경기가 끝난 후 진행되는 불꽃놀이를 꼭 지켜보라”라는 신신당부였다. 이상한 일이었다.
재활 중인 선수가 관중석에 앉아 야구를 보는 일은 그렇게 흔치 않은 일이다. 여기에 야구보다는 “불꽃놀이”를 더 집중해서 보라니. 박정배도 처음에는 의아해했다. 그러나 다 이유가 있었다. 아내, 그리고 두 아이와 함께 관중석 한구석에 앉아 불꽃놀이를 보던 박정배의 눈가는 어느덧 촉촉해졌다. 매주 토요일 홈경기 후 진행돼 선수들에게는 그렇게 특별할 것이 없는 불꽃놀이지만 이날은 자신을 주인공으로 한 테마였기 때문에 의미가 남달랐다.
불꽃이 터지기 전, 암전의 적막한 경기장에는 선수들이 선수들에게 보내는 메시지가 울려 퍼졌다. 임훈은 박정배에게, 이재원은 진해수에게, 그리고 조웅천 투수코치가 전체 불펜 투수들에게 보내는 영상 편지가 경기장을 차분하게 감싸 돌았다. 지난 2일 불꽃축제는 올 시즌 유독 많은 이닝을 소화하면서 고생이 많았던 불펜 투수 모두에 대한 고마움과 미안한 마음의 전달이자, 다른 시즌에 비해 좋지 않은 성적으로 마음고생하는 모든 선수들을 위한 구단의 격려가 핵심이었다.

박정배는 SK 불펜의 핵심 투수다. 전반기에만 43경기에 나가 6승4패1세이브10홀드 평균자책점 5.82를 기록했다. 평균자책점이 다소 높기는 했지만 팀이 필요할 때마다 묵묵히 나가 공을 던진 박정배를 나무랄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런 박정배는 어깨 상태가 좋지 않아 후반기 시작과 함께 재활군으로 내려갔고 지금은 푹 쉬며 회복에 주력 중이다. 6일에는 일본으로 떠나 정확한 어깨 검진을 받았다.
누구보다도 야구인생의 굴곡이 심했던 박정배였다. 선수들도 모두 그 인간승리의 스토리를 알고 있다. 그런 박정배라 이번 부상에 대한 안타까움이 배로 커졌던 것이 사실이었다. 임훈은 영상편지를 통해 “정배형, 지금 아파서 재활군에 가 있는데 저희들도 정배형을 많이 기다리고 있어요. 빨리 부상 완치해서 다시 좋은 모습을 보여주길 바라겠습니다. 빨리 올라오세요. 파이팅”이라는 메시지로 완쾌를 기원했다. 가족들과 함께 후배들의 마음씨에 힘을 얻은 박정배도 '고맙다'라는 전화를 잊지 않으며 더 치열한 재활 과정을 다짐했다.
한편 이재원은 진해수에게 “팀 중간 투수 중에서 가장 힘들 텐데 힘든 내색 없이 공을 던져주고 저한테 많은 도움을 줘서 항상 고맙게 생각하고요. 저도 많은 도움을 드릴 테니 지금처럼만 했으면 좋겠어요”라며 애틋한 심정을 드러냈다.
조웅천 투수코치도 “중간투수들이 힘들게 고생하고 있다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다. 나도 중간에서 오래 뛰다보니 준비과정이나 위기상황에서 불을 끈다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안다. 무더운 여름을 잘 이겨낼 수 있도록 몸 관리를 잘해주고 경기 나갔을 때 씩씩한 모습, 활기찬 모습을 보여줄 수 있도록 노력하자”라며 제자이자 후배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드러냈다. 비록 성적 탓에 선수들이 느끼는 중압감은 크지만 이처럼 서로가 서로를 의지하는 팀워크가 있는 한 SK의 시즌도 끝까지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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