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것도 이뤄내지 못했다. 여론의 비판은 더 따가워졌고 그것을 감수하면서까지 추구했던 승리에도 그다지 도움이 되지 못했다. 찰리 쉬렉(29, NC)의 ‘파문 후 첫 등판’은 그렇게 실익 없이 끝났다. 후유증을 치유하기는커녕 아픔만 더 커졌다.
찰리는 9일 마산구장에서 열린 SK와의 경기에서 선발 등판했다. 팀이 연패에 빠진 상황이라 ‘에이스’ 찰리에 대한 기대는 컸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자 실망스러웠다. 1회부터 5회까지 매 이닝 실점하며 5이닝 동안 12피안타(2피홈런) 1볼넷 9실점(8자책점)으로 부진했다. 평균자책점도 2점대가 무너졌다.
등판 전부터 우려가 있었다. 직전 경기에서 한국프로야구에 큰 파문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찰리는 3일 문학 SK전에서 1회 주심의 볼 판정에 불만을 품고 항의하다 퇴장을 당했고 이어 주심에게 비속한 욕설을 퍼부어 논란이 됐다. 결국 4일 한국야구위원회(KBO)로부터 유소년 봉사활동 40시간, 그리고 제재금 200만 원의 징계를 받았다. NC 구단도 4일 기자회견을 열고 공식 사과했으며 자체 내규에 의거해 5000달러의 벌금을 따로 부과했으나 논란은 가라앉지 않았다.

평상시 얌전하고 신사적인 이미지의 찰리의 행동이라 충격이 컸고 여론의 대세를 이뤘던 ‘출장정지’ 처분이 없어 더 논란이 커졌다. KBO 차원에서 출정정지 처분이 없었으니 남은 것은 NC의 자체 징계였지만 결국 찰리는 이날 등판하며 또 다른 논란을 만들었다. 자숙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는 꾸준한 지적에도 사실상 출장정지 처분 없이 경기에 나선 것이다. 분명 NC로서는 위험부담을 안은 등판이었다.
급한 팀 사정이 반영됐을 수도 있지만 결과도 좋지 않았다는 점에서 두 배의 타격이었다. 징계의 부담 탓인지 평상시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찰리는 시즌 최다 피안타, 최다 실점의 멍에를 쓰며 마운드에서 물러났다. 뭔가 부담을 가진 모습이었던 찰리는 변화구가 SK의 타자들의 표적이 되며 버티지 못했다. 자신감도 떨어졌고 5회 정상호에게 던진 초구 직구는 또 하나의 논란을 낳을 수 있었다.
결과론이긴 하지만 찰리의 등판을 한 차례 걸렀다면 어땠을까. 구단 일각에서도 그런 의견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그랬다면 구단에서도 여론을 가라앉히는 계기, 찰리에게도 차분히 심신을 가다듬는 계기가 될 수 있었을지 모른다. 상처가 난 구단 이미지를 조금은 회복하는 방법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만약 찰리가 이날 승리를 따냈다고 하더라도 곱지 않은 시선이 존재했을 것은 분명하다. 이를 고려하면 NC는 애당초 그다지 좋지 못한 패를 가지고 있었던 것은 확실하다. NC는 포스트시즌 진출이 유력한 팀이다. 아껴야 했을 패인 찰리를 정면승부에 허비한 것은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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