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명량'(감독 김한민)이 경쟁작을 뚫고 1000만 고지를 점령한다. 개봉 후 12일만의 일이다. 역대급 대작들의 출혈성 경쟁에 다소 힘겨운 전투가 될거라 여겨졌던 이 스코어는 예상외로 여유까지 묻어나는 모양새다.
'배우 최민식은 없고 이순신만 있었다'는 이야기가 허투로 들리지 않을 정도로 '명량'은 우리 모두의 가슴을 쩌렁쩌렁 울릴만큼 크나큰 감동을 선사했고, 영화를 본 관객들을 통해 전달되는 입소문은 이같이 기록적인 스코어를 단기간에 달성케 이끌었다.
역대 12번째 국내영화로는 10번째로 천만 클럽에 입성한 '명량'은 기존 천만 영화들의 대표 공식들과도 일치하는 부분들이 많았지만, 일면에는 다수의 천만영화들과는 또 다른 '명량'만의 새로운 공식이 쓰여지며 더욱 빛을 발산했다.

# 개봉 초반 중·장년층 관람 붐
'명량'은 그 시작부터 달랐다.
기존 천만 영화들이 한국 극장가 주관객층인 20~30대를 중심으로 관람된 후 온라인과 SNS 등을 통해 입소문을 통해 전세대로 관객층이 번졌던 것과 달리, '명량'은 중장년층이 초반 흥행을 견인하며 이같은 결과물을 도출했다.
이는 오랜만에 중장년층이 극장에서 볼 수 있는 영화가 등장한 것을 의미하기도 했거니와, 중장년층 뿐 아니라 모든 세대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영화임이 입증된 셈. 또한 민족적 영웅 이순신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부모가 자녀를 데리고 교육적인 형태의 관람도 병행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이야기
'명량'은 이미 모두가 다 알고 있는 이야기다.
기존 천만영화인 '아바타' '괴물' '해운대' '실미도' 등이 독특한 소재로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 '왕의 남자' '태극기 휘날리며'가 알려진 역사를 상상력에 버무려 관객들로부터 스토리적 궁금증을 유발했던 것과 달리 '명량'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성웅 이순신의 이야기를 다뤘다.

모두가 알고 있는 영화의 결과, 이렇다할 반전도 없는 이 영화는 오히려 더 많은 이들을 극장으로 불러모으는 놀라움을 일궈냈다. 글로만 알고 있던 역사를 스크린 속에 생생하게 부활한 영상을 보기 위해 무려 천만명이 넘는 관객들이 극장을 찾았다.
# 웃음기가 쏙 빠진 정통 역사물
'명량'은 오랜만에 굵은 선으로 깊게 새겨진 정통 사극이다. 덕분에 영화를 보는 내내 웃음을 유발하는 장면이 전무하다.
이는 최근의 국내 천만 영화들 '도둑들' '광해, 왕이 된 남자' '변호인' '7번방의 선물' 등이 웃음과 감동을 흥행코드로 채택한 전형성을 과감하게 탈피했다. 정통 역사물을 표방해 이 같은 관객몰이를 했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 눈여겨볼 만한 요소다.
캐스팅은 화려했지만, 이순신으로 활약한 최민식의 원톱 영화에 가까웠던 부분도 독특하다. 이 또한 최근 여러 천만 영화들이 멀티 캐스팅을 내세우거나('도둑들'), 혹은 중심인물을 둘러싼 주변인물들에 스토리와 재미를 부여하는 방식('변호인')보다는 오직 이순신에 포커싱을 맞춰 뚝심이 돋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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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량'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