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량 끝에서 터진 생애 첫 만루포였다.
선동렬 KIA 감독은 9일 광주-기아 챔피언스 필드에서 열린 롯데와의 경기를 앞두고 푸념을 했다. "1경기에 3점 뽑기기 힘들다. 타선이 안맞아도 너무 안맞는다. 투수력이 좋아지는 기미가 보이는데 타자들이 하나같이 슬럼프에 빠졌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득점력 빈곤은 후반기 부진의 원인이었다.
그러나 타격망에서 타격훈련하고 있는 안치홍을 쳐다보며 "그래도 안치홍은 자신의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다"고 대견스러워하는 표정을 지었다. 아시안게임 대표에서 탈락됐는데도 꾸준히 자신의 타격을 하는 안치홍을 칭찬한 것이다. 그럼에도 안치홍이 이날 승리를 안겨주는 역전 만루포를 터트릴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안치홍은 이날 경기에서 만루홈런 포함 3안타를 터트리며 팀 역전극의 일등공신 노릇을 했다. 2루수 겸 5번타자로 출전한 안치홍은 2회 무사 1루에서 우익수 옆으로 굴러가는 안타를 날려 1,3루 기회를 만들었지만 후속타 불발로 그대로 벤치에 들어왔다.
5회에서는 선두타자로 등장해 좌전안타를 터트렸고 이범호의 우월 투런포가 나와 첫 득점을 기록했다. 7회 세 번째 타석은 우익수 뜬공을 몰러나 숨을 골랐다. 팀은 6회부터 8회까지 불펜투수들이 각각 한 점씩 헌납해 2-3으로 역전을 당했다.
결정타는 마지막에 나왔다. 신종길의 적시타로 동점을 만들고 필의 볼넷으로 만든 1사 만루에서 타석에 들어선 안치홍은 롯데 투수 홍성민의 바깥쪽 직구를 끌어당겨 타구를 단숨에 왼쪽 담장 너머로 보냈다. 생애 첫 만루홈런이자 시즌 16호 홈런이었다. 시즌 72타점을 기록하며 나지완과 함께 팀내 공동 1위에 올랐다.
KIA에게 이 홈런을 중요했다. 이날 만일 패했다면 4위 롯데에 6경기차로 벌어지면서 4강은 물건너가는 것이었다. 오히려 최하위 한화에 2.5경기차로 쫓기는 신세가 될 뻔 했다. 사실상 팀은 그대로 무너질 수 밖에 없었지만 안치홍의 한 방으로 기사회생했다.
더욱이 자신의 8회 수비때 1사만루에서 손아섭의 타구를 잡으려다 미끌어지며 병살로 연결시키지 못한 실수도 있었다. 결국 역전점수를 허용하면서 승부의 물줄기를 넘겨주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안치홍은 마지막 기회에서 자신과 팀을 벼랑끝에서 살려내는 귀중한 역전 만루포를 날렸다.
경기후 안치홍은 "공식경기 첫 만루홈런이라 기분이 좋다. 수비 실수를 만회하겠다는 마음이 강했다. 하지만 신종길 선배의 적시타를 보면서 그런 기분을 가지면 타격에 부담이 될 것이라 생각하고 마음을 비우고 타석에 들어선 것이 좋은 결과가 나왔다. 상대투수의 초구와 2구 모두 가운데로 몰리는 실투가 들어와 운좋게 홈런을 기록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꾸준한 타격상승세를 유지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그동안 웨이트와 타격 밸런스 훈련을 많이 한 것도 타격에 도움을 주고 있지만 무엇보다 예민한 성격을 버리고 단순하게 타격에 임한게 가장 크게 도움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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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