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당 로맨스'를 표방했던 tvN 드라마 '연애 말고 결혼'이 과도한 밀당으로 진도를 못 나간 채 표류 중이다. 지지부진하고 답답한 전개에 시청자들은 '다음 회는…'이란 생각으로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TV앞을 지키고 있는 모양새다. '욕하면서 본다'는 막장 드라마도 비슷한 이치일까.
'연애 말고 결혼'은 총 16회 중 12회가 진행되는 동안 두 남녀주인공 공기태(연우진 분)와 주장미(한그루 분)는 서로의 마음은 커녕 자신의 마음조차 제대로 모른 채 상대방을 밀었다 당겼다를 반복했다. 기태와 장미는 애매모호한 감정을 주거니받거니 하며 보는 이들을 애태웠다.
지난 9일 방송된 '연애 말고 결혼'(극본 주화미, 연출 송현욱) 12회 '진심은 통할까?' 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지난회 말미 강세아(한선화 분)와 한여름(정진운 분)의 훼방으로 또 다시 크게 엇갈린 기태와 장미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았다.

결혼 준비는 취소됐고, 장미의 부모님은 이혼을 선언했다. 장미는 직장에서 쫓겨났으며, 기태의 진심을 들었음에도 여전히 그를 멀리했다. 기태는 그럴수록 장미를 오히려 갈구했다. 혼자인 집에서 장미의 환청을 듣고 환상을 보며 심각한 상사병에 시달릴 정도였다.
이는 앞서 11회 동안 방송된 '연애 말고 결혼' 내용의 반복에 가까웠다. 기태는 장미에 흔들렸다가도 밀어냈고, 밀어내다가도 손을 뻗어 포옹했다. 장미는 이런 기태의 태도를 당최 이해하지 못했고, 종종 여름의 품에서 위로를 받으며 기태와 시청자 모두를 답답케 했다.
큰 변화는 없다. 그저 남녀 주인공의 밀당만 회마다 수없이 반복 재생될 뿐이었다. 기태와 장미의 밀당을 위해서 갈등 요인으로 활용된 여름과 세아는 수시로 등장해야 했고, 개연성과 당위성 보다는 두 사람의 관계를 흐트러뜨리는 데 집중해 시청자 공감 형성엔 실패했다.

이제 남은 회차는 단 4회. 뒤늦게 본심을 깨달은 두 사람이 처음으로 서로를 향해 전력질주하는 장면이 12회의 엔딩을 장식한 만큼, 시청자들은 이번에도 '다음 회는…'이라는 바람을 품게 됐다. 물론 모든 드라마에는 밀당과 갈등은 필수다. 하지만 필수요소가 공감을 엇나갈 정도로 과해지면 부작용도 있다는 걸 깨달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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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 말고 결혼'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