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닝이터' 리오단, 특급투수 진화의 조건
OSEN 윤세호 기자
발행 2014.08.10 06: 30

분명 벌써부터 외국인선수의 미래를 논하기는 너무 이르다. 하지만 양상문 감독의 2015시즌 계획에는 코리 리오단(28)이 자리하고 있는 듯하다. 리오단이 원포인트 레슨을 통해 반등한 만큼, 양 감독은 리오단을 더 높은 곳으로 올리려고 한다.
양 감독은 지난 3일 잠실 넥센전을 앞두고 “리오단이 체인지업만 좀 더 가다듬으면 훨씬 좋은 투수가 될 것 같다. 체인지업이 확실하게 떨어질 경우, 13승에서 15승은 올릴 수 있는 투수가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전날 넥센전에서 리오단은 7이닝 4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됐다. 전반적으로 나쁘지 않은 투구였으나 1회초 강정호에게 던진 체인지업이 밋밋하게 떨어지며 투런포로 연결된 게 치명타였다. 그러면서 리오단은 밴헤켄과 맞대결에서 1회부터 3점을 내주며 흐름을 넥센에 빼앗겼다. 결국 리오단은 타선의 지원을 전혀 받지 못하며 고개를 숙였고 LG도 영봉패를 당했다. 리오단의 불운은 다음 등판서도 이어졌다. 9일 잠실 한화전에서 9이닝을 모두 소화했고 실점은 단 1점 뿐이었다. 그런데 결과는 완투패였다.

지금까지 리오단은 20경기 출장해 6승 9패, 승률 40%에 머물고 있다. 그러나 기록을 좀 더 세밀하게 살펴보면 리오단이 팀에 얼마나 큰 공헌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무엇보다 리오단은 126⅓이닝을 소화하며 이닝 부문 팀내 1위, 리그 5위에 자리 중이다. 퀄리티스타트 부문에선 13회로 리그 3위, WHIP(이닝당 출루 허용률) 1.20으로 리그 2위다. 투수의 능력을 평가하는 데 있어 가장 흔한 지표인 평균자책점서도 3.92로 리그 6위다. 올 시즌 LG 선발진은 리오단과 우규민 원투펀치가 이끌고 있다고 해도 과장이 아니다.
리오단은 일찍이 구위에 있어서는 합격점을 받았다. 스프링캠프 연습경기와 시범경기부터 140km 중반대의 힘 있는 패스트볼로 상대 타자들을 압도해왔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제구불안으로 기복이 심했고, 위기 상황에서 와르르 무너지는 모습도 반복됐다. 마이너리거 시절, 메이저리그 콜업을 눈앞에 두고 실패했던 모습이 한국무대서도 이어지는 듯했다.
이런 리오단이 지금의 활약을 하게 된 데에는 양 감독의 지도가 결정적이었다. 양 감독은 지난 5월 13일 감독 취임식과 동시에 리오단을 1군 엔트리서 제외시켰다. 해설위원을 하면서 리오단을 꾸준히 지켜본 양 감독은 리오단에게 투구폼을 수정할 시간을 줬다. 투구시 상체의 움직임을 작게 하라고 주문했고, 이후 리오단은 극강의 제구력을 뽐내기 시작했다. 현재 9이닝당 볼넷 1.71개로 이 부문 리그 1위에 올라있다. 자세히 관찰하지 않으면 알기 힘든 변화지만, 작은 변화가 엄청난 결과를 낳았다.
리오단은 양 감독의 지도에 대해 “투수 출신이신 만큼, 투수의 심정을 잘 이해해주신다. 감독님이 요구하신 것은 아주 작은 부분이었다. 작은 투구 메커니즘 변화였는데, 알다시피 엄청난 결과로 이어졌다”며 엄지손가락을 세웠다. 덧붙여 “물론 야구는 선수가 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야구에선 야구선수 본인이 가장 중요하다. 그러나 감독님과 투수코치님, 그리고 항상 나를 도와주고 나와 가깝게 지내는 투수들이 없었다면 지금의 성과를 내지는 못했을 것이다”며 양 감독을 비롯한 주위 사람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정확한 액수가 공개되지는 않았으나, 리오단의 연봉은 9개 구단 전체 외국인선수 중 하위권이다. 영입발표 당시만 해도 메이저리그 경험이 없는 마이너리그 투수를 선택한 것에 모두가 의심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LG는 리오단에 한해 잭팟을 터뜨렸다. 단적으로 리오단과 각 부문에서 경쟁 중인 외국인투수 대부분은 메이저리그 경험이 있거나 이미 한국무대서 자신의 실력을 증명한 이들이다. 당연히 리오단보다 훨씬 고액을 받고 있다.
분명한 점은 이들 중 누구도 리오단처럼 이닝이 거듭될수록 구위가 좋아지고, 효율적으로 이닝을 먹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리오단은 경기 중반이 넘어가면 구속이 140km초반대에서 140km 후반대에 도달한다. 삼자범퇴 행진이 시작되는 것도 경기 초반이 아닌 중반부터인 경우가 많다. 리그에서 이닝당 투구수(15.6개)가 가장 적은 투수가 바로 리오단이다. 비록 LG는 9일 한화에 패했지만, 한화가 불펜 필승조를 모두 가동한 것과 반대로 리오단 덕에 불펜투수 전체를 아꼈다. LG는 10일 한화를 상대로 총력전을 펼칠 수 있다.
리오단은 다음 시즌에도 LG 유니폼을 입는 것에 대해 “벌써부터 내년 이야기를 하는 것은 너무 이르다고 본다. 내년 일은 내년이 되어야 알 수 있다”면서도 “그래도 이 점은 확실히 말할 수 있다. 지금 서울서 살고 LG에서 뛰는 게 좋다. 아마 내년에 내게 선택권이 주어진다면, LG에 남는 것을 긍정적으로 바라볼 것 같다”고 밝힌 바 있다.
양 감독은 지금 시점에서 팀에 부족한 부분을 두고 “승률 7할 이상을 해줄 수 있는 투수 한 명 정도가 있었으면 좋겠다. 지금 이 시점에서 12, 13승은 하는 1선발 에이스투수가 있다면 팀이 보다 강해지지 않을까 싶다”고 이야기했다. 2015시즌 양 감독이 말한 LG의 에이스는 한 단계 더 진화한 리오단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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