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구가 큰 편은 아니다. 공도 그렇게 빠른 편은 아니다. 투수로서 그다지 인상적인 조건은 아니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패기는 누구보다 강렬하다. 두려움 없이 탱크처럼 적진을 돌파하고 있다. 이상백(27, SK)이 팬들에게 준 첫 인상이 그렇다.
올 시즌 중반 1군에 콜업된 이상백은 올 시즌 8일까지 올 시즌 9경기에서 10이닝을 던지며 승패 없이 평균자책점 2.70을 기록 중이다. 필승조 소속은 아니라 크게 빛난 적은 없지만 세부 기록을 보면 충분히 관심을 가질 만한 불펜 자원이다. 피안타율은 1할6푼2리에 불과하고 이닝당출루허용률(WHIP)은 0.90이다. 11개의 삼진을 잡아내면서 볼넷은 3개였다.
예고된 상승세였다. 지난해 말 공익근무를 마치고 팀에 돌아온 이상백은 올 시즌 SK 퓨처스팀(2군)에서 허건엽과 함께 가장 성장세가 도드라지는 투수라는 평가를 받았다. 27경기에서 1승2패4세이브3홀드 평균자책점 3.60으로 선방했다. 그러자 불펜의 힘이 떨어져 고전하고 있었던 1군의 부름을 받았다. 지난 6월 15일 LG전서 데뷔 이래 첫 1군 등판의 감격을 누리기도 했다. 1군에 등록된 적은 있었어도 출장은 처음이었다.

그래서 모든 것이 새롭다. 이렇게 오랜 기간 1군과 동행했던 기억이 없는 이상백이다. 야구가 재밌을 시기다. 이상백은 “1군은 확실히 다르다. 다시 2군으로 가기가 싫다”라고 말하면서 “몸 상태는 좋다. 현재 1군에 동기들이 많아서 적응에도 도움이 된다”라고 슬며시 웃었다. 사실 남들보다는 늦은 출발이었을 수는 있지만 첫 출발의 설렘은 똑같은 듯 했다.
직구 최고 구속은 140㎞대 초반으로 그리 빠른 편은 아니다. 이상백은 “아무래도 공익근무 2년의 공백이 있었던 것 같다. 다시 올라올 수 있는 여지는 있지만 한창 좋을 때보다는 조금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대신 공격적인 승부로 만회하고 있다. 이상백은 “볼카운트가 어떻게 되든 공격적으로 승부하려고 한다”라고 설명했다. 빠른 템포의 승부는 날카롭게 떨어지는 주무기인 포크볼의 위력을 더하고 있다.
김원형 1군 투수코치도 이상백의 성장을 뿌듯해했다. 김 코치는 “워낙 열심히 하는 투수다. 올해 1군을 경험했으니 어떻게 하면 1군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지 이제는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라며 제자의 어깨를 툭툭 쳤다. 짧다면 짧지만 올해의 경험을 통해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는 계기를 찾길 바라는 진심이 담겨져 있었다. 이상백도 “잘 던지던 와중에 (5일 넥센전에서) 홈런을 맞았다. 2군에서 맞는 것과 기분이 나쁜 것은 똑같더라”라며 승부욕을 불태웠다.
이런 이상백의 올해 목표는 간단했다. 현재 이상백은 승, 패, 홀드, 세이브 공식 기록이 없다. 앞선 상황에서의 등판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상백은 거창한 목표 대신 “어떤 기록이든 하나를 기록해 봤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이런 공식 기록은 1군 선수로 공인받는 하나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그러면서 이상백은 “이왕이면 승리였으면 좋겠다”라고 웃으며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이상백의 첫 꿈이 언제쯤 이뤄질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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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와이번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