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할 공약, 철회하면 안 될까요?”
LG 양상문 감독이 팀의 4강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다시 한 번 손사래를 쳤다. 양 감독은 9일 경기 전 LG가 4위 롯데를 1.5경기 차이로 따라붙었다는 말에 입을 굳게 닫는 시늉을 하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겠다. 유도심문에 넘어가지 않을 것이다”며 웃었다.
어느덧 각 팀당 약 35경기 전후만 남은 가운데, 최대 관심사는 포스트시즌 막차 싸움이다. 9일 경기 후 4위 롯데가 44승 47패 1무를 기록하고 있고, 5위 LG는 44승 50패 1무로 롯데와 1.5경기 차이를 이루고 있다. 경우에 따라선, 앞으로 2경기 결과에 따라 순위가 뒤바뀔 수도 있다.

흥미로운 것은 지난 5월 13일 양 감독이 취임식부터 예상한 여러 부분들이 맞아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일례로 양 감독은 LG가 7월부터 상승세를 타자 “5할 승률 ‘-5’가 되면 4강권을 바라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반대로 5할 승률 ‘-10’이 넘어가면 선수들 스스로 지치고 포기할 수 있다. 일단 -5까지 만들어 4강권 진입을 노리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약 한 달 후인 8월 8일, LG는 44승 49패 1무로 5할 ‘-5’를 기록했고 롯데를 사정거리 안에 넣었다.
양 감독이 취임식에서 했던 이야기를 되새기면 양 감독의 예지능력을 보다 명확히 알 수 있다. 양 감독은 당시 LG의 전력을 묻는 질문에 “시즌이 시작할 때 3, 4위로 봤다. 지금도 이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며 “타자 쪽은 걱정하지 않는다. 팀 평균자책점 부분은 포수들과의 커뮤니케이션 문제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투수만 잘못됐다고 판단하지는 않으려 한다. 김정민 코치를 올리면서 포수진에 대한 단기간 발전, 보완을 노리겠다. 그러면 투수들도 안정되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
이후 LG는 최경철이 포수로서 진화를 이뤘고, 불펜진을 시작으로 선발진까지 안정세에 접어들었다. 양 감독 부임 전 팀 평균자책점 5.11이었으나 현재 4.76까지 떨어지며 이 부문 3위에 있다. 불펜진만 놓고 보면 평균자책점 4.46으로 리그 전체 1위다. 양 감독은 지휘봉을 잡자마자 불펜 투수들의 자리를 명확히 했고, LG 불펜투수들은 빠르게 지난해의 모습을 회복했다. 양 감독이 1순위로 꾀한 마운드 안정이 곧 성적 상승으로 이어졌고, 어느덧 4위를 노리게 된 것이다.
덧붙여 양 감독은 취임식에서 “5할 승률로 올라서기 전까지 선수들을 마주하러 가지 않겠다. 다음 이닝 수비와 투수를 준비해야하기 때문에 선수들을 나가서 마중하는 시간이 없을 것 같다. 그 시간에 코치들과 전략을 짜겠다”며 목표점이 5할 승률 복귀임을 간접적으로 드러냈다. 양 감독이 사령탑에 자리하기 이전 LG는 10승 23패 1무, 무려 5할 승률 ‘-13’이었다. 때문에 대부분이 양 감독이 5할 복귀에 성공할 가능성에 주목하기 보다는, 한 순간 한 순간을 소중히 여긴다는 것을 강조하려한다고 해석했다.
그런데 양 감독은 지난 7월 1일 경기 후 다시 한 번 5할 승률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당시도 LG는 28승 41패 1무, 여전히 5할 승률 ‘-13’이었다. 그러나 양 감독은 LG에 대한 진단을 마친 듯 담당기자들에게 “9월이 되면 5할 승률에 맞출 수 있을 것 같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렇게 양 감독은 마치 족집게처럼 LG는 물론, 리그 전체의 판도까지 예상했고 이는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 지금의 흐름이 끝까지 이어지고 양 감독의 예상도 맞는다면, LG는 9월에 5할 승률에 도달하고 포스트시즌에도 진출할 수 있다.
하지만 정작 예상이 모두 적중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양 감독은 말을 아끼고 있다. 심지어 “5할 공약, 철회하면 안 될까요?”라고 농담을 던졌다. 시즌 막바지 LG 전력에 불안요소가 보이기 때문은 아니다. 무엇보다 양 감독은 선수들이 자신이 세운 목표와 예상에 부담을 느끼지는 않을까 걱정하고 있었다. 목표에 도달하고 예상이 적중하면 선수단 사기가 올라가겠지만, 반대의 경우에는 선수단 사기가 바닥을 치게 된다. 최상과 최악의 경우 모두를 머릿속에 넣어두고 선수들이 항상 안정감을 갖고 뛰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어쨌든 양 감독의 예상은 이미 다 나왔다. LG가 예상 그대로 기적을 연출한다면, 첫 번째 요인은 치밀하게 분석하고 목표를 명확히 잡은 양 감독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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