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타고투저는 시즌이 막판으로 치닫고 있는 8월에도 계속되고 있다. 오히려 무더운 여름을 맞아 지금까지 잘 버티던 투수들도 2점대 평균자책점을 유지하지 못했다.
욕설 파문 이후 첫 등판에 나선 찰리 쉬렉(NC)이 무너지며 리그에는 2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투수가 한 명도 남지 않게 됐다. 찰리는 지난 9일 마산 SK전에서 5이닝 12피안타 9실점(8자책)으로 최악의 투구를 해 패전투수가 됐다. 평균자책점은 2.84에서 3.30으로 크게 올라갔다.
찰리는 전날 앤디 밴헤켄(넥센)이 부진해 평균자책점 1위로 올라섰지만, 하루 만에 4위로 내려앉았다. 밴헤켄은 지난 8일 잠실 두산전에서 승리투수가 되기는 했지만 5이닝 동안 11피안타 5실점해 평균자책점이 3.01로 올라갔다. 밴헤켄은 찰리의 부진으로 리그 평균자책점 선두 자리에 복귀했다.

올해는 역대 어느 시즌과 비교해도 투수들이 힘든 시즌이다. 3점대 평균자책점으로 시즌을 마감한 선수가 이 부문 1위를 차지한 것은 2003년 현대의 쉐인 바워스(3.01)가 유일한데, 이번 시즌에는 바워스 이후 첫 3점대 평균자책점 타이틀 수상자가 나올지도 모른다.
지난 4년과 비교하면 올해 평균자책점 선두 경쟁은 초라하다. 2010년 류현진(한화, 1.82), 2011년 윤석민(KIA, 2.45), 2012년 나이트(넥센, 2.20), 2013년 찰리(NC, 2.48)는 올해 선두 경쟁을 벌이고 있는 선수들과 비교해 월등한 기록을 냈다.
역대 기록을 살펴보면 격차는 더욱 커진다. 해태의 선동열은 1985년부터 1991년까지 7년 연속 이 부문 타이틀을 차지하는 등 총 8번이나 평균자책점 1위에 올랐는데, 그 중 3번은 평균자책점이 0점대였다. 특히 마지막으로 타이틀을 가져간 1993년에 0.78로 가장 낮았다.
선동열이 이뤘던 0점대 평균자책점은 앞으로는 탄생하기 힘든 기록으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리그에서 가장 뛰어난 투수의 평균자책점이 2점대도 되지 않는다는 것은 이번 시즌의 타고투저 흐름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새삼 깨닫게 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아직 4명의 투수에게는 2점대 평균자책점에 대한 희망이 남아 있다. 밴헤켄과 찰리는 앞으로 호투하면 2점대 평균자책점 재진입이 가능하다. 또한 릭 밴덴헐크(삼성, 3.04)와 김광현(SK, 3.13)도 1~2경기에서 호투한 뒤 좋은 피칭을 이어가면 다른 투수들을 제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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