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을 저버리지 않았다.
KIA 내야수 안치홍(26)이 묵묵히 자신과의 약속을 실천에 옮기고 있다. 지난 7월 14일 인천 아시안게임 야구대표팀 2차 엔트리에서 탈락했던 안치홍은 "아시안게임 대표 때문에 야구한 것은 아니다. 한국 최고의 2루수가 되도록 열심히 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아쉬운 탈락이었지만 훌훌 털어버리고 야구에 정진하겠다는 약속이었다.
실제로 안치홍은 대표팀 탈락했는데도 변함없는 타격감을 유지하고 있다. 탈락 이후 14경기에 출전해 52타수 17안타를 쳐내 타율 3할2푼7리, 3홈런, 12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대표팀 발탁을 위해 죽을 힘을 다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좌절하기 십상인데도 전혀 흔들리지 않는 타격을 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9일 광주에서 열린 롯데와의 경기에서는 생애 첫 만루홈런까지 날렸다. 2-3으로 뒤진 8회말 신종길이 동점타를 터트리고 브렛 필이 볼넷을 얻어 만루기회가 찾아오자 기다렸다는 듯이 롯데 투수 홍성민의 2구를 걷어올려 좌월 그랜드슬램을 작성했다. 팀을 벼랑 끝에서 구한 일격이었다.
안치홍은 이 홈런으로 16홈런, 72타점을 기록했다. 타율은 3할3푼9리까지 끌어올렸다. 모두 자신의 커리어 하이기록이다. 8월 들어 5경기에서 18타수 9안타 7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20홈런, 90타점은 노릴 수 있다. 특히 '20홈런-20도루'에 홈런 4개, 도루 6개를 남겨놓았다. 남은 35경기에서 도전할 목표가 많다.
선동렬 감독은 "치홍이가 아시안게임에서 탈락했는데도 열심히 하고 있다. 현재 팀내 타자 가운데 가장 좋은 타격감을 유지하고 있다"고 칭찬했다. 기록을 보더라도 김주찬, 나지완, 이범호, 브렛 필 등 중심타자들이 모두 슬럼프에 빠졌지만 안치홍만이 고군분투하고 있다.
안치홍은 "예민한 성격인데 될 수 있으면 단순하게 생각하고 타격에 임한게 크게 도움이 되고 있다"고 비결을 밝혔다. 아시안게임 탈락의 충격은 그에게는 그저 옛날 일에 불과한 것이다. 안치홍의 성실함과 뚝심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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