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적' 이석훈 감독 "韓 최초 시도..계란으로 바위치기 같았죠"[인터뷰]
OSEN 김경주 기자
발행 2014.08.10 10: 39

언제나 처음은 어렵다. 도와줄 사람 하나 없고 스스로 헤쳐나가야 한다. 특히나 많은 이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게 된다면 더더욱 처음이라는 부담감은 배가 된다.
영화 '해적:바다로 간 산적(이하 '해적')'의 이석훈 감독이 그랬다. 한국 영화 최초로 해적이라는 소재를 다룬 이석훈 감독은 하루하루가 도전이었다. 바다를 본격적으로 다룬 영화 역시 전무했다. 현재 개봉 중인 영화 '명량'과 개봉을 앞둔 영화 '해무' 등 동시기에 세 편의 바다 영화가 관객들을 찾았지만 준비 당시 이석훈 감독이 참고할 만한 영화는 없었다.
그는 이를 '계란으로 바위치기'로 표현했다. 몸으로 부딪히며 바다를 다루는 노하우를 배워나갔단다. 개봉 전부터 줄곧 비교돼왔던 할리우드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가 그에겐 좋은 참고자료였다.

"한국 영화에서 바다를 본격적으로 다룬 영화가 거의 없었다보니 '캐리비안의 해적'을 많이 참고했습니다. 계란으로 바위치기 식으로 몸으로 도전하면서 배웠죠. 좋은 점, 배워야 할 점은 배우기 위해 노력을 했고 특히나 바다를 기술적으로 표현하는 부분에서 '캐리비안의 해적'만한 영화는 없죠."
극 중 등장하는 벽란도 장면 역시 이석훈 감독에게는 엄청난 도전이었다. 관객들의 입장에선 별다를 바 없는 장면이라 말 할 수도 있겠지만 그 내막을 알고 보면 벽란도 장면은 엄청난 땀이 들어간 장면이다. 그 한 장면을 위해 5~6가지를 찍어야 했던 이석훈 감독의 노력을 듣고 있자니 절로 고개가 숙여질 정도.
"해적이라고 하면 주로 바다에서 배끼리 싸우고 이런 장면을 생각할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더 다양한 볼거리를 관객분들한테 보여드리고 싶은데 벽란도 장면에서 쫓고 쫓기는 추격전을 어떻게 하면 더 재밌고 화려하게 만들 수 있을까 고민을 했죠. 벽란도라는 곳을 실제로 본 사람이 없지 않습니까. 그러니 이를 재밌게 상상해서 하나의 추격전을 보여드리면 어떨까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수로라는 걸 설정해보자고 했죠. 수로를 이용해서 추격전을 해보면 어떨까 싶어 시작했는데 규모가 큰 장면이 됐습니다. 상상할 땐 재밌었지만 막상 촬영을 시작하려니 수로를 만들어야 되고 시가지도 만들어야 되고 시장에 있는 사람들도 만들어야 되고 의상도 신경써야 하고. 어후(웃음). 그것들을 다 따로 찍은 거에요. 5~6가지를 따로 찍고 합성을 시킨 겁니다. 아마 이렇게까지 기술적으로 복잡한 추격신은 없지 않을까 싶네요(웃음). 힘든 도전을 했죠. 한국 영화 처음으로 시도하는 장면이라 노하우가 없어서 그런 것도 있었지만 위험한 장면이다보니까 안전하게 하려고 시간이 오래 걸렸던 것 같아요."
영화에 등장하는 배도 문제였다. 이석훈 감독의 말에 의하면 한국 영화의 여건상 직접 큰 배를 만들어 바다 위에 띄우는 것은 불가능하단다. 그런 점에서 할리우드가 부럽다고 말한 이석훈 감독은 우리만의 방식으로 배 촬영을 진행, 관객들이 영화를 보며 어색함을 느끼지 않을 정도의 장면들이 나온 것 같아 뿌듯하단다.
"물에 안전하게 뜰 수 있는 큰 배를 만들기가 어려워요. 특히 우리는 사극이다 보니 과거 실존했던 배를 만드는 기술자도 안 계시잖아요. 그러니 과거 배를 만들기가 불가능했죠. '명량'도 현재 어선에다가 나무를 덧댔다고 들었어요. 할리우드 같으면 배 두척을 직접 만들어서 바닷가에서 가서 찍고 한 배는 육지에서 촬영하고 할텐데 한국 영화 현실상 그럴 수 없습니다. 바다 위 뜨는 배를 만드는 건 돈이 훨씬 더 많이 들고 규모가 한도 끝도 없이 커지다보니까요. 할리우드가 그런 면에 있어선 부럽죠. 하지만 우리만의 방식대로 찾아서 만들었는데 관객분들이 영화에 몰입할 수 있을 정도로 장면들을 만들어 냈다는 점이 나름 뿌듯합니다(웃음)."
이번 작품을 통해 노하우를 쌓은 이석훈 감독은 '해적'이 앞으로 나올 한국 영화들에 많은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을 전했다. 비록 '해적'은 '캐리비안의 해적'에 많은 도움을 받아야 했지만 앞으로 나올 한국 영화들은 '해적'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더 훌륭하고 재밌는 내용으로 관객들을 만났으면 하는 것이 이석훈 감독의 바람.
"이번 작품을 통해 많은 노하우를 쌓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캐리비안의 해적'을 따라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다음 영화는 우리를 따라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으면 좋겠어요(웃음). 그럴려면 우리가 잘 돼야 겠죠? 하하. 앞으로 나올 한국 영화들에 있어 우리가 레퍼런스 같은 영화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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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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