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윤가이의 실은 말야] MBC 주말드라마 ‘마마’는 송윤아와 문정희의 연기 대결을 보는 것으로 꽤 즐거운 작품이다. 그렇지만 두 여배우의 연기력만 확인하는 것이 작품의 가치는 아닐 터. 세련되고 완성도 높은 대본이 아쉬운 드라마다.
10년 연인으로부터 버림받은 미혼모란 사실 외엔 남부러울 것이 없던 여자 한승희, 그리고 부잣집에서 자라 티 없이 자라 결혼 후엔 남편과 아이 교육에만 매달린 여자 서지은, 각각의 캐릭터를 연기하는 송윤아와 문정희는 완벽하고 자연스럽게 캐릭터에 녹아들었다.
지난 9일 방송된 3회까지 ‘마마’는 한승희와 서지은, 그리고 두 여자의 연결 고리가 되는 한송희의 전 연인이자 서지은의 현남편인 문태주(정준호 분) 등 세 남녀의 과거사와 현재의 구도를 빠르게 그려내며 흥미로운 전개를 시작했다.

이 드라마는 시한부 선고를 받은 싱글맘 여주인공이 세상에 홀로 남겨질 아들에게 가족을 만들어주기 위해 옛 남자의 아내와 역설적인 우정을 쌓아가는 이야기다. 지금의 현실에선 좀처럼 일어나기 힘든 일이다. 하지만 베일을 벗은 ‘마마’에선 여주인공 한승희와 서지은의 캐릭터에 각각의 설득력과 당위성이 느껴지며 두 사람의 우정을 기대하게 만든다.

시작은 좋았다. 고아로 자라나다시피 한 한승희는 문태주를 만나 지고지순한 사랑을 나눴지만 뱃속에 아이를 가진 채 이별을 통보받았다. 현실적인 문제를 명분으로 부잣집 딸 서지은을 선택한 문태주에게 버림을 받고 캐나다로 떠났고 그 곳에서 유명한 민화 작가로 성공해 부와 명예를 쌓았다. 앞만 보며 달리느라 다소 괴팍한 모습으로 살았고 하나뿐인 아들에게도 따뜻한 엄마이진 못했다. 그러나 청천벽력 같은 시한부 선고를 받고 조금씩 변모해가는 중이다.
반면 부유한 집안에서 구김살 없이 자란 서지은은 갑작스럽게 집안의 몰락을 겪었다. 사랑하는 남편과 딸에게 친정의 몰락이 미안하기까지 한 이 여자는 그래서 더욱 정상적이고 그럴듯한 삶을 유지하기 위해 가정에 헌신해왔다. 그러나 분수에 맞지 않는 상류층의 삶을 쫓다 가랑이가 찢어질 판이다. 결국 겉으로 완벽한 가정을 만드느라 큰 빚을 지고 감당도 못하며 쩔쩔 매던 중 이 사실을 알게 된 한승희로부터 구원을 받고 기사회생했다. 은인인 한승희가 너무도 고맙고 때문에 자꾸 마음이 가는 중이다.
그런데 문제는 두 여자의 우정을 그리기 위한 장치들이 지나치게 작위적이고 진부하다는 것. 불치병 시한부 설정은 드라마의 출발을 만드는 필요 불급한 장치라고 해도 나머지 캐릭터들이 너무 짜맞춘 듯 얽혀있는 것이 안타깝다. 일단 문태주는 출세를 위해 일명 ‘생계형 바람’에 나서는데 이조차 설득력이 떨어진다. 불륜 상대는 문태주의 대학 후배이자 회사 상사인데 두 사람이 불륜으로 들어서는 그 과정이 황당무계하다. 그런가 하면 앞으로 한승희와 엮이게 될 연하남 구지섭(홍종형 분)은 하필 또 문태주가 다니는 회사의 회장 아들이다.
이밖에도 9일 방송분에선 서지은이 결혼기념일을 맞아 문태주와 데이트를 계획했다가 바람을 맞고 한승희를 꾀어 영화관을 가는데 그곳에 딱 문태주와 불륜녀가 나타나기도 했다.
문태주 회사에서는 콜라보레이션을 할 아티스트로 스텔라 한(한승희)을 선정하고 섭외에 나섰다. 하지만 요즘 시대가 어떤 시대인데 스텔라 한의 정체는 베일에 가려져있다. (그리하여 문태주는 스텔라 한이 한승희라는 사실을 모르고 막무가내 섭외에 들어간 상황) 캐나다에서 저명한 민화 작가로 대성한 한승희가 그 흔한 프로필 사진은커녕 이력조차 알려지지 않았다는 설정은 쉽게 수긍하기 어렵다.
스토리가 이처럼 조악하지만 그 와중에도 송윤아와 문정희는 농염한 연기력을 뽐내고 있다. 개성이 전혀 다른 두 여자의 캐릭터가 연기파 배우들을 만나 팔딱팔딱 살아 숨 쉬는 느낌, 두 여자 사이에 선 문태주 역의 정준호도 능글맞게 제 몫을 해낸다. 세 사람의 활약이 없었다면 ‘마마’는 불편하고 부족한 스토리를 펼치며 갈피를 잡기 어려웠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드라마는 자체최고시청률을 올리며 동시간대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초반부터 많은 이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만큼 좀 더 완숙한 전개를 보인다면 '베스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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