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 직장인 야구대회서 유난히 눈에 띄는 이력을 가진 선수가 있었다. 바로 대전 LG화학의 김경택(26)이 그 주인공이다. 프로에서 지명까지 받을 정도로 뛰어난 투수였다. 하지만 지금은 ‘선수’가 아닌 ‘직장인’으로서 제 2의 인생을 살고 있다.
김경택은 10일 군산 야구장에서 열린 ‘제1회 KBO총재배 시도대항 직장인 야구대회’ 서울 The-K 손해보험과의 16강전에 선발 등판해 2⅓이닝 무피안타 6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상대 타선을 꽁꽁 묶으며 팀의 26-1 완승을 이끌었다. 승부가 이미 기운 상황에서 마운드를 내려왔다.
김경택은 사회인 야구에서 쉽게 볼 수 없는 빠른 공을 던지며 상대 타선을 가볍게 제압했다. The-K 손해보험 선수들은 낮게 제구 되는 공을 지켜보며 삼진 당하기 일쑤였다. 프로지명까지 받았던 선수 출신의 투수에게 안타를 뽑아내기란 쉽지 않았다.

김경택은 좌완 정통파 투수로서 2007 신인 드래프트에서 한화 이글스의 2차 4라운드 지명을 받았다. 하지만 유급을 선택하며 프로행을 포기했다. 김경택은 당시를 떠올리며 “유급하고 준비를 더 잘 해서 프로에 입단하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결과가 안 좋게 됐다”며 말문을 열었다.
이어 그는 “이후 일본에서 잠깐 야구를 했었다. 다시 나와서 프로 입단을 준비했고, 코리아 해치라는 독립 리그 팀, 고양 원더스에서 뛰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부상이 그의 발목을 잡았다. 발바닥 뼛조각이 떨어져 염증이 계속 발생해 더 이상 운동을 할 수 없었다. 그는 “평상시엔 괜찮은데, 운동을 하기엔 힘들어서 그만두게 됐다"며 과거를 떠올렸다.
결국 야구를 떠나 직장인의 삶을 살게 됐다. 김경택은 지인의 소개로 LG화학에서 새로운 인생을 준비했다. 그리고 사회인 야구를 통해서 야구공을 다시 잡았다. 그는 사회인 야구에서 뛰게 된 것에 대해 “일을 시작하고, 야구를 같이 하게 됐다. 야구에 대한 미련도 있지만 나름대로 회사에 들어와서 성실하게 하려고 노력 중이다. 형님들과 같이 야구를 즐기고 있다”며 미소를 지었다.
이제는 회사를 다니는 직장인으로서 사회인 야구에 대한 매력을 느끼고 있다. 그는 “회사를 다니면서 부족한 점이 많지만, 형님들과 같이 야구를 하게 되면서 소통하는 데 있어서 장점이 많다. 야구를 통해서 회사 사람들과 잘 어울릴 수 있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직장인 야구대회에 대해서 “이런 대회는 좋은 것 같다. 이 기회를 통해서 나처럼 야구를 하다가 그만둔 사람들이 회사로 들어갈 수 있는 길이 열렸으면 좋겠다”라는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
비록 어릴 때부터 꿈꿨던 프로 무대를 밟진 못했다. 직장인으로 새로운 삶을 살고 있지만, 야구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가 됐다. 그리고 야구가 그의 직장인 생활에 큰 도움이 되고 있는 것은 분명했다. 뜻하지 않았던 제 2의 인생에도 야구 덕분에 웃을 수 있는 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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