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주말극의 불패 신화는 확실히 깨졌다. 흥행 성적 면에서는 사실상 낙제나 다름없었다. 물론 평균 20% 중반대 시청률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KBS 주말극의 흥행사를 돌아보면 만족스러운 성적이 아니다. 그래도 마지막까지 아쉬운 시청률과는 별개로 엔딩만은 참으로 아름다웠다.
KBS 2TV 주말드라마 '참 좋은 시절'이 지난 10일 마침내 대장정을 마쳤다. 지난 2월 22일 첫 방송을 시작한 이 드라마는 장장 6개월간 50회의 긴 호흡을 이어왔다. 많은 팬들을 거느린 이경희 작가의 작품이고 이서진 김희선 옥택연 윤여정 김영철 김지호 김상호 김광규 등 화려한 캐스팅 때문에 방송 전 화제작으로 꼽혔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연 뒤에는 막장 요소 없는 청정 드라마로 호평을 따냄과 동시에 다소 산만하고 지루한 전개가 지적을 받으며 쉽지 않은 길을 걸어왔다.
시청률은 방송 초반 빠른 속도로 30%를 넘기며 청신호를 켜는 듯 했지만 때 이른 축배였다. 이후 지나치게 많은 등장인물들의 사연이 펼쳐지고 일각에선 이해하기 힘든 전개들이 계속되면서 시청률 하락세가 이어졌다. 최근작들만 헤아려도 '왕가네 식구들', '최고다 이순신', '넝쿨째 굴러온 당신' 등 시청률 40%를 웃도는 국민드라마들이 쏟아졌던 KBS의 주말 황금 시간대는 '참 좋은 시절'의 등장으로 명맥이 끊겼다.

종영이 임박해선 도리어 비슷한 시간대 방송 중인 MBC '왔다 장보리'에 역전을 허용하기까지 했으니 보기 힘든 사건이다. 전작의 흥행이 후속작의 성패에 주효한 영향을 준다고 말하긴 어렵지만 다가올 '가족끼리 왜이래'가 경쟁작을 상대로 쉽지 않은 싸움을 각오해야 하는 것은 사실이다.
성적표는 아쉽지만 이경희 작가 특유의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엔딩은 두고두고 회자될 여운을 남겼다. 이 작가는 많은 등장인물들을 배치하고 다양한 에피소드와 장치들을 배열한 만큼 끝까지 모든 캐릭터들에 애정을 담고 명분을 부여하며 마무리했다. 강동석(이서진 분)과 차해원(김희선 분) 부부를 비롯한 극중 커플들은 모두 핑크빛 분위기를 형성했다. 황혼 이혼으로 후반부를 강타한 장소심(윤여정 분)은 주체적이면서도 행복한 노년기를 보내고 있다. 갈등의 골이 깊었던 강동석과 강동희(옥택연 분) 형제는 마침내 화해를 하고 쑥스러운 호형호제를 나눴고 여기저기서 결혼과 임신 소식이 전해졌다.
사실 비현실적이라고 느낄 만큼 완벽한 해피엔딩이다. 평생을 사고뭉치였던 강태섭(김영철 분)마저 철이 들고 인생을 허비했던 강동희는 경찰이 되기 위해 공부를 시작하기도 했다. 하지만 비극보다 해피엔딩을 선호하는 많은 시청자들의 마음을 달랠 만한 선택이었던 건 분명해 보인다.
한편 후속작인 '가족끼리 왜이래'는 자식들만을 바라보며 살아온 이 시대의 자식바보 아빠가 이기적인 자식들을 개조하기 위해 고육지책으로 내놓은 불효소송을 중심으로, 좌충우돌 차씨 집안의 일상을 통해 진정한 가족의 의미를 웃음과 감동으로 전할 휴먼가족드라마다. 유동근 김현주 김상경 박형식 남지현 서강준 등이 출연하며 오는 16일 오후 7시 55분 첫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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