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맨 조세호가 스스로 ‘대세호’로 칭했다. 자신의 이름과 ‘대세’를 합친 표현이었다. 민망한지 수줍은 말투가 밉지 않았다. 그는 ‘대세’이기 때문이다.
지난 10일 방송된 SBS 예능프로그램 ‘일요일이 좋다-룸메이트’에서는 대만에서 생애 첫 팬미팅을 개최하는 조세호의 이야기가 펼쳐졌다. 그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은 2,500여명의 팬들이 운집했고, 조세호는 끝내 눈시울을 붉혔다.
이날 조세호는 팬미팅 장소가 광장으로 정해지자 “너무 넓다”며 걱정했다. 14년 동안 다른 연예인들의 팬미팅에서 사회를 봤던 그다. 팬미팅의 주인공은 그에게 낯선 경험이었고, 그는 초조해했다. 주어진 시간은 하루, 장소를 섭외하고 프로그램을 구상하는 것만으로도 벅찼다. 대만 가수 공령기의 도움을 받았지만 불안한 표정을 좀처럼 감추지 못했다.

걱정은 기우였다. 그는 중국어권에서 큰 사랑을 받은 SBS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게’에 출연할 당시 입었던 파란 운동복 차림으로 무대에 섰다. 안대를 벗자 수 많은 팬들이 그를 마주했다. 그는 재치 있는 입담으로 화답했고, 뒤늦게 합류한 멤버 나나는 특별공연을 선보였다. 팬들은 프로그램 내 나나와의 러브라인을 의식해 “뽀뽀해”를 연호하거나, 조세호의 사소한 습관을 알고 있는 듯 “코 파지마‘ 등의 플래카드를 펼쳤다.
조세호는 끝내 눈물을 보였다. 예명 양배추로 활동했던 오랜 무명 시절이 떠올랐을지도 모른다. ‘별에서 온 그대에게’에 처음 출연할 당시만 해도 조세호는 평범한 개그맨 중 하나였다. 드라마는 메가히트를 기록했고, 이후 MBC 예능프로그램 ‘황금어장-라디오스타’ 등에서 남다른 입담으로 가능성을 보여줬다. ‘룸메이트’는 그에게 날개가 됐다. 조세호의 숨겨진 인간미를 드러낼 수 있는 계기가 됐고, ‘룸메이트’의 최대 수혜자가 됐다.
그는 유쾌하고 발랄한 개그맨인 동시에 멤버들을 배려하는 동료다. 이날도 좁은 공간을 함께 써야하는 여성 출연진을 배려해 자리를 피해줬다. 함께 준비했다면 훨씬 수월했을 팬미팅도 다른 멤버들의 여행을 위해 혼자를 자처했다. 웃는 얼굴 뒤에는 성숙한 어른의 모습이 숨어 있다. ‘룸메이트’와 같은 생활밀착형 예능프로그램에서 조세호가 더욱 빛날 수 있던 이유이기도 하다.
제작진에 따르면 연출을 맡은 박상혁PD와 인연이 깊은 배우 이동욱이 ‘룸메이트’의 멤버로 조세호를 적극적으로 추천했다. 이동욱은 제작진에게 조세호를 “요즘 가장 웃긴 개그맨”으로 소개했고, 이후에도 그를 알뜰히 챙겼다. ‘라디오스타’에서는 MC 김구라가 그의 든든한 지원군이었다면, ‘룸메이트’에서는 이동욱이 그런 존재였다. '대세호' 조세호가 보인 이날의 눈물에는 본인의 꾸준한 노력과 지인들의 따뜻한 지지가 함께 담겨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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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룸메이트‘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