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저께TV] ‘진짜사나이’ 전우애와 성장, 폐지론 뒤엎은 깊은 울림
OSEN 표재민 기자
발행 2014.08.11 07: 03

경쟁을 부추기는 사회, 누군가는 밟고 올라가야 하는 사회, 비단 군대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안다. 군대의 비인간적인 가혹 행위로 안타깝게 숨진 윤일병 사망사건으로 갑작스럽게 폐지론에 시달렸던 ‘진짜사나이’가 깊은 울림을 선사했다. 바로 서경석과 박건형이 보여준 가슴 찡한 인간 승리와 동지 의식이 이 프로그램의 존재 가치를 증명했다.
지난 10일 방송된 MBC 예능프로그램 ‘일밤-진짜사나이’는 황금 독수리 부대에서 고난도 유격 훈련을 받는 멤버들의 모습이 담겼다. 윤일병 사망 사건이 발생한 후 군 체험 프로그램인 ‘진짜 사나이’는 때아닌 폐지론에 휘말렸다. 군대의 추악한 민낯을 보여주지 못하며, 심지어 미화한다는 지적이었다.
예능프로그램을 다큐멘터리로 여기는 일부 시청자들의 괜한 트집이기도 했다. 그릇된 병영 문화의 폐해와 그로 인한 공분이 ‘진짜사나이’로 튀어서는 안 된다는 폐지 불가론이 더 많은 설득력을 얻긴 했지만, 프로그램이 입은 상처가 꽤나 깊었던 것은 사실이다. 냉정하게 보면 프로그램 하나 없어진다고 해서 지금 이 시점의 충격적인 실태가 개선되는 것은 아니지 않나. 이 때문에 오히려 ‘진짜사나이’가 올바른 병영 문화를 제시하면서 생기는 순기능이 필요하다는 폐지 불가론이 힘을 얻었다.

이 가운데 ‘진짜사나이’는 유격 훈련으로 꽃피는 전우애를 다뤘다. 언제나 그러하듯 많은 국민들이 바라는 군대의 모습이기도 했다. 고된 훈련으로 하나의 사회적 인간으로 성장하는 동시에 동지 의식을 갖길 바라는 것. 이게 이상향이 됐다는 현실이 슬픈 뿐이었고 군대에 대한 일부의 환상이 깨진 시점이었지만 그래도 선사하는 감동은 여전했다. ‘진짜 사나이’는 “점점 나이가 들어 힘들다”는 솔직한 고백을 하는 박건형의 배려를 고스란히 담았다. 이날 헨리는 화생방 훈련 중 그만 포기하고 말았는데 교관은 박건형에게 헨리의 행위에 대한 견해를 물었다.
박건형은 답을 하지 않아 얼차려를 택했다. 그는 제작진과의 인터뷰에서 “교관은 동료를 버렸다는 개념을 말하고 싶었던 것 같았다”면서 “하지만 그런 개념을 알려주는 것은 나중에 해도 된다고 생각했다”고 소신을 밝혔다. 이어 박건형은 “그 친구가 느꼈을 공포를 경험한 것만으로도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동료를 버리고 혼자 살려고 한 배신자라는 압박감을 주고 싶지 않았다”고 헨리를 배려한 이유를 설명했다.
나이 많은 이병 박건형의 전우애는 빛이 났다. 얼차려라는 험한 고통을 택할지언정 중도 포기를 한 헨리의 실수를 짚고 넘어가고 싶진 않았던 것. 치열한 경쟁의 폐해로 우리 사회 곳곳의 비인간적인 행태들이 쏟아지고, 급기야 군대에서는 가혹 행위로 사람이 죽는 일이 발생한 가운데 ‘진짜 사나이’는 우리가 믿고 싶은, 그리고 실천하고 싶은 따뜻한 인간애를 조명했다. 언제나 동기이자 군대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실수를 반복하는 헨리를 감싸며 ‘헨리 아빠’라고 불리는 박건형의 따스한 인간미는 시청자들에게 감동을 안겼다.
아울러 목이 쉬어가도록 구호를 외쳤고, 40대 중반의 나이로 힘든 맨손 암벽등반에 대한 열의를 불태운 서경석 역시 고난 극복과 그로 인한 성장이라는 이 프로그램의 기획의도를 다시 한번 보여줬다.
누구나 포기하고 싶은 순간에도 악을 써가며 끝까지 수행하고자 하는 서경석의 불타는 의지는 ‘중년 병사’로서 20대 청년들과의 고된 훈련을 함께 하느라 더 힘들었던 지난 1년간의 투혼이 겹쳐지며 안방극장을 뭉클하게 했다. 동시에 서경석을 떠올리며 최선을 다하겠다는 동기 샘 해밍턴의 응원과 이 같은 응원을 들으며 눈시울을 붉힌 서경석의 모습에서도 짙은 동기애를 느낄 수 있었다.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들기 위해 이를 악무는 서경석과 그를 응원하는 동기 샘 해밍턴, 동시에 샘 해밍턴의 육중한 몸을 받들어주며 암벽 타기를 도우며 보여준 또 다른 동기애까지. 이날 ‘진짜 사나이’는 유격 훈련을 통해 뿌듯한 인간 승리와 감동적인 동지 의식을 보여줬다.
‘진짜사나이’ 속 군대는 요즘 속속 드러나는 군대 악습과 많이 다르다. 그렇다고 군대에 추악한 병영 문화만 있는 것이 아닌 것도 사실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그릇된 병영 문화에 대한 철퇴 조치가 필요한 것은 맞지만, ‘진짜사나이’ 폐지론의 이유가 될 수는 없다. 이미 이 프로그램은 유격 훈련이 선사한 깊은 울림으로 존재 가치를 증명했다. 많은 이들이 재미와 감동을 선물 받았다는 것은 그만큼 ‘진짜사나이’가 보여주는 군대가 시청자들이 바라는 진짜 군대일 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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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밤’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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