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유나이티드가 3연승의 휘파람을 불며 세 가지 소득을 얻었다.
인천은 지난 10일 오후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경남 FC와 현대오일뱅크 2014 K리그 클래식 20라운드 홈경기서 후반 8분 진성욱의 천금 결승골과 후반 추가시간 이보의 페널티킥 쐐기골에 힘입어 2-0으로 승리했다. 인천은 이날 승리로 실로 많은 것을 얻었다. 가장 눈에 띄는 소득 세 가지를 짚어봤다.
▲ 3연승=기적의 징조?

기분 좋은 3연승이다. 인천은 울산 현대전 승리를 기점으로 전남 드래곤즈와 경남을 차례로 잡아내며 상승기로에 올라섰다. 올 시즌 첫 2연승의 상승세를 내친김에 3연승까지 이어갔다. 중위권 진입이 눈앞이다. 승점 20점을 기록하며 9위로 도약했다. 비결은 단단해진 공수 안정감이다. 앞서 17경기 10득점 23실점을 기록했던 인천은 3연승 동안 6득점 1실점으로 괄목상대했다. 17경기서 단 1승에 그쳤던, 9경기 연속 무득점의 빈공에 시달렸던 팀이 맞나 싶을 정도다. 달라도 확 달라졌다.
2012년의 좋은 기억이 절로 떠오른다. 2년 전 비상을 연상케 한다. 2012년은 인천이 천당과 지옥을 오간 해였다. 당시 인천은 극심한 무승 징크스에 시달렸다. 12경기 연속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 허정무 감독이 자진 사퇴하는 강수를 뒀지만 김봉길 감독대행도 9경기 연속 무승의 늪에 빠지며 자멸하는 듯했다.
기적 같은 반전의 역사를 이뤄냈다. 19경기 연속 무패행진(12승 7무, 상주전 기권승 2승 포함)의 드라마를 써냈다. 강등을 걱정하던 인천은 그룹B 최고 순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묘하게도 2년 전과 매우 유사한 흐름이다. 김봉길 감독은 "2012년처럼 흘러갔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며 2012년의 기적이 재현되길 바랐다.
▲ '보물' 진성욱
가다듬어지지 않은 원석이 백만 불짜리 보물이 됐다. 프로 3년 차 공격수 진성욱(21)이 3연승의 주역이 됐다. 45분이면 충분했다. 후반 시작과 동시에 그라운드를 밟은 진성욱은 8분 만에 결승골이자 본인의 3경기 연속골을 신고했다. 1-0 살얼음 리드를 이어가던 후반 추가시간엔 페널티킥까지 얻어내는 원맨쇼를 펼치며 3연승을 이끌었다.
오랜 기다림 끝에 얻은 달콤한 열매였다. 진성욱은 인천 유스출신으로 대건고를 졸업한 뒤 팀의 미래를 이끌어 갈 유망주로 관심을 모았다. 프로의 벽은 높았다. 많은 기회를 잡지 못한 채 2년간 주로 2군 무대를 누볐다. 올 시즌 전까지만 하더라도 K리그 2경기 출전이 전부였다. 절치부심했다. 3경기 만에 보란 듯이 K리그가 주목하는 공격수로 발돋움했다.
진성욱은 이날 경기 후 "2군에 있다고 낙심하지 않고, 부족한 점을 배우면서 열심히 했기 때문에 지금 잘되는 것 같다"면서 "2년간 많은 기회를 잡지 못했지만 형들을 보고 많은 것을 느꼈다. 죽기살기로 안하면 절대로 따라갈 수 없을 것 같아 열심히 했다"고 비결을 밝혔다.
김봉길 인천 감독은 "진성욱은 대건고를 졸업할 때 상당한 기대를 받았지만 프로의 벽이 좀 있었다. 기량은 뛰어났지만 근성이 부족했다"면서도 "지난 2년간 마음고생이 심했지만 지금은 누구보다 근성이 뛰어난 프로 선수가 됐다. 지금보다 훨씬 더 좋은 선수가 될 것"이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 '아래'가 아닌 '위'를 보다
탈꼴찌가 힘겨웠던, 강등권 탈출이 난망했던 인천이 이젠 아래가 아닌 위를 보고 있다. 인천은 승점 20점을 기록하며 7위 FC 서울(승점 25)과 8위 상주 상무(승점 21)의 뒤를 바짝 쫓고 있다. 까마득했던 6위(그룹A 마지노선) 자리도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전남 드래곤즈(승점 30)와 격차를 10점으로 줄이며 추격의 사정권에 들어섰다.
김봉길 감독은 "밑에 공기가 너무 안좋아 빨리 올라가고 싶다"고 농을 던지면서도 "지난해 상위리그에 올라가서 코피가 터졌지만 그래도 아래가 아닌 위를 보겠다. 강등에 대한 부담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선수들도 좋은 팀과 경기를 하면 더욱 성장할 수 있다"며 그룹A행에 대한 간곡한 바람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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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