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양상문 감독에게 휴일은 없다. 9구단 체제로 인한 휴식기와 올스타브레이크 기간에도 양 감독은 늘 야구가 있는 곳을 향한다. 구리와 이천에서 2·3군 선수들을 보거나 중고교야구를 관람한다. 양 감독에게 야구는 직업이지만 휴식이 되기도 한다.
즉, 양 감독의 관심사는 1군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중고교 선수들부터 LG 2군 선수들까지 꾸준히 살펴보고 있다. 신예 선수 육성은 LG가 미래를 여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일이다. 그만큼 양 감독과 LG 코칭스태프는 신예 선수들에게 맞춤형 장기 프로젝트를 시행하고 있다. 그동안 양 감독이 밝힌 유망주 육성 계획을 한 명 씩 정리해본다.(유망주 기준은 1990년생 이하로 한정지었다.)
임지섭(19세·좌투수): “올해 1군 등판은 물론, 2군 등판도 없다. 힘으로만 던지던 투구폼을 완전히 다 바꾸고 있다. 메커니즘 전체를 바꾸고 있다고 보면 될 것이다. 천천히 변화를 주고 있는데 오늘(8월 10일) 던지는 것을 보니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 같다. 내년에도 1군에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 어차피 LG에서 15년 던지게 되니까 지루하게 생각하지 말고 여유 있게 하자고 이야기했다. 꼭 함께 갈 선수기 때문에 시즌 후 KT 20인 보호선수 명단에도 묶어 놓을 것이다. 군입대도 투구폼을 완전히 만들어 놓고 나서 생각하겠다.”

임정우(23세·우투수): “충분히 팀의 4, 5선발투수로 성장할 재능이 있다. 공을 던질 줄 아는 투수다. 커브 슬라이더 포크볼 등 변화구의 각이 예리하다. 구종 습득도 빠르다. 패스트볼의 힘이 좀 없는데 시즌 후 체중 증량을 주문해 볼 생각이다. 볼에 힘만 더 붙는다면 지금보다 훨씬 수월하게 타자들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너무 안 맞으려고 하다가 볼넷을 주곤 하는데 보다 적극적인 모습이 필요하다. 시즌 후 군입대 계획은 없다. 최소 1, 2년은 키우면서 팀의 주축 투수로 만들어보고 싶다.”
정찬헌(24세·우투수): “시즌이 거듭될수록 더 좋아지고 있다. 연투도 가능하고 2, 3이닝도 소화할 수 있는 투수다. 시즌 초 이따금씩 오른쪽 어깨가 열리면서 공을 제대로 잡아채지 못하고 이게 장타로 연결되는 경우가 있었다. 강상수 코치와 이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노력했고, 성과가 드러나고 있다. 패스트볼 하나만 놓고 보면 팀 내에서 가장 위력적이다. 커브도 많이 좋아졌다.”
신동훈(20세·우투수): “마운드 위에서 자세가 굉장히 좋다. 밖에서 봤을 때는 수줍음도 많이 타는 성격인 것 같았는데 마운드 위에서는 굉장히 적극적이더라. 좋은 투수가 될 수 있는 면을 지녔다. 2군에서 가장 좋은 투수 중 한 명이다. 비상시 1군에 선발 등판시킬 수도 있다. 1군 등판시 성적도 굉장히 좋다. 타자와 제대로 승부를 걸더라. 체력적인 면만 보완하면 금방 1군 투수가 될 것 같다.”
배병옥(19세·우투우타 외야수): “2군서 뛰는 모습을 보니 공수주 모두에 능하더라. 9월 확장 엔트리 때 1군에 올라올 수도 있다. 현재 1군에 외야수가 많은 만큼, 올 시즌 후 상무나 경찰청 군입대도 생각하고 있다. 2, 3년 후 LG 외야진의 중심을 잡아줄 것이라 본다. 아직은 보완할 부분이 많다.”
채은성(24세·우투우타 내야수): “1군에서 꾸준히 경험을 쌓게 할 것이다. 확실한 수비 포지션이 없는데 시즌 후 미야자키 교육리그부터 5달 동안 3루수 훈련에 임하게 할 것이다. 타격 재능은 확실하다. 1군 올라와서 무서운 줄 모르고 잘 치다가 상대투수의 몸쪽 공략과 유인구 승부에 고전했었다. 그러나 김무관 코치의 특별 지도를 받고 약점을 극복해가고 있다. 스윙시 상체가 들리곤 했는데 이 부분도 많이 좋아졌다.”
오지환(24세·우투좌타 내야수): “이미 중심선수다. 수비에 있어서는 더할 나위가 없다. 상황에 맞게 세기를 조절하며 아웃카운트를 잡는다. 그동안 대체 유격수가 없어 체력 부담이 많았고 이는 타격 부진으로 이어졌다. 너무 강하게 스윙하려다보니 컨택이 안 되는 경향이 있다. 최근 힘을 빼면서 수비가 발전한 만큼, 내년 정도 되면 타격에서도 힘을 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공수 모두에 있어 팀의 핵심이다.”
김재민(23세·우투우타 포수): “주전포수 최경철의 체력에 맞춰 출장시키고 있다. 주로 경기 막바지 나가고, 세이브 상황서도 출장하지만 전혀 불안하지 않다. 선발 출장하는 경우도 나올 것이다. 출장하지 않고 덕아웃에 있을 때면 언제나 메모하고 연구하더라. 그래서 그런지 볼배합만 봐도 어린 포수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어린 포수가 많지 않은 만큼 당장 군입대는 염두에 두지 않고 있다.”
김창혁(23세·우투우타 포수): “2군에서 보고가 좋다. 하드웨어도 좋고 군대도 갔다 왔다. 특히 어깨가 강해 2루 송구가 좋다고 한다. 현재 신고선수인데 성급히 등록시켜 1군에 올릴 계획은 없다. 군복무를 마친 만큼 시간을 두고 키울 계획이다.”
덧붙여 양 감독은 현재 신고선수 신분인 2008 1차 지명 우투수 이형종(25세)과 관련해선 “지난해 너무 빨리 몸을 만들다가 탈이 났다고 하더라. 천천히 몸을 만들어가고 있다. 나도, 형종이도 급해지지 않으려 한다. 형종이가 등번호 36번에 애착을 갖고 있어서 신고선수지만 36번을 줬다고 들었다. 선수 스스로 자신이 버려졌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현재 구리에 집이 있는 강 코치가 2군이나 재활군에 있는 다른 투수들도 꾸준히 만나고 있다. 이들에게는 관심이 가장 큰 힘이 될지도 모른다”고 덧붙였다.
한편 LG는 8월 중순부터 2군 선수단 숙소도 이천 챔피언스필드로 이전한다. 이미 퓨처스리그 경기가 이천에서 치러지고 있는 가운데, 진정한 이천 시대가 열리는 것이다. LG도 이제는 1200억원 투자로 최신 연습시설에서 신예 선수들의 육성을 꾀할 수 있게 됐다.
양 감독은 이를 두고 “가장 중요한 인프라가 갖춰졌다. 그만큼 이를 최대한으로 살릴 수 있는 방법들을 모색 중이다. 숙소 배정을 두고 2군 선수들을 경쟁시키는 방법도 있고, 육성군 총괄 감독 자리를 만들 수도 있다. 메이저리그와 일본야구에서 여러 가지를 참고하고 팀과 상의해 결정하려고 한다. 시행착오를 겪을 수도 있겠지만, 일단 시설이 갖춰진 만큼 앞으로 신예 선수들의 성장속도도 훨씬 빨라지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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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 챔피언스 필드, LG 트윈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