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윤가이의 실은 말야] 배우 이지아가 데뷔 후 첫 토크쇼에 출연한다. 오늘(11일) 밤 방송되는 SBS '힐링캠프'를 통해서다. 이날 방송분은 방송가 안팎의 초미의 관심사다. 대중은 물론 실상 업계 관계자들조차 배우 이지아, 여자 이지아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게 사실이다. 게다가 그는 많은 소문의 주인공이었고 희대의 스캔들의 당사자였다. 그런 이지아가 처음으로 방송을 통해 털어놓는 속내, 궁금하지 않을 수 없는 얘기다.
이지아는 '힐링캠프'를 비롯해 많은 방송 프로그램 제작진이 섭외를 탐냈던 스타다. 일단 2007년 드라마 '태왕사신기'를 통해 혜성처럼 등장했지만 그간 작품 출연 외엔 방송이나 언론 노출이 희박했다는 점에서 희소가치가 충분하다. 어느 날 갑자기 뚝 떨어진 신비로운 미모의 여배우에게 대중의 관심은 더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또 하나 2011년에 가수 서태지와의 비밀 결혼 및 이혼 사실이 뒤늦게 기사화되면서 가십걸로 부상했다. 아무리 유명 연예인일지라도 그 어느 누가 이러한 사생활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싶었겠나. 하지만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상대 역시 워낙 거물급 톱스타인데다 이전까지 이지아가 대표적 신비주의 스타였던 까닭에 폭발력은 엄청 났다. 숨겨왔던 과거사가 마치 양파 껍질 벗기듯 하나씩 만천하에 드러나고 이에 대한 네티즌의 악플과 추측이 또 봇물을 이루면서 이지아에겐 큰 시련이 닥친 듯 했다.

어쩔 수 없는(?) 공백을 보내며 이지아는 소속사를 옮기고 신변을 정리하며 배우로서나 한 여자로서나 전환점을 거친 듯하다. 그리고 올해 초까지 방송된 SBS 주말드라마 '세번 결혼하는 여자'로 안방을 노크했고 성숙해진 연기력으로 호평도 받았다. 그 사이 '힐링캠프' 측에서는 끈질기게 이지아 섭외를 시도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그러나 오랜만에 출연한 작품에 집중하고자 수차례 고사했다. 물론 아직 자신을 외계인이 아니냐, 서태지의 예전 여자 아니냐고 수군대는 대중 앞에 제 발로 나서기 어려웠던 탓도 클 것이다. 하지만 고심 끝에 이지아는 용기를 냈고 오늘 밤 드디어 긴장된 마음으로 시청자들과 만나려 한다.

돌아보면 이지아는 범법자도 아니고 물의 연예인도 아닌데 오랜 세월을 너무 웅크리고 살아야 했다. 이지아와 아무런 사적 연관이나 친분도 없는 기자 입장에서, 단지 같은 여자로서 마음 아픈 이유는 그것이다. 유명 연예인이고 인기 여배우였기에 감당하기엔 원치 않던 스캔들과 자극적인 언론 보도, 따라붙는 세간의 오해와 비난들이 너무 과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그저 한 남자와(상대가 톱스타란 점과 별개로) 연애를 거쳐 결혼도 했지만 사적인 이유로 헤어졌을 뿐인데 그 이력이 들통 난(?) 이후 이지아는 그야말로 매장 신세였다. 물론 그를 좋아하고 아꼈던 팬들 입장에서는 그가 자신의 프로필(나이나 이름)을 거짓으로 말하고 결혼 경험을 숨겼다는 사실에 배신감이 들수 있겠다. 하지만 실제 이지아를 향해 돌팔매질을 해댔던 그 수많은 무명의 네티즌 중 팬들은 얼마나 될까. 불특정 다수가 이지아를 단죄라도 하려는 것 마냥 덤벼들어 몰아세웠다.
오늘의 '힐링캠프'를 단순히 연예인의 신변잡기 토크쇼로, 가십 거리로만 지켜볼 수 없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이지아는 지난 몇 년간 자기 입으로 자신의 일을 얘기할 기회를 갖지 못했다. 아니 못했다기보단 스스로 만들지 않았을지 모른다. 더욱이 스캔들 이후엔 소속사를 통한 간단한 공식 입장 외에 스스로의 의지로 속내를 꺼내놓은 적은 없었다.
데뷔 초기 영화 홍보차 진행했던 인터뷰를 제외하면 '세번 결혼하는 여자' 종영 후 인터뷰가 이제껏 통틀어 언론과 만난 첫 자리라고 했다. 드라마 얘기도 하고 싶고, 복귀 소감도 털어놓고 싶고, 조심스럽지만 남은 꿈을 고백하고 싶어서 자청한 인터뷰, 하지만 첫 순서로 방문한 OSEN 입구에서부터 가늘게 떨고 있던 그의 모습을 기자는 잊을 수가 없다. 그날의 잔뜩 굳은 표정과 떨리던 음성이란.
과연 '힐링캠프'가 얼마나 이지아의 '진짜'를 보여줄 수 있을진 확신이 없다. 그녀 스스로 얼마나 충실하고 진실하게 녹화를 마쳤는지도 가늠할 수 없다. 그러나 기획이나 편집, 연출을 차치하고서라도 인간 이지아, 여자 이지아, 그리고 배우 이지아가 최초로 대중을 향해 직접 하는 말을 한번은 진지하게 들어줘야 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듣고도 그가 밉다면, 그 고백들이 믿기지 않는다면, 그때 또 미워하더라도 말이다.
issue@osen.co.kr
S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