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저께TV] '야경꾼일지', 좀 더 매끈할 수 없을까
OSEN 이혜린 기자
발행 2014.08.12 07: 02

너무 쉬어가는 페이지였을까.
MBC '야경꾼일지'가 지난 11일 방송된 3회 방송에서 스토리 진행을 잠깐 멈추고 캐릭터 소개에 중점을 뒀다. 향후 어떠한 대립각이 이뤄질 것인지 초석을 다지기 위한 한 회였다. 그러면서 스릴 넘치는 판타지 장르였던 이 드라마는 코미디로 노선을 휙 바꾸면서 다소 불균질한 호흡을 보이기도 했다.
이날 방송은 귀신에 들려 난폭한 행동을 일삼던 해종(최원영 분)이 죽음을 선택하고, 이후 12년이 흘러 훌쩍 자란 이린(정일우 분)의 이야기가 펼쳐졌다.

카리스마 넘치는 듯 했던 이린은 장난끼 많고, 모자란 구석도 많은 철부지 남자 주인공의 전형적인 모습이었다.
정일우는 귀신을 보고도 못본 척 하기 위해 노력하는가 하면, 화로 연기에 눈물을 줄줄 흘리고, 예쁜 기생과 어떻게 해보기 위해 귀신의 방해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등 능청맞은 연기를 척척 해냈다. 그의 모습은 이무기까지 등장하는 웅장한 판타지 드라마로 오프닝을 연 '야경꾼일지'의 지난 1~2회와는 완전히 결이 다른 모양새였다. 아주 진지한 모습과 아주 코믹한 모습을 자유자재로 오가야 하는 캐릭터가 될 전망이어서, 정일우의 인물 소화력에 드라마의 성패가 매우 '많이'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능청남의 반대편에는 묵직한 매력남도 있게 마련. 정윤호는 무관 무석 역을 맡아 한없이 가볍기만 한 이린에게 불만이 많은 진중한 모습을 그려냈다. 귀신이 날리는 기와장을 발로 차 부수고, 멋있게 사람들을 구하는 모습 역시 기존 드라마에서 멋있게 그려왔던 남자 주인공의 전형. 사극은 처음인 정윤호는 중저음의 톤으로 대사를 소화하고 날쌔게 액션신을 선보이며, 정일우와 정반대의 매력을 어필해냈다.
두 사람이 양축을 소화하는 동안 스토리는 다소 산만하게 진행됐다. 1~2회 막강한 존재감을 뽐내온 해종의 죽음은 사실상 '점프컷'으로 소화됐는데, 향후 반전을 위한 노림수가 아니라면 다소 싱거운 결말이었다. 12년이 흘러 왕위에 오른 기산군(김흥수 분)과 갑자기 그를 찾아온 사담(김성오 분)의 의미심장한 만남도 3회 방영분을 내내 지배해온 분위기와는 매우 겉돌았다. 여러 이야기가 동시에 펼쳐지는 만큼 장면마다 톤이 다를 순 있지만, 장면간 호흡이 널뛰기 하듯 불안정한 면은 몰입을 방해할 수 있다. 왕정을 둘러싼 궐내 역학 관계와 부적이 날아다니는 판타지의 요소도 아직 '쫄깃'하게 결합되진 않은 상태다.
정치 사극부터 판타지, 코미디, 액션극까지 등장인물마다 각기 다른 장르를 소화하고 있는 셈. 이들 인물간의 연기 호흡이 얼마나 유기적일지, 또 이들 여러 장르를 끝까지 응집력있는 스토리로 엮어나갈 수 있을 것인지 관심이 쏠리게 됐다.
rinny@osen.co.kr
'야경꾼일지'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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