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대현과 김성배. 2년 전 롯데 '양떼야구'를 상징하는 두 잠수함 투수다. 정대현은 롯데입단 첫 해 전반기를 수술과 재활로 보냈지만 후반기 복귀해 0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할 정도로 위력적인 공을 던졌다. 준플레이오프 통과도 정대현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그리고 김성배는 2차 드래프트 신화를 써내려가며 2013년에는 주전 마무리투수까지 꿰찼다.
그러나 이들 두 선수는 현재 1군에 없다. 김성배는 7일, 정대현은 12일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두 선수 모두 부상 때문에 1군에서 말소된 건 아니다. 김성배는 42경기 1승 4세이브 10홀드 평균자책점 5.17을, 정대현은 48경기 4승 2패 2세이브 6홀드 평균자책점 4.86을 기록하고 있다.
두 선수 모두 롯데 불펜에서는 없어서는 안 될 선수다. 정대현은 팀 내에서 두 번째로 많은 경기에 나섰고 김성배는 4위다. 둘의 출전경기를 더하면 90경기로 롯데가 치른 93경기와 맞먹는다. 그 만큼 전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이들 둘을 1군에서 차례로 말소한 이유는 2군에서 구위를 회복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올해 타고투저 현상이 두드러지긴 해도 불펜 필승조치고 평균자책점이 너무 높다. 그래서 2군에 내렸는데, 최근 연전연패로 4위 자리마저 위태로워진 롯데이기에 큰 전력손실이다. 롯데 코칭스태프는 아무리 갈 길이 바빠도 정대현과 김성배는 현재 상황에서 필승조로 더 이상 좋은 모습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판단을 내렸다.
아쉬운 대목은 용병술이다. 언제 등판할지 모르는 게 불펜투수의 숙명이라고는 하지만 최소한의 보직이 있다면 선수 스스로 거기에 맞춰서 몸을 만들 수 있다. 그렇지만 정대현과 김성배 모두 기준이 모호한 등판이 잦았다. 김 감독은 우타자가 나오면 기계적으로 정대현, 혹은 김성배를 투입했다. 야구에 만약이란 없지만, 정해진 기준대로 불펜을 운영했다면 4강 승부처에서 중요한 필승조 투수 두 명을 2군에 내리지 않았을 수도 있다.
특히 정대현의 기용법은 아쉬움이 많다. 정대현은 SK 시절에도 김성근 감독이 특별히 관리해서 쓰던 투수다. 괜히 '여왕벌'이라는 별명이 붙었던 게 아니라 결정적인 순간에만 적절하게 기용했기 때문에 더 좋은 활약을 펼칠 수 있었다. 정대현의 공이 위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몸의 유연성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적절하게 체력안배를 해줘야만 그의 기량을 100% 끌어올릴 수 있다.
지난 6일 정대현은 하루에 공 51개를 던졌다. 서스펜디드 게임 때문에 6일에만 두 경기를 치렀는데, 정대현은 모두 등판했다. 1차전은 1⅓이닝을, 2차전은 2이닝을 소화했고 무실점을 기록하는 등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비록 2경기지만 실제로는 하루에 3⅓이닝 51구를 던졌는데, 정대현이 하루에 3이닝 이상 소화한 건 2012년 10월 2일 군산 KIA전 이후 거의 2년 만이었다. 게다가 그 경기는 정대현의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였는데, 100세이브 기록을 챙겨주기 위해 일부러 길게 던졌었다.
정대현이 시즌 중 3⅓이닝을 넘게 소화한 건 2009년 5월 8일 문학 넥센전(3⅔이닝 무실점)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하며, 공 50개를 넘게 던진 건 2008년 7월 6일 대전 한화전(2⅓이닝 1실점 55구)이 마지막이었다. 당시 정대현은 선수로서 전성기인 30대 초반 선수였고 몸 상태도 지금보다 좋았다. 어쨌든 정대현은 6일 좋은 경기를 펼쳤지만 9일과 10일 KIA전에서 부진한 뒤 곧바로 2군행 지시를 받았다.
지난 7월 말 불펜 필승조 투수 한 명은 롯데 투수파트 코치를 찾아가 "이번 주 등판이 너무 잦아서 힘들다"고 말했다. 이 말을 들은 코치는 "미국이나 일본에는 지금 너 보다 더 자주 나오고 많이 던지는 투수도 있는데 약한 소리를 하지 말라"고 말을 잘랐다. 치열한 순위경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모든 선수들을 완벽하게 관리해주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렇지만 조금만 더 관리에 신경을 써준다면 지금처럼 필승조 두 명을 한꺼번에 2군에 내려 보내는 일까지는 없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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