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드라마 보다 극적이다. 때론 믿기 힘들만큼 고통스럽고, 황홀할 만큼 달콤하다. 지난 11일 방송된 SBS 예능프로그램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에 출연한 배우 이지아의 이야기들이 딱 그러했다.
이날 이지아는 파란만장했던 자신의 삶들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털어놨다. 데뷔 이후 큰 주목을 받았지만 비밀이 많았던 그에겐 외계인설, 트랜스젠더설, 유흥업소 출신설 등 각종 낭설이 난무했다. 그는 담담한 말투와 온화한 표정으로 사실이 아님을 오목조목 짚었다. 그는 “코에 보형물을 넣었다 뺐다”고 말할 만큼 솔직했고, 그의 거침없음에 놀란 MC들에겐 “어떻게든 되겠죠”라며 여유를 보이기도 했다.
특히 시청자들의 이목을 끈 것은 특별했던 지난 사랑들이었다. 그는 전 남편인 가수 서태지, 또 전 남자친구인 배우 정우성과의 만남과 이별에 대해 말했다. 그는 16세에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서태지를 처음 만났다. 그는 “이후 (서태지와의 결혼으로) 어린 나이에 큰 비밀을 안게 됐다”며 “친구들은 물론 가족에게도 말할 수 없었다. 온 국민이 다 아는 유명인과 함께 감춰진다는 건 힘든 일이었다. 내가 선택한 사랑은 다람쥐에게도 들켜선 안 되는 것이었다”고 회상했다. 극단적인 예로 그는 가족과의 연락을 7년 동안 끊어야 했다. “더 이상 혼자 일 수 없을 만큼 혼자인” 시간을 보내야 했다.

서태지와 이혼 이후 한국에서 배우로 데뷔했지만, 그에겐 숨겨야 하는 비밀이 있었다. 사람들과 좀처럼 가까워 질 수 없었다. 그런 그에게 스스럼없이 손을 내민 이가 동료 배우 정우성이었다. 그는 정우성과의 파리 여행을 “생전 처음 밖에서 한 데이트다운 데이트”라고 표현했다. 당시 두 사람은 파파라치 사진으로 열애가 알려졌는데, 이지아는 “그날 날씨가 유난히 추웠고, 내 손이 너무 차가웠다. 정우성이 내 손을 자신의 외투 주머니에 넣어줬다. 공교롭게도 그 순간 사진이 찍혔다. 그는 그 순간에도 내 손이 차갑다는 게 가장 중요한 사람이었다"고 묘사했다.
하지만 그와의 행복한 시간도 잠시, 서태지와의 위자료·재산 분할 청구 소송으로 그의 과거가 온 세상에 알려졌다. 얼마 후 정우성과도 결별했다. 이지아는 “그런 일이 있었어도 잘 만났다. 사람들은 우리가 헤어졌다고 하더라. 정말 헤어지고 나니까 다시 만난다고 하더라. 심지어 임신설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과연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을까 싶다. 따로 연락은 없었다. 아마 저처럼 조심스러운 게 아닌가 싶다. 너무 좋은 사람이고, 건승하시길 마음으로 빈다”고 말했다.
이날 ‘힐링캠프’가 그를 둘러싼 갖은 의혹을 털어내기에 완벽했는지는 미지수다. 그에게는 아직 다하지 못한 이야기들이 남아있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그와 대중이 좀 더 가까워졌다는 것이다. 어린 나이에 택한 평범하지 않은 사랑과 그로인해 지배받은 그의 삶은 대중의 마음을 움직이기에 충분했다. 그는 “모든 게 지나고 지금의 내가 됐다”고 자신을 긍정했지만 “그때로 돌아간다면 같은 선택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을 덧붙여 씁쓸함을 자아내기도 했다.
사인할 때마다 ‘Love yourself’(너 자신을 사랑해라)를 적는다는 이지아. 이번 ‘힐링캠프’는 “자신을 사랑해야 남도 사랑할 수 있는 것 같다”고 수줍게 말하는 그에게 다시 사랑이 다시 찾아오게끔 응원하게 만드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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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캠프’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