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음표’ LG 티포드·스나이더, 이제는 해줘야한다
OSEN 윤세호 기자
발행 2014.08.12 06: 00

더 이상 적응기도 예열을 위한 시간도 남아있지 않다. 앞으로 32경기면 시즌 종료다. LG가 한 번 더 깊게 가속 페달을 밟으려면 좌완 선발투수 에버렛 티포드·좌타 외야수 브래드 스나이더의 활약이 필요하다.
LG가 2연패에 빠지며 4위 점프의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지난 9일 잠실 한화전에서 0-1로 1점차 영봉패를 당한 것에 이어 11일에는 2-4로 졌다. 11일 월요일 휴식을 취한 4위 롯데는 9일과 10일 광주에서 KIA에 모두 졌다. LG가 11일 경기를 이겼다면 롯데와 0.5경기차 5위, 9일과 11일 모두 승리했다면 롯데에 0.5경기 차이로 앞선 4위가 됐을 것이다.
물론 당장 순위가 최종 순위로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다. LG는 앞으로 30경기 이상을 치러야하고, 롯데와 맞대결도 다섯 차례나 남아있다. 결국 앞으로가 중요하다. 일단 아시안게임 휴식기까지 예정된 28경기서 다시 상승무드를 타야한다. 티포드가 4월의 모습을 되찾고, 스나이더가 해결사가 된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두 외국인선수의 활약에 LG의 4강 진입 여부가 달렸다고 해도 과장이 아니다.

▲ ‘리즈 대체자’ 티포드, 시작은 좋았는데...
지난 4월 12일 잠실 NC전까지만 해도 티포드 영입은 대성공이 될 것 같았다. 당일 한국프로야구 데뷔전을 치른 티포드는 5이닝 6탈삼진 2사사구 2실점(1자책점)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145km를 상회하는 포심패스트볼과 낙차 큰 커브, 예리하게 꺾이는 컷패스트볼, 절묘하게 떨어지는 체인지업 네 구종을 자유롭게 구사했다. 비록 팀이 지고 있는 상황서 마운드를 내려가 선발패를 당했으나, 낯선 무대서 낯선 타자들을 공격적으로 잡아냈다. 지난해 리그 최고 파이어볼러였던 레다메스 리즈를 대체, LG의 새로운 1선발 에이스의 모습이었다. 이후 4월까지 치른 4경기서도 평균자책점 2.31을 마크, 기대대로 순항하는 듯했다.
하지만 티포드는 5월 20일 광주 KIA전부터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전까지 치른 6경기서 평균자책점 2.08로 활약했던 티포드는 볼넷이 늘어나고 구심 스트라이크존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특히 5월 25일 문학 SK전에선 매 이닝 선두타자를 볼넷으로 출루시키며 위기를 자초했다.
4일 휴식 후 등판은 단 한 번도 없었고 최소 5일을 쉬고 마운드에 올랐다. 그만큼 코칭스태프는 티포드가 좋은 컨디션에 마운드에 오르도록 배려했다. 올스타브레이크에 앞서 어깨 통증을 느끼자 양상문 감독은 티포드를 16일 동안 1군 무대에 올리지 않았다. 후반기 첫 등판이었던 7월 23일 광주 KIA전에선 승리투수가 됐으나 경기 중 손가락을 다쳤다. 이번에도 양 감독은 티포드에게 8일 동안 쉴 시간을 줬다. 지난 7월 31일 대구 삼성전 4이닝 5실점 부진 후 티포드가 아직 손가락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다는 보고가 나왔다. 그러자 양 감독은 또 티포드에게 11일의 여유를 선사했다. 12일 잠실 SK전에 나서는 티포드의 올 시즌 성적은 17경기 91⅓이닝 5승 5패 평균자책점 4.83이다. 
양 감독은 티포드를 두고 “가지고 있는 것도 많고 공을 던질 줄도 아는 투수다. 단지 너무 완벽하게 타자를 잡으려는 욕심이 강하다. 자신의 모든 구종을 완벽한 제구력으로 던지려하다 보니 스스로 무너질 때가 많다. 구심의 볼 판정 하나하나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도 아쉬운 부분이다”고 말했다. 문제는 제구력은 물론, 구위도 4월의 모습이 아니라는 것이다. 어깨와 손가락 통증 여파일 수도 있으나 최근 등판에서 티포드는 패스트볼 구속이 140km 초반대를 형성하고 있다. 4월 빠른 템포로 시원하게 상대 타자들을 돌려세웠던 모습과는 거리가 있다.
이제 티포드에게 남은 선발 등판은 많아야 6번 정도다. 4월의 호투를 재현한다면, 자신의 명예회복은 물론, LG 선발진도 보다 안정적으로 돌아가게 된다. 최근 LG 선발진은 코리 리오단과 우규민이 원투펀치를 형성하고 있고, 뒤늦게 합류한 5선발 신정락이 안정감을 찾아가는 중이다. 티포드가 리오단 우규민 다음에 자리하는 상위 선발투수가 된다면, LG 마운드는 한 단계 더 높아질 것이다.
▲ ‘수비·주루 합격점’ 스나이더, 하지만 가장 중요한 타격이...
아직 20경기도 치르지 않았고, 선발 출장도 15경기가 안 된다. 때문에 스나이더에 대한 평가를 내리기에는 너무 이르다. 게다가 스나이더는 한국에 온 뒤 부상까지 당했다. 지난 7월 24일 광주 KIA전에선 헤드샷을 맞기도 했다. 큰 이상 없다는 진단을 받았고 이틀 후 결승 2루타를 날리며 활약했으나, 이후 7월 28일 잠실 롯데전에서 허벅지 통증을 느껴 6경기 동안 선발 출장하지 못했다. 문제는 시기상 스나이더에게 더 이상은 여유를 줄 수 없다는 것이다. 정당한 평가를 내리는 게 중요한 게 아닌, 당장 스나이더가 기대치를 충족시켜줘야만 하는 상황이다.
지금까지 모습만 보면 수비와 주루는 대만족이다. 중견수로서 넓은 수비 범위를 자랑하며 강한 어깨를 바탕으로 한 송구도 좋은 편이다. LG는 가장 넓은 잠실구장을 홈으로 쓰면서도 외야진의 좁은 수비 범위로 상대팀에 한 베이스, 혹은 한 점을 더 허용하곤 했다. 스나이더로 인해 안타가 될 타구도 호수비에 막혀 아웃이 된다. 이따금씩 어이 없이 강한 송구를 구사하는 것 외에는 LG 외야진에 엄청난 힘을 불어넣었다고 볼 수 있다. 다리도 빠르기 때문에 주루플레이에선 남들보다 한 베이스를 더 가는 데에 능하다. 1루서도 홈까지 가볍게 들어와 득점하는 모습이 자주 나오고 있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타격에서 꾸준하지 못하다. 스나이더는 11일까지 타율 2할3푼6리 2홈런 10타점으로 기대치에 밑돌고 있다. 높은 패스트볼을 좀처럼 좋은 타구로 만들지 못했고, 몸쪽 공에도 약점을 보이고 있다. 물론 메이저리그와 한국프로야구 스트라이크존은 상당히 차이가 난다. 한국 스트라이크 존의 양 옆이 메이저리그보다 넓고, 위아래는 좁다. 스나이더가 도약하기 위해선 한국 스트라이크존과 상대 투수들을 확실히 파악하고 이에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LG가 지난 2경기서 한화 마운드에 꽁꽁 묶인 데에는 스나이더의 침묵이 컸다. 스나이더는 지난 2연전 총합 8타수 1안타로 부진했다. 일단 양 감독에 의하면 김무관 타격코치가 스나이더에게 꾸준히 “높은 공을 참아라”고 조언하고 있다고 한다. 스나이더 역시 열정적으로 훈련에 임하고 있고 조쉬벨과는 다르게 훈련양이 부족하면 홀로 훈련에 들어간다. 스나이더가 결정적 한 방을 터뜨려줘야 LG 중심타선이 모두 폭발할 수 있다. 타격만 된다면, 스나이더의 존재는 공수주 모두에서 LG에 엄청난 플러스 효과를 가져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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