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한철 “서인국과 ‘男男케미’, 40대 외로움 그렸죠”[인터뷰]
OSEN 정유진 기자
발행 2014.08.12 07: 03

배우 조한철을 만나자마자 터져 나오는 건 웃음이었다. tvN 월화드라마 ‘고교처세왕’ 속 방정맞은 김 팀장을 떠올려서일까? 실제로 만난 조한철은 김 팀장보다 점잖고 진지했으며, 누구보다 연기에 대한 고민이 많은, ‘연기파 배우’란 수식어에 걸맞은 인물이었다.
조한철은 ‘고교처세왕’에서 독특한 말투와 행동을 가진 김창수 팀장 역할을 맡아 극에 활력을 불어 넣었다. 김 팀장은 주인공 이민석(서인국 분)의 형 이형석(서인국 분)의 선배로 고등학생인 이민석이 형이 입사한 회사 컴포에서 형 대신 본부장 노릇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 핵심적인 인물. 소심하고 빈틈 많은 김 팀장은 매번 어디로 튈지 모르는 이민석을 수습하느라 조마조마 가슴을 졸여왔다. 직원들에게 행여 소외당하지나 않을까 전전긍긍하면서도 어리바리한 정수영(이하나 분) 앞에서 있는 대로 허세를 부리는 그의 모습은 코믹하고도 인간적이라 많은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고교처세왕’ 종영을 며칠 앞둔 날, 합정동 OSEN 사무실에서 만난 조한철에게 가장 먼저 던진 질문은 승진을 한 소감이었다. 김 팀장은 ‘고교처세왕’ 방송 말미 이민석이 떠난 본부장 자리를 차지하며 해피엔딩을 맞이했다.

“좋죠. 아주 뿌듯하고 좋습니다.(웃음) 본부장으로 승진한 건 좋은데 이제 드라마가 끝나니까 아쉬워요. 인물마다 다 아쉬워요. 찍을 때 더 아쉽고요. 그래도 마지막엔 예쁜 정수영이 제 비서가 된 게 좋더라고요.”
김 팀장은 이민석이 몸담았던 컴포 식구들 중 누구보다 큰 존재감을 발휘했던 인물이다. 너무나 유쾌하면서도 디테일했던 연기의 비결을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이번에 이를 악물고 정말 열심히 하려고 했다. 내가 너무 지나치다 싶으면 커트를 해달라고 말할 정도였다”는 그는 정석인 것 같으면서도 누구나 쉽게 할 수는 없는 노력의 과정을 밝혔다.
“이건 학교에서 배운 건데요. (조한철은 연극영화과 석사 출신이다.) 배우들이 많이 하는 것이긴 한데…. 앙케트 조사 같은 걸 하듯이 인물을 분석할 때도 인물 분석표를 만드는 거에요. 제가 작가 선생님한테 받아 놓은 게 있고, 또 하면서도 이런 부분을 더 생각을 해봐야겠다 싶은 걸 적어요. 한 인물에 들어가기 전에 좋아하는 사람, 싫어하는 사람, 말, 말투 기타 등등을 죽 생각해보는 거죠. 예를 들어 제가 생각한 김 팀장은 억울한 일이 많은 사람이에요. 어디든 끼려 하고요. 외로운 사람이 쓰는 말이 뭘까 생각하며 ‘나도’, ‘나는 왜 이래?’ 이런 말을 습관처럼 사용하게 그렸어요.”
김 팀장 역할은 주인공 이민석과의 남남 ‘케미스트리’로도 유명했다. 조한철은 이민석을 처음에는 별로 좋게 보지 않는 역할이었다며 스스로 김 팀장의 캐릭터가 그 쪽으로 기울어질 수 있도록 조금씩 의도를 섞어 연기를 했다고 말했다. 또 그런 자신의 연기를 대본에 반영해 준 작가에 대한 고마움을 표현했다. 
“작가님께 정말 감사해요. 애드리브를 많이 하면 작가님 입장에서 별로 좋지 않을 수도 있잖아요. 방송은 이런 재미가 있다고 느낀 게 배우가 연기를 어떤 쪽으로 방향을 잡아서 가려고 하는 게 있을 경우에 그 다음, 다음 대본 정도에는 작가님이 (배우의 연기를 반영해서)그 부분을 써 놓아요. 작품으로 서로 소통하는 게 느껴지더라고요. (중략) 김 팀장의 캐릭터는 정에 굶주린 남자, 외로운 남자로 잡았어요. 요즘 현대인들, 특히 40대는 외롭잖아요. 집에서도 외롭고, 회사에서도 딱 중간급이고 할 테니…. 집에서 이럴 거 같고, 회사에선 이럴 거 같고, 대본에 있는 힌트들을 가지고 스스로 살을 붙여봤어요. 안 그러면 사실 애드리브 같은 건 어려워요. 그 인물에 대해 알아야 생각을 안 해도 나올 수 있는 게 생기고 그렇거든요.”
주로 함께 촬영을 했던 서인국과의 호흡은 너무나 좋았다. 배우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카메라 앞에서 자유롭게 노는 서인국을 보며 놀랐다고.
“인국이는 정말 어린애같이 잘 놀아요. 그런 것 때문에 놀랐어요. 경력이 많은 배우들이 오히려 조금 정형화 된다거나 그럴 수 있는데, 인국이는 처음에는 배우보다는 가수니까 어떻게 할까 궁금했는데 정말 대차게 놀더라고요. 신선했어요. 나도 배우로서도 저런 자유로움을 가져야겠구나 싶었죠. 그런 강조를 많이 하죠. 비워야 한다, 배우들은 비우는 일이다. 연기할 때 하려면 할수록 들키게 되고 비워야한다는 말을 많이 하는데 인국이는 완전 비우고 자유롭게 노는 스타일이에요. 훌륭하다 생각했습니다.”
 
최강의 콤비 연기를 보여준 김원해와의 연기 호흡은 정말 “연기 할 맛”이 날 정도로 즐거웠다. 매 순간이 즐거웠다는 조한철의 말에서 진심이 뚝뚝 떨어져 내렸다.
“코미디는 연극을 해볼 때도 합이 안 맞으면 재미가 없어요. 그런 면에서 이번에는 연습을 안 해도 합이 잘 맞는 느낌을 굉장히 많이 받았어요. 원해형은 워낙 선수라, 그 순간에 생긴 걸 탁탁 반응해주고 살아서 액션을 해주니까 매순간이 즐거웠어요. 연기 할 맛이 났어요. 어떻게 할까 걱정도 안 했어요.”
조한철은 철저했고 그만큼 열정적인 배우였다. 배역에 대한 연구는 물론이고, 오랫동안 연극계와 영화계에 몸담아 오며 쌓아올린 연기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성찰의 깊이가 깊었다. 롤모델은 배우 최민식. 그는 최민식을 만났던 경험담을 털어놓으며 자신이 배운 점이 무엇인지 꼼꼼하게 털어놨다.
“최민식 선배님을 우연히 만나뵐 자리가 있었죠. 일단 느낀 건 첫 번째는 예상 외로 너무 유연하다는 거였어요. 연기를 잘하시는 건 5천만 국민이 다 아는 건데…. 사람이 너무 유연해요. 선배님을 만난 날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있었는데 여기서 막내 배우하고도 노시다 제작자랑 놀고, 굉장히 진지한 얘기를 하다가 막내를 농담하면서 챙기고요. 그래서 저렇게 넓은 스펙트럼 갖고 다양한 역을 할 수 있구나 싶었어요.”
앞으로 조한철의 계획은 “닥치는 대로”다. ‘고교처세왕’에서 이를 물고 보여줬던 연기를 보면 닥치는 대로 하는 그는 언젠가 최민식을 잇는 연기파 배우의 자리에 올라설 것이 분명해 보였다.
“끝나고 작품은 정해지지 않았어요. 일단 닥치는 대로 어떤 역할이 주어지든 할 것이고요. 아마 다음 작품이 코미디는 아닐 것 같습니다. 사실 연기에 굶주려 있거든요. 요즘은 정말 연기를 많이 하고 싶은 때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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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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