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했더니 또 통했다. 로맨스와 미스터리, 휴먼드라마가 다양하게 섞인 복합 장르를 내세운 tvN '고교처세왕'이 매력 넘치는 캐릭터와 짜임새 있는 스토리 전개로 관심을 모으며 막을 내렸다.
지난 6월 16일 첫방송을 시작해 8월 11일 1회를 연장해 총 17회로 종영하기까지 tvN 월화드라마 '고교처세왕'은 이민석(서인국 분)을 주축으로 정수영(이하나 분), 정유아(이열음 분), 유진우(이수혁 분), 이형석(서인국, 1인 2역) 등 다수의 이야기를 흥미롭게 풀어냈다.
동시다발적으로 모든 것을 소화된 '고교처세왕'은 한 번에 많은 이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기에 탁월한 작품이었다. 피치못할 사정으로 학생과 본부장을 오갔던 이민석 덕부에 학생과 직장인의 연상연하, 본부장과 부하직원의 로맨스가 동시 가능했고 자매와 한 남자, 평범한 여직원을 둘러싼 본부장들의 3각 러브라인까지도 보여줬다.

이는 지난 2012년 tvN '응답하라 1997'로 스타덤에 오르고, 케이블 드라마의 화제성을 입증했던 서인국의 합류로 가능했다. 서인국은 '고교처세왕'을 이끌었던 핵심 인물이었던 이민석을 비롯해 그의 친형인 이형석까지 1인 2역을 효과적으로 연기하며, 입체감 있는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캐릭터는 생동감이 넘쳐났다. 민석은 고등학교 아이키하키 선수로 상남자의 매력을 가감없이 드러냈고, 사라진 자신의 친형을 대신해 들어간 회사에서도 처세에 능한 본부장으로 활약했다. 제작진은 한 인물이 전혀 다른 상황에 처했을 때 어떤 방식으로 변화하는지, 또 로맨스는 어떤 식으로 확장 가능한지를 재치있고 코믹하게 그려내는 데 성공했다.
민석 뿐만 아니라 어눌한 수영, 지고지순한 유아, 민석의 곁에서 브로맨스를 형성한 덕환(강기영 분)과 태석(이태환 분), 가족애를 드러낸 장호(오광록 분), 만석(권성덕 분), 그리고 유진우를 비롯해 회사 내에서 각 직급별 다채로운 캐릭터 등 모든 인물들이 독특한 매력을 보여주며 작품 속 각자의 존재 이유를 명확히 했다.
이는 앞서 시트콤 '순풍산부인과' '남자셋 여자셋' '하이킥 시리즈' 등을 집필했던 양희승-조성희 콤비의 필력이 바탕이 됐다. 그들의 손을 거쳐 탄생한 매력적인 캐릭터들은 여러 배우들과 합해져 시너지를 내 작품 속에서 빛을 발했다.
아쉬움이 아예 없었던 건 아니다. 오피스 활극을 표방했고, 극중 여주인공 수영이 힘 없는 계약직으로 등장했던 것 등이 현실적인 문제를 건드리지 않은 채 단순히 민석-수영의 로맨스를 점화시키는 장치로만 활용된 점은 다소 아쉬운 구석이다.
학교와 회사를 주축으로 짜여진 이야기가 현실감 결여로 생성된 괴리감은 "두 세대가 한 드라마 안에서 배울 점이 무엇인지를 보여줄 수 있는 교훈이 있는 드라마가 될 것"이라는 유제원 감독의 발언에서 생겨난 일부 시청자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한데서 비롯된 아쉬움이다.
물론 이를 감안해도 '고교처세왕'은 충분히 좋은 시도의 작품이었고, 많은 이를 만족시킨 드라마였다. 결과물도 좋았다. '멜료일'(멜로+요일), '고처데이'(고교처세왕이 방영하는 말) 등의 신조어를 탄생시키며 '로맨스가 필요해' 시리즈로 대표됐던 tvN 월화드라마의 흥행을 오랜만에 이끌며 2%대 안팎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크게 사랑받았다.
또한 '로맨스가 필요해'(2011)를 시작으로 첫 발을 내디딘 tvN 월화드라마는 '꽃미남 라면가게' '닥치고 꽃미남 밴드' '이웃집 꽃미남' 등으로 트렌디한 드라마로 부각됐으나 이후 몇몇 작품의 부진으로 다소 주춤했던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중요한 계기를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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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고교처세왕'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