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상녀’의 새 지평을 열었다고 말해도 될 것 같다. ‘고교처세왕’ 이하나는 그간 드라마나 영화에서 봐 온 연상의 여인들이 가진 특유의 이미지를 벗어 던지고 어리바리 새로운 매력으로 안방 시청자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다.
지난 11일 오후 종영한 tvN 월화드라마 '고교처세왕'에서는 독일로 떠나겠다는 이민석(서인국 분)에게 결혼하자고 프러포즈하는 정수영(이하나 분)의 모습이 전파를 탔다.
이날 방송에서 이민석은 현실 연애의 어려움을 깨닫고 연인 정수영에게 이별을 고했다. 그는 "독일로 가려 한다. 거기서 살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에 정수영은 남자친구를 붙잡기 위해 "결혼하자"고 말했고 "너를 붙잡을 방법이 생각이 안 나"라며 울음을 터뜨렸다. 놀라운 것은 이민석의 대답. 그는 "어. 콜. 하자. 우리 결혼하자"고 단숨에 청혼을 승낙하며 눈길을 끌었다.

이처럼 ‘고교처세왕’ 속 정수영(이하나 분)의 매력은 조금 어리바리하고 순진할지언정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다는 점이다. ‘고교처세왕’의 초반부터 정수영은 자신이 짝사랑해 온 유진우(이수혁 분)에게 마음을 고백하는 용감무쌍함을 보였다. 비록 거절을 당하며 연민을 자아냈지만 또 다시 씩씩하게 계약직 여직원 정수영으로 돌아가는 모습은 사랑스러웠다.
‘깡냉이 커플’이 숱한 위기를 무사히 넘기며 결혼에 골인할 수 있었던 이유 역시 저돌적인 ‘고삐리 남친’ 이민석(서인국 분)과 짝짜꿍이 잘 맞는 정수영의 용감무쌍함에 있었다. 보통 멜로나 로맨틱 코미디 속 ‘연상녀’는 누가 봐도 성공한 여성의 전형인 캐릭터들이 많다. 어른처럼 구는 이들은 연하의 연인의 구애에도 현실을 이유로 여러 번 흔들리고 이별을 선언해 보는 이들의 애를 태우기 일쑤.
정수영 역시 현실에 흔들릴 때가 종종 있었지만, 이를 타계하는 방법이 여타 '연상녀'들과 달라 신선했다. 그는 그저 자신의 감정에 솔직한 길을 끝까지 추구했다. 이는 비록 “드라마의 현실성을 떨어뜨렸다”는 평을 듣기도 했지만, 그만큼 보는 이들의 판타지를 충족시켜주며 만족감을 준 게 사실이다.
이처럼 이하나는 영화 '알투비:리턴투베이스' 이후 2년만에 브라운관에 복귀해 독창적인 캐릭터 연기로 존재감을 과시했다. 목을 쭉 빼고 걷는 우스운 걸음걸이와 어눌한 말투 등 남다른 정수영의 캐릭터는 예뻐 보이려 노력하지 않아 오히려 자연스럽고 사랑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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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처세왕' 공식 홈페이지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