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가장 기대하는 이닝은 언제일까. 두 말할 필요없이 '약속의 8회'다. 지고 있어도 질 것 같지 않은 8회가 있어 삼성은 두려울 게 없다.
지난 11일 목동 넥센전 역전도 8회가 결정적이었다. 4-6으로 뒤진 8회 최형우의 극적인 동점 투런 홈런이 터지며 연장으로 승부를 가져간 뒤 7-6으로 역전승했다. 8일 대구 롯데전에서도 8회 이승엽의 동점 투런 홈런으로 균형을 맞춘 다음 9회말 채태인의 끝내기 안타로 10-9 재역전승을 거뒀다.
올해 삼성은 역전승이 28승으로 9개팀 중에서 가장 많다. 역전승에도 급이 있기 마련인데 삼성은 경기 후반에 뒤집는 '질 높은 역전승'이 상당하다. 넥센·롯데전의 사례에서 나타나듯 8회를 기점으로 역전한 게 6경기로 리그 최다 기록이다. 괜히 '약속의 8회'가 아닌 것이다. 기록으로 나타나는 것 이상의 기운이 있다.

삼성은 8회 경기당 평균 득점이 0.65점으로 리그 1위에 올라있지만 압도적인 수치는 아니다. 8회 팀 타율은 2할6푼2리로 그리 높은 편이 되지 못하지만 필요할 때 확실하게 몰아치는 힘이 있다. 8회 홈런도 11개로 전체 팀 홈런(122개)에 비하면 많은 건 아니지만 결정적인 홈런들이 있었다.
지난 5월24일 대구 넥센전에서 최형우의 역전 결승 투런 홈런과 5월28일 잠실 LG전 이승엽의 역전 결승 스리런 홈런 모두 8회에 터진 것이었다. 이외 박한이가 2개, 김상수가 1개씩 8회 결승타를 작렬시키는 등 8회에만 승부를 가른 결승타가 5개.
4월13일 대구 SK전에서는 불펜 난조로 8회초 8-9 역전을 허용했지만 8회말 박석민의 1타점 2루타로 동점을 만든 뒤 박한이의 내야 땅볼로 결승점을 내며 10-9로 재역전승했고, 5월4일 대구 NC전도 1-4로 뒤진 8회 김상수의 결승 2루타 포함 안타 4개와 볼넷 1개로 3득점하며 4-3 역전승하는 식이다.
선수 개인별로 봐도 8회에 강한 타자들이 있다. '8회의 사나이' 이승엽은 올해 8회 37타수 11안타 타율 2할9푼7리로 매우 높은 건 아니지만 3홈런 11타점으로 남다른 결정력을 발휘했다. 2루타도 2개나 터뜨리는 등 안타 절반 가까이를 장타로 장식했다.
4번타자 최형우도 8회에 32타수 12안타 타율 3할7푼5리 4홈런 11타점으로 펄펄 날았다. 박석민 역시 32타수 13안타 타율 4할6리 2홈런 6타점. 야마이코 나바로는 25타수 5안타로 2할의 타율에 그치고 있지만 8회에만 무려 15개의 볼넷을 골라내 출루율이 5할이다. 핵심 중심타자들이 8회에 남다른 집중력으로 결정력을 발휘하며 약속의 8회를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가장 괴로운 건 8회에 삼성을 상대하는 각 팀 필승조 투수들이다. 넥센 손승락(1패1세이브·6.23) 한현희(1패1세이브1홀드·4.15) LG 봉중근(3패1세이브·18.90) 이동현(1세이브2홀드·4.15) NC 김진성(27.00) 롯데 강영식(1승·6.43) 두산 이용찬(1패2세이브·16.88) KIA 하이로 어센시오(1세이브·12.00) SK 박희수(1패2세이브·11.57) 등이 뭇매를 맞았다. 삼성 타선은 경기 후반 A급 투수들에게 강하다는 점에서 강팀의 조건이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기록만으로 나타나지 않는 8회 승리의 기운이 삼성에 있다. 리드하고 있어도 8회에 만나는 삼성은 극도의 공포감을 주는 두려움의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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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동=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