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은 어떻게 대세 배우가 됐나
OSEN 선미경 기자
발행 2014.08.13 07: 11

최근 방송되고 있는 드라마에는 꼭 한 명 이상의 아이돌 가수들이 출연한다. 오히려 아이돌이 출연하지 않는 드라마가 어색해보일 정도로 다방면에서 그들의 활약이 활발해져 눈길을 끈다.
과거 연기하는 아이돌의 역할이 주로 조연이나 감초 역할에 한정됐다면 이젠 당당히 주인공 자리를 꿰차고 있는 상황. 특히 그들은 드라마뿐만 아니라 영화에서도 주연을 맡는 등 점점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아이돌 출신 혹은 '연기돌'로 분류되던 그들은 이젠 당당히 대세 배우로 자리 잡은 모습이다.
연기력 논란 몸살을 앓던 아이돌은 어떻게 대세 배우가 됐을까?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영화와 드라마에 진출했던 아이돌은 주로 그들의 인기에 기댔다. 연기력과 상관없이 인기와 화제성만으로 작품에 캐스팅돼 연기력 논란을 몰고 다닌 이들도 적지 않다. 반면 최근에는 안정적인 연기력으로 주목받는 아이돌이 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캐릭터의 폭을 넓히며 호평을 이끌어내고 있다. 몇몇 작품에서는 주인공보다 훌륭한 연기력과 연기 변신으로 칭찬받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영역 확장으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연기자로는 그룹 JYJ의 박유천과 걸그룹 시크릿의 한선화, 그리고 엠블랙 멤버 이준이 있다. 사극 '성균관 스캔들'로 연기를 시작한 박유천은 코믹연기부터 액션연기까지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하며 첫 연기부터 호평을 이끌어냈다. 특히 오는 13일 개봉을 앞두고 있는 영화 '해무'에서 좋은 연기를 펼쳐 관계자들 사이에서 주목받고 있는 상황이다.
한선화와 이준은 이미지를 생각하는 다른 아이돌과 달리 파격적인 캐릭터를 맡아 주목받았다. 한선화는 SBS 드라마 '신의 선물-14일'에서 꽃뱀 출신 흥신소 직원 제니 역을 맡아 남자를 유혹하는 연기는 물론, 온몸을 던지는 액션연기, 깊은 감정연기까지 수월하게 소화해 당당히 배우로 자리 잡았다. 이후 케이블채널 tvN 드라마 '연애 말고 결혼'에서 전작과는 다른 캐릭터의 비중 있는 인물을 연기하며 색다른 모습을 보여줬고, 연기 시작 1년 만에 MBC 새 주말드라마 '장밋빛 연인들(가제)'에 주인공 자리를 꿰찼다.
연기자로서 이준의 선택은 파격의 연속이었다. 지난해 영화 '배우는 배우다'에서 파격적인 베드신까지 소화하면서 연기에 대한 뚝심을 지켜온 이준은 tvN 드라마 '갑동이'에서는 사이코패스 캐릭터를 소화하며 파격적인 행보를 이어갔다. 10대들에게 사랑받는 아이돌로서 선택하지 쉽지 않은 역할이었지만 이준은 뛰어난 연기력으로 캐릭터를 소화해 대중의 인정을 받았다.
인기는 물론 연기력, 그리고 그들에게 어울리는 캐릭터를 적절하게 잘 선택한 결과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가수 데뷔를 준비하면서 전문적인 연기교육도 받는 이들이 상당하다. 가수와 연기자의 구분이 점점 사라지고 있는 만큼 연습생 때부터 만능엔터테이너를 목표로 하는 것이다.
아이돌 연기자들의 활약이 점점 늘어가고 있는 것에 대해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일종의 학습 효과가 있는 것 같다. 초창기에는 별다른 준비 없이 연기를 시작했다가 오히려 후폭풍을 맞는 경우가 많았다. 연기 준비가 미흡한 부분이 많았고, 작품 선정에 있어서도 좋지 않은 결과를 자주 볼 수 있었다. 무엇보다 작품 선정이 중요한데 처음부터 너무 어려운 캐릭터를 맡는다면 분명 부작용이 나올 수 있다"라고 지적하며, "이제는 아이돌도 기본적으로 연기에 대한 준비가 된 상태다. 소속사에서 아이돌을 뽑을 때 이미 연기 지도를 같이 하는 경향도 있고, 다른 한 측면으로는 작품을 보는 선구안이 생긴 것 같다. 무조건 주연을 맡는다기보다는 캐릭터가 잘 어울리는지를 판단하는 것이다. 조연으로 시작해 주연으로 성장하고, 그런 면 때문에 대중도 불편하지 않게 보는 것 같다"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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