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히어로즈가 잘 쉬는 것도 경기 준비 중 하나라는 것을 완승으로 증명했다.
넥센은 지난 12일 사직 롯데전에서 10-1 완승을 거뒀다. 넥센은 휴식기인 삼성을 7.5경기 차로 뒤쫓는 동시에 이날 패한 3위 NC와의 승차도 4경기로 벌리며 2위 자리를 확고히 했다. 삼성에 2연패를 당했던 넥센의 이날 승리는 무엇보다 큰 의미가 있었다.
넥센은 원래 12일 월요일에 일찍 이동해 화요일 롯데와 경기를 치를 예정이었으나 11일 경기가 우천 연기되면서 월요일 경기를 치렀다. 그것도 연장 10회말까지 길었던 승부였고 팀은 재역전을 허용하며 6-7로 패했다. 밤 12시에 목동구장을 출발한 버스는 새벽 4시 30분쯤 선수들을 부산 숙소에 내려놓았다.

선수들은 곧바로 휴식을 취했다. 이날 넥센 선수단이 사직구장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오후 5시 20분이나 돼서였다. 보통 경기 시작 2~3시간 전 쯤 미리 나와 스트레칭을 하고 배팅 훈련을 하는 원정팀들과 달리 넥센 선수들은 일부 선수들은 호텔에서 미리 웨이트를 하고 나와 배팅 연습을 했고 일부 선수들은 가볍게 스트레칭만 한 뒤 경기에 임했다.
훈련을 포기하는 대신 푹 쉰 선수들은 이날 1회부터 4점을 내며 가벼운 몸놀림을 보였다. 하루 먼저 부산에 내려와 있던 문성현은 6⅓이닝 1실점으로 103일 만에 퀄리티 스타트를 기록했고 타선은 15안타를 몰아치며 문성현의 어깨를 가볍게 해줬다. 넥센은 힘들 것으로 보였던 이날 경기를 가볍게 잡으면서 2위 확보의 7부 능선을 넘었다.
염경엽 넥센 감독은 전날 경기가 늦게 끝나면 보통 선수들에게 경기 당일 자율 훈련을 시키는 편이다. 홈경기인 경우도 경기 시작 3시간 전에만 구장에 도착하면 된다. 주전인 선수들은 더 쉬고 2시간 전에 오는 선수들도 있다. 경기 3시간에만 집중하면 된다는 것이 염 감독의 원칙. 그렇다고 나태해지다가는 다른 선수들에게 밀리는 것이 생존의 법칙이다.
넥센은 올스타 브레이크에 휴식기가 더해져 장장 8일간 경기를 치르지 않았던 7월 중순에도 청백전 한 번 없이 간단한 훈련만 소화했다. "내가 선수 때 긴장감도 없는 청백전이 정말 싫었다. 내가 싫어하는 건 지금 선수들도 싫어할 것"이라고 강조하는 염 감독과 잘 쉴 줄 아는 넥센 선수들이 귀중한 승리를 만들어냈다.
autumnbb@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