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주환, 아버지 생신 깜짝선물은 3점홈런
OSEN 조인식 기자
발행 2014.08.13 06: 32

두산 베어스 내야수 최주환(27)이 가장 바람직한 방법으로 효도를 실천했다.
최주환은 지난 12일 대전구장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의 경기에서 팀이 6-6으로 맞서던 8회초 2사 1, 2루에 대타로 나왔다. 타석에 있는 동안 윤규진의 폭투로 주자들은 한 베이스 전진했고, 최주환은 볼카운트 3B-2S에서 윤규진의 7구째 포심 패스트볼을 받아쳐 균형을 깨는 우월 3점홈런을 터뜨렸다.
이후 펠릭스 피에의 3점홈런으로 다시 동점이 됐지만, 두산은 9회초 양의지의 결승 투런홈런을 앞세워 11-9로 승리했다. 결승홈런의 주인공은 양의지였지만, 벤치의 대타 선택을 3점홈런으로 연결시킨 최주환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승리의 주역이었다. 최주환은 9회말 수비에서 혼자서 타구 3개를 처리해 모든 아웃카운트에 관여하기도 했다.

경기가 끝난 뒤 최주환은 “사실 오늘(12일) 아버지 생신이었다. 아버지께 좋은 생신 선물을 드린 것 같다고 했더니 아버지도 잘했다고 칭찬해주셨다. 2010년에 상무에 있을 때도 아버지 생신이던 날에 한화를 상대로 홈런을 쳤던 것이 기억난다”고 말했다. 최주환의 대타 3점홈런은 기쁜 날을 더 기쁘게 만드는 홈런이었다.
또한 꿈속에서 본 홈런과도 똑같았다. 최주환은 경기 전날 잠에서 깨기 전 꿈을 꿨는데, 대타로 나와서 홈런을 때린 상황과 비슷했다. 최주환은 이에 대해 “어제 3점홈런을 치는 꿈도 꿨다.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경기가 끝나고 나니 꿈을 꿨던 것이 떠올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꿈을 현실로 만든 것보다 중요한 것이 있었다. 최주환은 “오늘 일은 오늘 일로 끝내야 한다. 팀이 가을야구를 해야 한다. 경기가 끝나고 홈런 영상을 보는데 벤치에서 모두가 좋아하는 모습에서 팀 분위기가 더 좋아진 것 같다는 느낌도 들었다. 팀에 도움이 됐다는 생각에 좋았다”며 자신의 홈런이 팀을 하나로 뭉치게 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음에 만족스러워했다.
비록 주전은 아니지만, 올해 최주환의 타격 성적은 주전과 비교해도 크게 밀리지 않는다. 최주환은 타율 2할8푼9리(83타수 24안타), 3홈런 17점으로 타수에 비해 준수한 성적을 내고 있다. 장타율에서 타율을 뺀 수치인 순수장타율(Isolated Power)은 1할8푼1리로 팀의 내야수 중 호르헤 칸투를 제외하면 가장 높다.
대타로 나오는 일이 잦으면서도 이러한 성적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가치가 있다. 일반적으로 선수들은 대타로 뛰면 타격감을 유지하기 힘들다고 말한다. 최주환 역시 “밖에서는 느끼기 어려울 수도 있지만, 대타로 나오면 정말 치기 쉽지 않다”는 말로 대타 출전의 어려움을 이야기했다.
풀타임 주전으로 나서면 두 자릿수 홈런은 충분하다는 평가를 받는 최주환의 궁극적인 목표는 20홈런이다. “미래에 풀타임 주전이 되면 조심스럽게 20홈런을 목표로 삼고 싶다. 내야수 중에서는 20홈런을 치는 선수가 흔하지 않다. 그리고 세 자릿수 안타로 쳐보고 싶다. 앞으로 천천히 하나씩 해내려고 목표를 설정했다”고 차분하게 말했다.
최주환이 이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우선 주전으로 도약해야 한다. 지금은 백업이자 대타요원이지만, 자신의 기록을 하나씩 바꿔 나가는 것에 보람을 느끼고 있는 최주환이다. 3홈런은 최주환의 한 시즌 최다 기록이고, 타점은 2012년에 세운 개인 최다 기록(22타점)에 5개 차로 다가섰다. 자기를 조금씩 넘어서며 최주환은 유망주 딱지를 뗄 준비를 마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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