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담스럽고, 걱정도 든다".
한화 안방마님 조인성(39)이 빙긋이 웃었다. 조인성은 최근 한화 상승세의 중심에 있다. 지난 6월초 SK에서 한화로 트레이드된 그가 합류한 뒤 한화가 기세를 타기 시작했다. 조인성이 합류하기 전까지 한화는 18승30패1무 승률 3할7푼5리에 그쳤지만 그의 합류 후 19승25패 승률 4할3푼2리로 올랐다.
한화 이적 후 조인성은 특유의 앉아쏴로 3할5푼8리의 도루 저지율을 기록하고 있으며 타격에서도 이적 후 타율 2할9푼6리 21안타 4홈런 19타점으로 활약하고 있다. 특히 결정적인 순간마다 클러치 홈런과 한 방으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한화의 성적이 오르자 '조인성 효과'라는 말이 나오는 건 당연했다.

하지만 정작 조인성 스스로는 내심 부담스런 마음도 없지 않았다. 12일 대전 두산전을 앞두고 그는 "내가 나가나 (정)범모가 나가나 경기를 운용하는데 있어 큰 차이없다"며 "팀이 올라가는 시점에서 우연치 않게 내가 들어온 것이다. 내가 특별히 잘해서 그런 게 아니라 팀이 올라갈 때가 된 것"이라고 했다.
조인성은 "다들 너무 칭찬하고 주목해주고 계신다. 좋기도 하지만 부담스럽기도 하고, 걱정도 든다"며 "야구는 잘 할 때가 있으면 못할 때가 있다. 매번 잘 할 수만은 없지 않은가"라고 이야기했다. 지금이야 페이스가 워낙 좋지만 매번 지금 같은 페이스를 유지할 수 없다. 자신만 주목받는 것에 부담도 있다.
오히려 그는 투수들과 호흡을 강조했다. "투수들과 많은 이야기를 하며 공격적인 볼 배합으로 신뢰를 쌓아가고 있다. 타자들에게 거칠고 까다롭다는 인상을 줘야 하는데 그런 부분에서 잘 맞아가고 있다. 투수들에게 고맙다"는 게 조인성의 말이다.
하지만 그의 스타 본능은 감추고 싶어도 감출 수 없었다. 12일 두산전에서 조인성은 3-6으로 뒤진 7회 2사 만루 찬스에서 대타로 등장, 이현승의 초구 직구를 받아쳐 3루 쪽으로 날카로운 타구를 날렸다. 3루 베이스를 맞고 튀어올라 좌측으로 빠지는 주자일소 3타점 2루타로 승부를 6-6 원점으로 돌렸다.
이처럼 한화 이적 후 승부처에 유독 강한 모습을 보여줘 한화팬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다. 조인성은 "노림수를 갖고 들어가는 것도 있지만 심리적인 안정이 크다. 이전에는 한 타석만 못쳐도 교체된다는 부담이 있었지만 한화에서는 그러한 부담이 없어졌다. 그러다 보니 좋은 타격이 된다"고 웃어보였다.
비록 12일 두산전에서 한화는 아쉽게 패했지만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는 야구로 끈질기게 물고 늘어져 팬들을 열광시켰다. 그 중심에 또 꺼져가던 불씨를 살려낸 조인성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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