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2년차 신예 포수 김재민(23)은 ‘마무리 포수’다. 승리를 지키기 위해 7, 8, 9회에 투수를 리드한다. 포수의 선택 하나로 팀 전체가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것이다. 경험이 적은 포수와는 맞지 않는 자리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LG 양상문 감독은 걱정하지 않는다. 양 감독은 김재민이 세이브 상황서 포수마스크를 쓰는 것을 두고 “전혀 불안하지 않다. 재민이는 항상 메모하고 연구하는 포수다. 그래서 그런지 볼배합만 봐도 어린 포수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앞으로 재민이가 선발 출장하는 경우도 늘어날 것이다”고 말한다. 이렇게 김재민은 프로 입단 1년 반 만에 팀의 두 번째 포수로 올라섰다.
적응이 쉽지는 않았다. 김재민은 “처음 경기 막판에 나갔을 때는 정말 긴장을 많이 했다. 차라리 선발 출장하는 게 낫겠다 싶기도 했다. 그런데 이제는 많이 익숙해졌다. 경기 후반에 나가도 당황하지 않고 투수를 이끌 수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이어 김재민은 “시행착오를 겪기도 했다. 경기 시작부터 상대 타자들을 분석하고 메모해도 막상 출장하면 소용없는 경우가 많았다. 예를 들어 상대 타자가 첫 타석에서 중견수 플라이를 쳤다고 써놨지만, 타구가 어땠는지는 기억나지 않았다. 평범한 중견수 플라이였다면 괜찮지만, 잘 쳤는데 수비가 잘 잡았을 수도 있다. 경기 시작부터 그라운드 위에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후반에 나와 흐름을 이어가기가 힘들었다”고 돌아봤다.
해답은 가까운 곳에 있었다. 김재민은 경기 내내 최경철에게 자신을 대입시켰다. 그러자 마치 1회부터 뛴 것처럼 모든 상황이 생생하게 기억났다고 한다. 김재민은 “덕아웃에서 경철이형의 움직임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고 있다. 물론 내 선택과 그라운드 위에서 경철이형의 선택이 다를 수 있다. 이런 경우 경철이형이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고민하면서 더 몰두하게 된다. 이렇게 하다 보니 후반에 나가도 1회부터 경기에 뛴 것처럼 상대 타자의 이전 타석이 다 떠오르더라”며 자신만의 비결을 밝혔다.
프로입단 첫 해부터 김재민은 “수비에서 팀에 보탬이 되는 포수가 되겠다. 상대 타자의 약점을 공략해서 투수가 편하게 던질 수 있게 하고 싶다”고 포부를 전한 바 있다. 실제로 김재민은 실시간으로 상대팀 타자를 연구한다. 지난 한화전을 예로 들면 ‘김태균의 스윙이 전날보다 날카롭지 못하다. 정찬헌의 구위면 충분히 이길 수 있다. 정면승부하면 잡아낼 확률이 높다’고 노트에 적었고, 김재민의 분석은 적중했다.
그만큼 포수 포지션에 대한 자부심도 강하다. 김재민은 “김정민 코치님께서 야구의 모든 것은 포수의 손가락 사인에서 시작된다고 하셨다. 그만큼 포수는 남을 탓하는 순간 끝이라고 강조하신다”며 “코치님이 항상 강조하시는 것 중 하나가 ‘준비’다. 포수는 그라운드에 서기 전부터 준비가 되어있어야 한다고 하셨다. 투수가 불펜투구부터 기분 좋게 공을 던지도록 잘 받아줘야 한다. 투수의 자신감을 키우는 것도 포수의 역할이다”고 말했다.
김재민은 스스로를 평가해달라는 질문에 “아직 한참 멀었다. 더 정교해지고 노련해져야 한다”며 “지난주 NC전에서 우리가 크게 리드하고 있었는데 추격을 허용했고, 필승조를 쓰면서 경기를 마쳤다. 야수들의 수비 실책이 나오기도 했으나 이는 타구 방향을 잘 못 계산한 내 탓이다. 이번 주에 또 NC와 붙는데 NC 타자들이 우리 팀 필승조 투수들의 공을 이미 한 번씩 보고 말았다. 경기를 잘 마무리하는 게 내 역할이다. 아직 더 배우고 더 열심히 준비해야 한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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