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에는 루이스 히메네스. 4월에는 호세의 재림. 5월에는 '히메신'. 6월에는 다시 루이스 히메네스. 그리고 7월 이후에는 그를 찾는 이조차 없다. 불과 5개월 사이에 롯데 자이언츠 외국인타자 루이스 히메네스(32)에 대한 평가는 극과 극을 달린다.
히메네스는 현재 68경기에 출전, 타율 3할3푼2리 14홈런 55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OPS는 1.002, 성적만 놓고 본다면 나무랄데가 전혀 없다. 그렇지만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 히메네스는 이런저런 이유로 결장이 잦다. 일단 햄스트링 부상으로 개막 1주일 후에야 첫 출전을 했고 이후에도 조금만 아파도 출전하기 힘들다는 뜻을 내비쳤다. 6월에는 고국 베네수엘라 소요사태를 이유로 김시진 감독에게 '심란해서 출전하지 못하겠다'는 이야기도 했다.
현재 히메네스의 모습은 롯데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지난 달 28일 히메네스는 무릎 통증을 이유로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말소는 28일 이었지만 1군 마지막 출전은 24일 삼성전이었다. 이후 히메네스는 세 차례에 걸쳐 MRI(자기공명영상) 검진을 받았다. 히메네스의 주장에 따르면 처음 두 번은 정상소견을, 마지막 한 번은 왼쪽 무릎에 작은 구멍이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고 한다.

히메네스는 12일 사직 넥센전을 앞두고 스스로 기자회견을 가졌다. 보통 외국인선수는 구단을 통해 자신의 신변을 언론에 노출한다. 그렇지만 히메네스는 쏟아지는 태업논란을 스스로 정리하고자 기자들과 만나 '나는 정말로 아프다. 당장이라고 출전하고 싶지만 그러면 선수생명이 위험하다'라고 항변했다.
히메네스가 정말 아플 수도 있다. 그렇지만 그 시기가 너무나 공교롭다. 지난 달 24일은 외국인선수 웨이버 공시 마감일이었다. 그 날이 지난 뒤에도 외국인선수를 영입할 수 있지만 그렇게 된다면 포스트시즌에 뛰는 게 불가능하다. 사실상 7월 24일은 외국인선수를 교체하기 위한 데드라인이다. 히메네스는 24일까지 뛰다가 25일 곧바로 무릎이 아프다고 한다.
롯데는 속으로만 끙끙 앓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구단 관계자는 "교체 시기를 놓쳤다. 며칠만 일찍 아프다고 했다면 교체했을 것이다. 언제 복귀할 지도 모르는 선수한테 연봉만 주고있는 격"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김시진 감독 역시 "기약이 없다. 지금으로서는 기용 계획도 없다"며 히메네스를 사실상 전력외로 생각하고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아프다는 히메네스의 주장이 더욱 의심을 받는 이유는 일본에서의 전력 때문이다. 히메네스는 2009년 일본 프로야구 니혼햄 파이터스에서 뛰며 39경기 타율 2할3푼1리 홈런 5개 14타점을 기록하고 7월 방출됐다. 처음 일본에 갔을 때는 TV에 출연, 고추냉이가 들어있는 초밥을 먹고 쓰러지고 아이에게 선물한 야구공을 성인 남성이 가로채자 화를 내고 다음 이닝에 다시 아이에게 챙겨주는 등 친근한 모습으로 팬들의 사랑을 받았지만 당시에도 태업 등을 이유로 팀에서 방출됐다.
당시 일본 '닛칸스포츠' 보도에 따르면 니혼햄 시마다 통괄 본부장은 "히메네스는 우리 팀에서 출전 기회가 없을 것이다. 일본에서 성공할 수 없는 전형적인 예"라고 다소 과격한 말을 했다. '닛칸 스포츠'는 '성적 부진뿐만 아니라 훈련에 임하는 자세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그로부터 5년 뒤, 히메네스는 아시아 야구에서 이번에는 성공하겠다는 각오와 함께 롯데 유니폼을 입는다. 적응을 위해 스프링캠프에 자비를 들여 개인 트레이너까지 대동하는 의지를 보여줬고, 이후 좋은 성적으로 롯데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그렇지만 아무리 기량이 뛰어난 선수라도 경기장에 나와야 가치가 있는 법이다. 안 그래도 롯데는 힘겹게 4강 싸움을 벌이고 있는데, 외국인야수 없이 당분간 시즌을 치러야 한다. 구단 안팎에서 히메네스에게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이유다.
물론 히메네스도 억울할 수 있다. 말도 안 통하는 지구 반대편에서 정말 아픈데 사람들이 믿어주지 않는다면 답답할 것이다. 명예회복을 원한다면 자신의 말 처럼 최대한 빠른 시간내에 복귀해 그라운드에서 실력으로 증명하면 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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