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차출, 가능성 만으론 레버쿠젠 설득 무리였나
OSEN 허종호 기자
발행 2014.08.13 13: 30

대한축구협회와 손흥민(22, 레버쿠젠)은 2014 인천 아시안게임의 출전을 원했다. 하지만 레버쿠젠은 달랐다. 자신들의 이익이 없는 상황에서 손흥민을 내줄 이유가 없었다.
이광종 아시안게임 축구대표팀 감독과 대한축구협회는 손흥민을 강력하게 원했다.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주축으로 활약한 손흥민의 가세는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큰 힘이 될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욕심에 불과했다. 손흥민의 아시안게임 차출은 애당초 무리였다. 대한축구협회와 손흥민의 이익은 컸지만, 레버쿠젠의 이익은 커 보이지 않았다. 협상의 성립 조건이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대한축구협회는 13일 손흥민을 오는 9월 열리는 인천 아시안게임에 소집하지 않기로 했다고 결정했다. 대한축구협회는 레버쿠젠 측에 손흥민의 차출을 요청하는 공문을 레버쿠젠에 보냈지만, 레버쿠젠은 거절 의사를 밝혔다. 대한축구협회가 한 발 물러나 대회 16강 이후부터 차출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레버쿠젠의 입장은 변하지 않았다.

▲ 누가보더라도 대한축구협회의 이익
손흥민의 인천 아시안게임 출전은 손흥민이나 대한축구협회 모두 도움이 될 가능성이 높았다. 손흥민으로서는 운동 선수들이 모두 고민하는 병역 의무에서 벗어날 기회였다.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딸 경우 병역 의무가 면제되기 때문이었다. 유럽에서 계속해서 선수 생활을 해야 하는 손흥민에게 병역 의무의 면제는 어떤 것보다 값졌다. 대한축구협회 또한 손흥민의 가세로 금메달을 딸 가능성이 커지는 만큼 손흥민의 인천 아시안게임 출전은 대한축구협회와 손흥민 모두 '윈-윈(win-win)'이었다.
레버쿠젠은 전혀 달랐다. 일각에서는 손흥민이 금메달을 따고 올 경우 손흥민의 이적료가 높아지는 만큼 레버쿠젠의 이득이 생긴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가능성이었다. 금메달을 따지 못할 경우에는 어떤 이득도 없었다. 오히려 손흥민을 경기에 출전시키지 못해 마이너스 효과만 있게 되고, 손흥민이 복귀하더라도 시차 적응 등으로 악영향이 생기게 마련이다. 또한 손흥민의 나이가 22세에 불과한 만큼 손흥민의 병역 문제가 다음 이적에 영향을 끼칠 가능성은 적다. 게다가 손흥민이 금메달을 따 병역을 면제 받더라도 수백억 원을 더 버는 것이 아닌 만큼 혹할 조건도 아니었다.
▲ 미래의 가능성보다는 현재가 중요한 레버쿠젠
레버쿠젠이 손흥민의 인천 아시안게임 참가를 거절한 가장 큰 이유는 경기 일정 때문이다. 사전 소집에 합류하지 않더라도 아시안게임 기간 중 분데스리가 5경기,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2경기 또는 유로파리그 2경기를 뛸 수가 없다. 팀의 핵심 공격수를 떼고 유럽 클럽대항전을 치르는 것은 신임 로저 슈미트 감독에게 부담이 됐다. 레버쿠젠으로서는 고민할 가치가 없는 사항이라고 판단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1986년 이후로 단 한 번도 따지 못한 금메달을 따야만 병역 면제가 된다는 점도 레버쿠젠이 손흥민의 차출을 부정적으로 생각하게 만들었다.
sportsher@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