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로코? '괜사'에 빠져드는 까닭
OSEN 윤가이 기자
발행 2014.08.13 15: 43

[OSEN=윤가이의 실은 말야] 심각하게 정신과 상담을 고려해본다. ‘괜찮아 사랑이야’ 속 정신과 의사 지해수는 말했다. “현대인의 80%가 신경증을 앓고 있다”고. 대본을 쓴 노희경 작가도 말했다. “그 중 20%는 실제 약이 필요한 환자”라고. 우리는 누구보다 치열하고 고통스럽게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 아닌가. 우리가 모른 척하고 지나쳤던 그 가슴 통증은, 일주일째 불면증에 시달리는 건 우리 마음에 병이 들었기 때문일지도 모를 일이다.
SBS 수목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는 이러한 현대인들의 정신적 문제를 대놓고 다뤄 파격적으로 다가오는 드라마다. 통계적으로 실제 다수의 사람들이 정신과적 문제를 안고 살지만 부정하거나 내놓지 않는 현실에서 이 드라마는 (어느 지점에선 보기 힘들 정도로) 적나라하게 우리의 트라우마와 콤플렉스를 건드린다. ‘아프냐? 나도 아프다’며.
외모, 직업, 경제력, 어느 하나 빠지는 게 없는 남자 장재열(조인성 분)과 겉으로만 보면 엘리트인 여자 지해수(공효진 분). 하지만 이 둘은 각각 심각한 강박증과 불안증을 안고 산다.

장재열은 연예인급 인기를 누리는 잘나가는 추리소설 작가이자 라디오 DJ다. 비현실적인 비주얼과 시크하다가도 유머러스한 성격에 반하지 않을 여심이 어디 있을까. 남부러울 것 없어 보이지만 집으로 돌아가면 침실 아닌 화장실에서 잠을 자고 늘 그를 죽일 생각만 하는 형이 있다.
지해수는 또 어떤가. 매력적인 외모에 정신과 의사라는 폼 나는 직업을 가진 여자지만 30년이 넘게 순결을 지켰다. 혼전순결주의자도 아닌 그가 순결을 지킨 이유는 어릴 적 엄마의 불륜을 목격한 충격으로 가지게 된 섹스기피증 때문이다. 남자와 키스만 해도, 아니 그 상상만으로도 가슴이 두근대고 식은땀이 흐른다.
이 두 사람이 함께 살고 있는 셰어하우스엔 일명 ‘투렛증후군’ 환자 박수광(이광수 분)도 있다. “나도 장애 넘고 싶다. 여자랑 키스하고 잘 때 단 한번만이라도 발작이 안 일어나면 얼마나 좋을까”라고 읊조리는 그는 어릴 적 발병한 장애 때문에 가여운 청춘을 살고 있다. 또래의 남자들처럼 한창 이성과 연애에 관심이 많지만 있는 돈 없는 돈 다 끌어다 여자의 환심을 사는 데 성공을 해도 그놈의 틱 증상 때문에 제대로 된 연애가 어려운 남자다.
아프고 아프다. 드라마는 때때로 로맨틱하거나 코믹한 에피소드로 주위를 환기시키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마음이 아픈 이들의 내면을 근간에 놓았다. 남들은 몸을 닦고 배변을 하는 공간에서 매일 밤 비좁은 욕조에 몸을 뉘어야 하는 남자란, 과년한 나이에 사랑하고 믿는 애인을 갖고도 300일 동안 잠자리(성관계)를 할 수 없어 스트레스를 받는 여자의 삶이란 간단하고 녹록치 않다. 장재열과 지해수는 억지로 포장이나 눈속임이라도 가능하지만 박수광과 같은 투렛증후군 환자는 자의와 상관없이 장애가 표출된다는 점에서 어쩌면 더 큰 고민이다.
이 드라마를 보면서 마냥 웃거나 행복해할수만은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결벽, 강박, 불안, 틱 장애와 같은 정신적 문제들이 그저 남의 일로만 생각되는 세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난 모르는 일이다, 그저 드라마나 영화, 소설에 등장하는 특이한 인물이나 상황이다라고만 넘겨버리기엔 어쩐지 속이 뜨끔하다. 모른 척 하거나 위장하기 바쁜 현실에서 드라마로나마 아픔을 공감하고 깨닫는 바가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이 작품의 의미는 특별할 것이다.
이제 무엇보다 큰 관심사는 결말이 어떻게 풀려가느냐다. 총 16회로 기획된 이 드라마는 현재 중반부를 향해가고 있다. 이제부터 장재열과 지해수의 사랑이 본격화되고 주변인물들의 사연도 탄력을 받을 것이다. 남은 이야기가 많은 가운데 벌써부터 결말이 궁금해지는 것은 이 드라마가 그만큼 흥미진진한 전개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겠다. 과정은 아프고 힘든 얘기지만 행복하고 뜻 깊은 결말을 기대하는 것은 노희경 작가이기 때문이다. 노 작가는 늘 그랬듯 희망을 말할 것이다. 어둡고 긴 터널을 지나면 햇살을 볼 수 있을 거라고, 또 그런 희망 때문에 세상은 살만한 곳이라는 매듭이 나길 조심스레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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