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발진 5명 중 3명만 잘 해준다면 좋겠다. 5명 중 3명이라도 구상이 선다면, 충분히 괜찮은 선발진이라고 본다.”
양상문 감독의 바람이 이틀 연속으로 이뤄지지 않았다. LG는 SK와 12일과 13일 잠실 홈경기서 각각 에버렛 티포드와 류제국을 선발 등판시켰으나 둘 다 5이닝을 채우지 못하고 무너졌다. 구위만 놓고 보면 충분히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할 수 있는 투수들이지만, 볼배합 문제와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조기강판 당했다. 그러면서 LG는 4연패로 4강권 진입 찬스를 연일 놓치고 있다.
12일 만에 마운드에 오른 티포드는 과욕으로 자폭했다. 티포드는 145km 이상의 패스트볼을 절묘한 로케이션에 꽂으면서도 지나친 변화구 승부로 투구수를 낭비했다. 좌투수를 상대로 순간적으로 팔각도를 내려 스리쿼터로 던졌으나 별다른 소득이 없었다. 오히려 다시 오버핸드로 던질 때 제구만 흔들리는 결과를 낳았다. 그러면서 사사구 5개를 범했고, 3⅓이닝 6실점으로 조기강판 당했다.

양 감독은 티포드의 투구를 두고 “사실 1회 구위를 보고 잘 던질 줄 알았다. 충분히 타자를 이길 수 있는 공을 갖고 있는데 힘들게 가더라”며 “스리쿼터로 던지는 게 변화구라면 효과가 있고 타자들이 당황하겠지만 그렇지가 않다. 변형투구를 하는 것에 대해서는 이야기를 할 생각이다. 3실점을 하더라도 5이닝을 소화하는 것과 7이닝을 소화하는 것은 차이가 크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티포드는 손가락 부상이 재발, 13일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LG는 당장 오는 17일 대구 삼성전에 올릴 선발투수를 찾아야만 한다.
류제국도 티포드와 비슷했다. 류제국은 13일 SK전서 최고구속 146km 패스트볼과 절묘하게 떨어지는 체인지업의 조화로 3회까지 1실점으로 순항했다. 그러나 4회초 심판 판정합의로 판정이 번복됐고, 이닝이 종료되지 않자 급격히 흔들렸다. 몸에 맞는 볼과 폭투를 범했고 연속으로 적시타를 맞았다. 류제국은 5회초에도 시작부터 장타를 내줬고 볼넷과 함께 마운드서 내려갔다. 이날 4⅓이닝 6실점으로 무너진 류제국은 한 달이 넘게 선발승이 실종된 상태다.
양 감독은 류제국의 부진에도 불펜 필승조를 총동원, 연패를 끊기 위한 의지를 드러냈다. 5회 유원상에 이어 신재웅 이동현 봉중근을 모두 투입하며 포기하지 않는 모습을 비췄다. 그러나 타선은 5점차 열세를 극복하지 못했고, LG는 5-8로 경기를 내줬다.
지난 8일 창원에서 난적 NC에 2연승을 거둘 때만해도 LG는 금방 4위로 올라설 것 같았다. 실제로 롯데도 5연패로 추락하고 있기 때문에 LG가 9일 잠실 한화전부터 이날 SK전까지 4경기 중 2경기만 잡아도 이미 4위에 자리했다. 하지만 LG는 4경기 연속 선발투수 대결에서 패하며 경기 초반 흐름을 상대팀에 내줬다. 9이닝 1실점으로 완투패한 리오단, 6⅔이닝 4실점한 신정락에겐 면죄부를 줄 수 있다, 그러나 티포드와 류제국의 연이은 부진은 양상문 감독으로 하여금 올 시즌 남은 30경기 구상을 어렵게 만든다.
이날 패배로 LG는 53패(44승 1무)째를 당하며 이날 경기가 취소된 두산에 밀려 6위로 떨어졌다. 물론 아직도 4위와는 1.5경기 차이. 기회는 충분히 있다. 스스로 4위 기회를 걷어차고 있는 형국이지만, 선발진이 안정된다면, 다시 흐름을 탈 수도 있다. 류제국의 선전과 당장 티포드를 대체할 투수의 활약에 LG의 4강 기적 달성이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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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 = 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