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에 외국인선수들이 등장한지도 어느덧 17년째. 그동안 수많은 외국인선수들이 프로야구 무대를 오갔다. 그들 중에는 모범생들도 있었지만 안팎에서 말썽을 일으키는 문제아들도 적지 않았다. 올해 SK 루크 스캇, 롯데 루이스 히메네스가 이에 해당한다.
한화 외국인 타자 펠릭스 피에(29)도 처음 들어올 때만 해도 '악동'으로 우려가 없지 않았다. 미국과 도미니카공화국에서 다혈질 성격으로 유명했기 때문이다. 한화에서도 숨김없는 감정 표현으로 때때로 오해를 사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그의 진심이 드러났다.
피에는 지난 13일 자신의 인생에서 잊지 못할 의미 있는 하루를 보냈다. 아버지가 루게릭병을 앓아 가정 형편이 어려운 대전 지역 야구 꿈나무 이영찬군을 직접 만나 뜻깊은 시간을 가진 것이다. 이군의 소식을 접한 피에가 '스켈리도' 스폰비용의 전액을 장학금으로 전달한 것이다.

이에 그치지 않았다. 피에는 루게릭병으로 투병하며 병상에 누워있는 이군의 아버지 이현종씨의 자택을 직접 방문했다. 자신의 유니폼을 전달하며 이군과 가족들에게 위로의 말을 건넸고, 이군과는 캐치볼도 했다. 이군에게는 "다음 기회에 대전구장 그라운드에서 함께 캐치볼하자"고 약속까지 했다.
피에와 함께 병문안을 간 한화 구단 관계자들에 따르면 피에가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그는 "내가 어느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에 기쁘고 감사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꿈을 잃지 않는 영찬군을 보며 나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었다. 내게는 의미있고 특별한 시간이었다"고 뭉클해 했다.
피에는 "기회가 되면 내년에도 돌아와 지속적으로 영찬군과의 관계를 이어가며 도와주고 싶다"라며 "야구선수의 꿈을 이루길 바란다. 10년 후에는 '이영찬'이라는 이름이 새겨진 유니폼을 아버지 옆에 놓을 수 있도록 열심히 하길 바란다. 가족분들이 용기를 잃지 않고 힘을 내주시면 아버지도 일어서실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인선수는 흔히 '용병'이라고 말한다. 돈을 주고 고용하는 병사라는 뜻대로 철저하게 비즈니스 관계로 맺어진다. 하지만 야구를 사랑하고, 따뜻한 가슴을 지닌 피에는 조금 더 남다르게 느껴진다. 한화 주장 고동진은 "많은 외국인선수를 봤지만 피에 같이 열정적인 선수는 처음"이라고 했다. 가끔 흥분한 나머지 안 좋은 행동도 하지만 그마저도 동료들이 "열정적이어서 그렇다"고 감싸줄 정도다.
피에는 "팀이 최하위인데도 매일 경기장에 찾아와 응원해주는 팬들이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한화팬들에게 늘 감사하다. 선수들도 팬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갖고 더 열심히 하려 한다. 한화팬들을 생각하면 밤에 잠도 안 온다"며 팬들에게도 고마움을 나타냈다. 실력과 인성 그리고 뜨거운 열정과 따뜻한 가슴까지, 피에처럼 아름답고 외국인선수가 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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