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가 4위를 눈앞에 두고 흔들리고 있다. 9위와 8위에 자리한 한화, SK와의 2연전을 모두 내주며 4연패, 경쟁 팀들을 제치고 홀로 질주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쳐버렸다. 롯데가 5연패에 빠지면서 여전히 4위와는 1.5경기 차이를 유지 중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한화와 SK를 4위 경쟁의 또 다른 파트너로 만들어버렸다. 특히 SK의 경우, 4위권과 3경기 차이가 되면서 포스트시즌 진출을 바라볼 수 있게 됐다.
이는 앞으로 LG에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한화 SK와 각각 2경기씩 남았는데, 두 팀도 이제는 시즌 마지막까지 전력을 다할 수밖에 없다. 특히 LG와 올 시즌 상대전적 우위(13일까지 9승 5패)를 확정지은 SK는 남은 두 번의 LG전에 강한 자신감을 갖고 임할 것이다. 결국 LG는 하위팀에 덜미를 잡히며, 삼성 넥센 NC 상위 팀들을 상대로 5승 4패로 선전했던 분위기를 이어가지 못하고 말았다. 한화 SK 4연전서 반타작만 했어도 이미 4위에 오른 채 시즌 막바지를 준비했겠지만, 4위 경쟁은 6파전 구도로 더 치열해졌다.
LG 양상문 감독은 지난 5월 13일 취임식에서 “‘독한 야구’를 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런데 지난 4경기 동안 LG의 야구는 전혀 독하지 않았다. 상대의 작전을 간파한 경우는 거의 없었고, 반대로 작전이 상대에게 간파 당했다. 매 경기 히트 앤드 런에 당해 상대에게 흐름을 내줬다. 최근 3경기서 선발 등판한 신정락 티포드 류제국은 모두 자신들의 장점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는 투구를 했다. 좋은 구위를 갖고 있으면서도 볼카운트 싸움이 길어지고 투구수가 늘어나며 팀의 리드를 이끌지 못했다.

투수교체도 한 박자 느렸다. 양 감독은 지난 12일 자신이 100% 몸 상태가 아니라고 한 이병규(9번)를 콜업하며 분위기 반전을 꾀했다. 덧붙여 어떻게든 연패를 끊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그러나 경기 초반부터 부진한 티포드와 류제국에게 미련을 남기며 추가 실점했다.
12일 SK전서 티포드는 3회까지 이미 4실점했으나 4회에 또 마운드에 올랐고, 첫 타자부터 안타를 맞으며 2점을 더 내줬다. 13일 류제국은 4회 연이은 심판 합의판정에 의한 판정 번복으로 페이스를 잃었는데, 5회에도 마운드에 섰다가 장타와 볼넷만 허용하고 교체됐다. 티포드 뒤에는 롱맨 임정우를, 류제국 뒤에는 신재웅을 대기시켰다. 즉, 애초에 불펜 총력전을 계획했음에도 이틀 연속 교체 타이밍을 놓치며 뼈아픈 실점을 했다.
양 감독의 입장도 이해할 수 있다. 13일 경기에 앞서 양 감독은 “선발진 5명 중 3명만 잘 해준다면 좋겠다. 5명 중 3명이라도 구상이 선다면, 충분히 괜찮은 선발진이라고 본다”며 류제국이 최근 부진을 딛고 올라서기를 바랐다. 류제국만 정상궤도에 오른다면, 우규민 리오단 류제국 선발진 3인방으로 남은 시즌을 헤쳐 나갈 수 있다고 계산한 것이다.
실제로 양 감독은 이전부터 류제국이 선발승 요건을 채우도록 류제국을 5회까지 마운드에 남겨두는 경우가 많았다. 지난 7일 마산 NC전에서도 류제국은 6실점했지만 5이닝을 소화했다. 불펜 소모를 최소화하기 위한 이유도 있으나 류제국이 선발승을 올리며 에이스의 모습을 되찾기를 바라는 마음이 컸다. 동시에 양 감독은 스스로 ‘독한 야구’와 반대되는 모습을 비췄다. ‘팀 승리’에 앞서 선수 개인을 생각하다가 경기를 날려버렸다.
양 감독은 13일 경기를 앞두고 “다음 주가 승부처라고 본다. 다음 주에 KIA 롯데 두산 SK 롯데와 맞붙는다”며 “현재 4위 근처에 있는 팀들이 몰려있는데 이들 중 한 팀이 5연승 정도해서 치고 나가면 4강에 가지 않을까 싶다. 반대로 여기서 연패에 빠지게 되면 선수들 스스로 힘들다고 느낄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LG는 4연패 중이고 이제 상위팀 NC 삼성과 만난다. 연패가 길어지면 다음 주가 오기 전에 4위권 경쟁서 밀려버릴 지도 모른다. 승부처에 승부수를 걸 수 없는 상황을 맞이할 수도 있다. 양 감독이 다짐했던 진짜 ‘독한 야구’가 무엇인지 보여줘야 할 시간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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