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날이 창창한 손흥민(22, 레버쿠젠)에게 병역문제가 큰 고민거리로 남게 됐다.
대한축구협회는 13일 “손흥민을 오는 9월 19일부터 인천에서 개최되는 아시안게임에 소집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축구협회는 지난 7월 레버쿠젠 구단의 방한 때 손흥민의 2014 아시안게임 차출을 요청하는 공문을 구단 관계자에게 전했다. 하지만 레버쿠젠은 지난 12일 회신을 통해 “손흥민은 레버쿠젠의 중요한 선수이며 리그와 챔피언스리그를 앞두고 있는 상태에서 팀 전력을 고려해 차출할 수 없다”는 의견을 협회에 전달해 왔다.
이에 협회는 재차 16강 이후부터 차출을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하였으나 오늘 새벽 레버쿠젠은 FIFA 캘린더 상에 없는 대회 참가를 위한 대표팀 소집에 응할 수 없다는 원칙적인 입장을 표하며 차출이 불가하다는 회신을 보내왔다.

레버쿠젠의 결정은 손흥민 개인과 한국축구에 큰 아쉬움을 남긴다. 손흥민은 어린 나이에도 불구 레버쿠젠의 핵심선수로 자리 잡았다. 해외파 선수 중 가장 수준 높은 리그서 주전으로 자리를 굳힌 선수는 손흥민과 기성용 두 명 뿐이다.
레버쿠젠은 지난 7월 FC 서울과 친선전을 펼치는 등 한국시장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그런 레버쿠젠이 손흥민을 잠시도 빠져서는 안 되는 대체불가 선수로 생각한다는 것은 자랑스러운 일이다. 손흥민이 전력에 보탬이 되지 않는 선수였다면 레버쿠젠도 고민 없이 손흥민을 보내줬을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아시안게임 불참으로 손흥민은 국위선양을 하며 자연스럽게 병역문제를 해결할 절호의 기회를 놓치게 됐다. 박찬호를 비롯해 류현진과 추신수까지 메이저리그 스타들은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병역문제를 해결했다. 박지성과 이영표, 차두리 역시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신화 달성으로 일시적 혜택을 받았다. 덕분에 이들은 해외무대서 오랫동안 안정적으로 뛸 수 있었다.
분데스리가의 개척자 차범근은 1978년 12월 25일 다름슈타트 유니폼을 입고 보쿰을 상대로 독일무대에 첫 선을 보였다. 그러나 병역 문제가 걸림돌이었다. 결국 한 경기만 뛰고 돌아온 차범근은 공군에서 복무를 마친 뒤 다시 독일에 진출해 10년간 꾸준히 활약할 수 있었다.
이처럼 병역의 의무는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적용돼야 한다. 월드컵에서 골을 넣은 이근호(29, 상주 상무)처럼 군복무를 하면서 최고의 기량을 유지하는 선수도 얼마든지 있다. 다만 손흥민이 유럽무대서 한창 뛸 나이에 군복무를 하게 된다면 지금의 상승세가 유지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이는 장기적으로 한국축구에 손해가 될 수 있다. 레버쿠젠의 결정이 이해가 되면서도 아쉬움이 남는 이유다.
jasonseo34@osen.co.kr